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한전 '제식구 감싸기'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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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은 한전 '제식구 감싸기'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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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는 게…신의 직장은 철밥통 편

[일요시사=경제팀] 평균 근속년수 18년. 가히 '꿈의 직장' '철밥통'이라 할만하다. 한국전력공사 얘기다. 그런데 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수상한 구석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1억원을 뇌물로 받아 챙겼다는 의혹이 있는데도 가벼운 처벌로 내부 종결하고 검찰 수사 대상 직원들은 3개월이 넘게 자리를 보전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한국전력 1·2급 임직원들이 장비 납품 업체로부터 각종 사례비 명목으로 수천만원씩을 받아 챙기다 지난 5월 말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매달 150만∼200만원씩을 뇌물로 받았고 한전 내부정보를 알려준 대가로 외상 술값과 명절 선물비를 대납시키기도 했다.

지난 5월31일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납품 업체로부터 2000만∼5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2급(부장급) 직원인 최모 서울본부 팀장과 이모 동부지사 배전관리팀장 2명을 구속하고 1급(처장급) 임원 지모 설비진단센터장과 선모 본사수급팀장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명절 선물비 대납

검찰에 따르면 불구속 입건된 지씨와 선씨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장비 납품 업체 허모  대표로부터 초음파진단기를 수의 계약하도록 도와주거나 해외에 수출할 수 있도록 홍보해주고 사례비 명목으로 2000만∼5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최씨와 이씨는 한전과 공동으로 진단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허 대표로부터 매달 월급 형태로 150만∼200만원씩 모두 30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 중 일부는 한전 내부의 각종 정보를 제공해주고 허 대표에게 외상 술값과 명절 선물비를 대신 내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고 선씨와 최씨는 각각 서울본부 판매 사업실장과 진안 지사장으로 발령났고 즉각 혐의를 시인, 지난 6월4일 해임 조치됐다. 성동지사 점검팀으로 발령난 지씨와 동부지사 배전관리팀장 자리를 보전한 이씨의 경우, 혐의를 끝까지 부인하다가 지난 9월28일 법원 최종 판결 이후 10월16일 해임 조치됐다. 혐의를 시인하거나 법원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정상적으로 월급을 받으면서 한전에서 둥지를 틀고 있던 셈이다.

한전 관계자는 "정상적인 처벌 조치"라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선 전 처장과 최 전 부장은 혐의를 시인해 즉각 해임 조치했고 지 전 처장과 이 전 부장은 혐의를 시인하지 않아 회사 차원의 징계를 할 수 없었다"며 "법원 최종 판결이 나오고 적절한 절차에 따라 해임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내부에서 실시한 감사에서도 직원들은 물론 관련업체들에게 경미한 처벌로 일관했다.

지난 2011년 8월 중순경 한전 본사 감사팀은 당시 장모 신안지점 지점장과 신안지점의 단가계약 4개 업체들과의 금품결탁 의혹을 자체 인지하고 감사반이 직접 신안지검을 방문해 목적감사를 했다.

1억 받든 전기 훔치든 최고징계 '정직'
비리구속 임직원 자리보존 봐주기 의혹

본사 기동감사팀의 감사까지 이뤄졌고 D전력, B전기, U전력, T전력 이상 4개의 업체들이 각각 2500만원씩을 걷어 당시 한전신안지점 최모 배전차장을 통해 당시 지점장인 장모 지점장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적발했다.

하지만 한전은 장 지점장에게는 정직 3개월, 최 배전차장에게는 견책 등의 가벼운 처벌로 내부 종결시켰다. 관련업체들에게는 아무런 처벌이 없었다.

이에 대해 한전 기동감사팀 관계자는 "풍문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신안지점의 뇌물 수수 의혹을 인지하고 본사차원의 감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감사 결과 수수한 금액이 1억원이 아닌 200만∼250만원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전 내부 규정 상 300만원 이하의 금액을 수수했을 경우 정직 3개월의 처벌이 내려지도록 되어 있다"며 "규정에 맞는 처벌을 했다"고 주장했다.

전기를 도둑질한 한전 직원들에게도 '제 식구 감싸기'는 이어졌다. 지난달 열린 한전 국정감사에서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2010년∼2012년 6월까지 소속 직원 위약 적발 및 조치 현황'에 따르면 한전 임직원 및 검침원이 지난 2년 반 동안 전기사용량 등을 조작해 전기요금을 면탈해 적발된 사례가 총 13건에 달하고, 이로 인해 11명이 징계처분을 받았다.

광주 동구의 한전 직원은 2011년 말까지 무려 10년 동안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 저렴한 일반용 전기를 주택용으로 사용해 왔는데도 징계는 정직 3월에 불과했다.

주택용 전기에 비해 36% 수준의 저가로 공급되는 농사용 전기를 주택으로 끌어와 사용하는 수법으로 적발된 사례도 3건이나 됐지만 이에 대한 징계는 정직 6월(2건), 감봉 6월(1건)에 불과했다. 한전은 감봉 징계로 인한 급여 불이익이 1/60 감액 지급에 불과해 사실상 징계의 효과가 미미하다. 이는 전력 관련 기관 중 가장 낮은 불이익 수준이다.

이밖에도 한전 직원들은 지하에 매설된 케이블을 무단 연결해 전기를 빼가거나, 계기를 건너뛰고 전선을 연결하는 방식의 전기 도둑질 행위를 한 것으로 밝혀졌고 심야전력 타임스위치를 조작하거나 사용량이 과소 측정되도록 하는 등의 수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전은 무려 119회에 달하는 검침을 시행하면서도 불과 7차례의 위약행위를 적발하는데 그쳤고 동료 검침원들은 이들의 불법 사용을 내부적으로만 통보하고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도덕 불감증 만연

이 의원은 "한전 직원이 직업적 전문성을 활용해 전기를 도둑질한 것은 업무상 횡령과 배임에 해당해 민간 기업에서는 즉각 고발조치 했을 사건임에도, 자체 징계수위는  감봉, 정직 등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했다"며 "한전의 자체 위약적발 점검 시스템은 사실상 무용지물임이 드러났고, 동료직원들은 전기도둑질을 눈감아주는 등 공사 전반에 도덕불감증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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