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화학 간큰 임원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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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화학 간큰 임원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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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금야금' 430억 기름 빼돌린 본부장

[일요시사=경제팀] 남해화학이 끊임없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올 상반기 비료값 담합에 따른 거액의 과징금 부과에 이어 직원의 배임 문제까지 불거지며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배임 금액은 총 430억원으로 자기자본의 11.7%에 달한다. 남해화학 주주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2만여 명의 소액주주들은 패닉에 빠졌다. 

 국내 1위 비료업체 남해화학(사장 강성국)이 직원의 배임·횡령 혐의로 상장 폐지될 위기에 몰렸다. 지난달 29일 남해화학은 임원 조모씨가 43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혐의를 받고 있다고 공시했다. 조씨는 유류사업본부장으로 미등기이사다.

같은 날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원곤)는 430억원 규모의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남해화학 임원 조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가짜 알면서도…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해 6월 경인에너지 정모 대표가 신한은행에서 발급받은 것처럼 꾸민 지급보증서가 허위임을 알고도 이를 담보로 400억여원 규모의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을 이 회사에 공급해 2억6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정상적인 절차 없이 지급보증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신한은행과 기업은행 지점장 2명도 구속 기소된 상태다.

지급보증은 거래 상대에게 줘야할 채무의 지급을 금융회사가 보증하는 대신 금융회사에 수수료를 내는 계약이다.

사건은 신한은행이 지난 5월 위조된 지급보증서가 남양주시 신한은행 호평지점에서 제출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금융감독원에 이를 보고, 감사에 착수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금감원은 지난 9월 이 같은 사실을 적발, 신한은행 전 지점장 박모씨 등 전·현직 직원 5명을 징계했으며 37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현재 조씨가 챙긴 2억6000만원에 대해 경인에너지가 서류위조를 묵인한 조씨에게 준 일종의 뇌물로 판단하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남해화학 주권에 대한 매매거래를 정지시키고 상장폐지 실질 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한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남해화학이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론나면 그로부터 일주일 이내에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되며 실질심사가 필요 없다는 결론이 나면 매매 거래는 즉시 재개된다.

과거에는 배임·횡령에 대해 확정 판결이 나면 매매정지를 했지만 지난해 4월부터는 통상 자기자본금의 5% 이상의 횡령 혐의가 발생하는 것만으로도 매매거래 정지가 가능해졌다. 430억원은 남해화학 자기자본의 11.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여기에 남해화학은 1995년부터 2010년까지 농협중앙회 비료 입찰에서 다른 비료업체와 가격을 담합한 사실이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5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바 있어 기업 이미지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비료값 담합에 배임·횡령까지 "내부관리 허술"
자본 12% 증발…상폐 위기에 2만 소액주주 패닉

전문가들은 지난해 4월 거래소 규정 강화 이후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던 한화, 하이마트, 마니커, 보해양조가 폐지 위기를 모면했던 점을 들며 상장폐지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상장폐지 시 소액주주의 극심한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감독당국도 상장폐지를 쉽게 결정키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주가 하락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여 소액주주의 피해가 없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비료값 담합으로 문제를 일으킨 것도 모자라 배임·횡령 문제까지 터졌다"며 "회사가 반성은커녕 주주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 200 편입 종목인 남해화학의 급작스러운 매매정지에 소액주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상장폐지 여부가 판가름 날 때까지 주식거래를 하지 못하는 데다 상장폐지될 경우에는 보유하고 있던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되기 때문이다. 매매거래 정지 소식이 알려진 뒤 남해화학은 개인투자자들의 문의 전화와 직접 찾아와 항의하는 주주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와 관련 남해화학 관계자는 "이미 거래소에 관련 자료 제출을 마쳤다"며 "상장폐지 가능성은 100% 없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관련 사업을 담당하던 조씨가 신한은행 지점장과 짜고 임의로 신한은행 명의로 보증을 선 뒤 외상 채무를 받은 것"이라며 "신한은행 지점장도 범죄를 저지른 것이기 때문에 은행 측에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남해화학의 최대주주는 농협경제지주로 지분 56%를 보유하고 있으며 소액주주 2만8709명이 총 2012만8546주를 보유해 지분율이 40.52%에 달한다. 이 외에 남해화학 임원인 박채홍 조업기술상무이사 공장장과 홍태규 관리상무이사가 각각 1만7500주(0.04%), 1만950주(0.01%)를 갖고 있다.

거래정지 전 남해화학의 시가총액은 4908억원이며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63억4000만원, 지난해에는 영업적자 75억원을 기록했다. 올 봄 전 세계적 가뭄으로 비료주가 동반상승하며 한때 1만2000원까지 올랐던 남해화학의 거래정지 당시 가격은 9880원이다.

주가 하락 불가피

남해화학은 지난 1974년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 방침에 따라 전남 여수에 설립된 국내 비료 1위 업체다. 국내시장 수요의 약 50%를 생산·공급하고 있고 세계 10여 개 나라에 연간 3억달러 이상, 약 60만 톤의 비료를 수출하고 있다. 1995년 증권거래소에 주식이 상장됐으며 1999년부터는 농약사업, 2003년부터는 주유소 사업을 시작해 당사의 폴사인을 내건 주유소 개장을 시초로 자영, 농협 및 직영 주유소를 운영 중이다. 현재 비료사업부, 화학(황산)사업부, 유류사업부로 구성돼 있고 연간 129만 톤의 황산 생산시설 및 연간 34만 톤의 인산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액은 1조5000억원이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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