벽산건설 미분양 강매 의혹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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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산건설 미분양 강매 의혹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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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름장에 빚내서 집 샀다가 ‘쪽박’

[일요시사=경제팀] 주택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건설사들이 울상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건설사들이 하루아침에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생존 갈림길에 선 것이다. 이 여파는 곧 임직원들의 이중 삼중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임금 체불과 정리해고도 모자라 미분양 떠안기로 자칫 신용불량자로 내몰릴 위기에 처한 이들도 적지 않다.

중견건설사중 하나인 벽산건설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6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데 이어 미분양 아파트를 직원들에게 떠넘기고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직원들로부터 고소를 당한 것이다.

서울 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임관혁)는 지난달 30일 회사의 재정난 타개를 위해 분양이 안 됐는데도 잘되는 것처럼 가짜 분양 서류를 꾸며 금융기관에서 수백억원대 대출을 받은 혐의로 서울 광희동 ㈜벽산 본사와 여의도동 벽산건설 본사빌딩을 압수수색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지난 2009년 벽산건설 임직원들은 회사의 요구로 일산 식사지구 내 ‘위시티 벽산 블루밍’ 아파트 156가구를 분양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평균 분양가 8억원짜리 아파트를 중도금 대출 5억원 정도를 끼고 분양받아 중도금 대출 금액만 500억원에 육박했다. 이중 48가구는 이미 털어냈지만 나머지 108가구는 현재진행형이다.

억지로 미분양을 떠안아 수억원의 빚을 진 임직원들은 대출의 만기가 속속 돌아오자 속이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건설경기 악화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고용불안에 시달린 데다 월급마저 수개월째 밀린 채 대출 이자까지 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자를 내지 못해 가압류가 들어오거나 신용불량자신세로 전락하는 직원들이 하나 둘 늘어났다. 실제 벽산건설 직원 중 가압류된 직원과 신용불량자가 된 직원은 각각 10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한 두 달만 상황이 더 이어진다면 이자를 갚지 못해 나머지 직원들도 같은 신세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이에 따라 벽산건설 임직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은행과 시행사 등을 쫓아다니며 호소했다. 하지만 회사가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어 공매나 주택담보대출 등도 여의치 않았다.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난 7월 벽산건설 직원 108명은 “회사가 재정난 타개를 위해 아파트 미분양 물량을 직원에게 떠넘겼다. 이를 담보로 500억 원을 대출받았다”며 검찰에 김희철 벽산건설 회장을 고소했다.

가짜 분양서류로 수백억 대출 혐의 수사
아파트 산 임직원 법정관리후 신불 전락

업계관계자는 “중견 건설업체들의 미분양 떠넘기기는 이미 5∼6년 전부터 생긴 업계의 나쁜 관행이지만 회사가 요구할 경우 인사고과 반영 등 조직 생활을 위해 직원들이 거부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며 “또 당사자 간 계약이기 때문에 법으로도 금지할 방법이 없어 이러한 악습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벽산건설은 시공능력 순위 26위의 중견 종합건설업체다. 1950년대 초 창업주였던 고 김인득 명예회장이 극장업을 토대로 1958년 11월 한국스레트공업을 세운 것이 그 시작이다. 당시 한국스레트공업은 건축자재와 관공사 등을 주력으로 삼았고, 이 회사는 1991년 3월 현재의 벽산건설㈜로 상호를 변경했다.

지난 1998년 8월 워크아웃에 들어갔으나 구조조정을 거쳐 2002년 10월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된다. 2004년 4월 채권금융기관이 가지고 있는 주식 51%를 다시 인수하며 독자적 경영체계를 다시 세웠다.

그러나 2010년 6월 기업별 신용등급평가에서 C등급을 받고 4500억원 가량의 부채를 안고 7월부터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그 후 채권단이 2100억여원을 지원하고 김희철 벽산건설 회장 역시 290억여원의 사재를 무상 증여하며 경영정상화에 힘써 왔지만 결국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6월 2년 여만에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1000억여원대 규모의 대출 만기를 막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서울 중앙지법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이다. 여기에 직원들의 고소건까지 겹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회장 일가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서류 위조 등의 불법을 저질렀는지 꼼꼼하게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미분양 아파트를 떠안은 직원들이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하나둘씩 신용불량자 신세로 전락하고 있는 가운데 채권단과 시행사 등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법정관리 및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임금체불과 부당해고, 미분양 아파트 전가 등 직원들에 대한 책임전가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늪에서 ‘허우적’

부실경영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떠넘기는 사주, 채권 회수에만 열을 올리는 채권단, 그리고 중견 건설사의 붕괴를 수수방관하는 정부의 무책임이 있는 경우 얼마든지 이런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그 속에서 피해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임직원들에 대해서도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실정이다. 벽산건설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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