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풍 혁신' LH 사옥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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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 혁신' LH 사옥 딜레마

일요시사 0 2309 0 0

부실덩어리 빚쟁이 주제에 '허세 작렬'

[일요시사=경제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옥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매각에 나선 분당 사옥과 오리 사옥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고, 인천 구월 사옥과 만수 사옥은 세입자 모시기에 전전긍긍이다. 그런데도 LH는 진주에 공사비만 4000억원이 넘는 신청사를 지을 예정이다. LH의 현재 부채는 130조원. 호화사옥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14년 말 진주 혁신도시 이전을 앞두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4000억여원의 천문학적인 비용을 신사옥 건립에 쓸 예정이어서 '호화사옥'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신청사보다
비싼 진주 신사옥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조현룡 새누리당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직원 1423명이 사용할 LH 진주 신사옥 건설에 드는 건설비용은 공사비 3540억원, 설계비 100억원, 부지매입비 530억원 등 모두 417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직원 1만여 명이 사용하는 서울시 신청사 공사비용 2350억원과 호화청사 논란을 불러일으킨 경기 성남시청 건설비 1540억원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다.

지난해 5월 정부가 발표한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LH는 현 경기 성남 분당 사옥에서 진주혁신도시로 이전이 결정됐다. 2013년 12월 준공예정이며 현대건설과 계룡건설, 도원이엔시, STX건설, 중앙건설이 시공한다. 대지면적은 9만7125m²(약 2만9392평), 연면적은 13만9295m²(약 4만2136평)다. 현재 분당 사옥(7만2011m²)의 두 배 규모다. 철골철근콘크리트 복합구조로 지상 20층에 최고 높이는 92.65m다.

면적은 크게 늘지만 직원은 1400여 명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신사옥을 사용하는 LH 직원 1명은 평균 약 92.8m²(28.1평)의 면적을 활용할 수 있다. 올해 준공한 국회 제2의원회관의 보좌진 1인당 사용면적 55.5m²(16.8평)보다 넓다. 행정안전부의 '정부 사옥관리규정'은 공무원 1인당 사무실 면적을 7∼17m²으로 제한하지만 공기업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특히 업무시설 외에 헬스장과 수영장, 체육관 등이 들어서고 옥외에는 인조잔디축구장과 농구장을 들일 예정이다.

130조 빚더미 불구 진주 4000억 호화사옥 건립 
인천 만수·구월 사옥 세입자 모시기 전전긍긍

이지송 LH 사장은 취임 이후 LH의 부채를 줄이기에 앞장서 왔다. "국민에게 사랑받는 공기업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말은 이 사장의 단골 멘트였다. LH는 총 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30조7511원으로 공기업 중 가장 많다. 올해 안에 갚아야 할 돈만 약 13조3000억원으로 예상된다.

김관영 민주통합당 의원은 LH 국감에서 "LH의 부채는 330조의 공기업 부채 중 40.3%를 차지하고 446조의 국가채무와 비교해보아도 약 30%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이라며 "이것이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가는만큼 LH의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문제접근과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신사옥 건립계획을 보면, 7개 이전 기관 중 LH공사비가 제일 높다"고 지적하며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생각하면 언제 매각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현 사옥이 팔리지 않는다면 결국 빚을 낼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회사채를 발행해 돈을 빌려와 빚을 갚아야 할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면 LH는 신사옥 건립 비용을 어디서 충당하려 하는 걸까.

LH는 현재의 사옥을 매각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실제로 LH는 분당 사옥과 오리 사옥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덩치가 너무 커 쉽게 매입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대기업 아니면
감당 힘든 매입금

LH는 2010년 3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오리 사옥을 매각한다고 밝혔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매각작업은 지지부진하다.

오리 사옥은 대지면적 3만7997m²(약 1만1494평), 연면적 7만2011m²(약 2만1783평) 규모로 본관은 지하 2층~지상 8층 구조이며 별관은 지하 2층~지상 4층의 규모다. 2010년 첫 매각공고를 낼 당시 감정가액은 4014억으로 책정됐지만 오리역과 불과 50m 남짓한 거리에 있고 주변의 아파트, 상가 단지 등 유동인구가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실제 매각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매입대금은 대기업 정도가 아니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또한 서울공항 고도제한이 부분적으로 풀리면서 향후 개발 사업성은 좋아졌지만 기피시설인 하수종말처리장이 사옥 동쪽에 위치해 있고 사옥이 위치한 곳이 제1종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용도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큰 걸림돌이다. 지근거리에 위치한 판교신도시에 비슷한 용도의 업무·연구시설이 많다는 점 역시 매각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러한 단점 때문에 오리 사옥은 2010년 3월과 4월 두 번 모두 유찰이 된 상황으로 LH는 수의계약을 추진 중이다.

매각 대상 사옥
텅텅 비어있는 상태

현재 LH본사로 사용 중인 정자동 옛 토공 사옥 역시 약 4000억원대에 이르는 높은 감정 가격이 발목을 잡고 있어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몇몇 기관들이 매입을 위해 가격을 타진하고 있지만 경기도가 광명·시흥 보금자리주택지구를 추진하면서 2000억원대의 농지보전부담금을 체납했다는 이유로 LH 정자 사옥에 대해 부동산 압류에 들어가기로 해 LH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는 광명·시흥보금자리주택지구에 대한 농지보전부담금 1994억원과 가산금 100억원 등 모두 2094억원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LH 본사 정자 사옥 등 부동산을 압류하겠다고 지난달 24일 밝혔다.

농지보전부담금은 논이나 밭을 다른 용도로 개발하려고 건축허가를 받을 때 내는 세금이다.

LH는 지난 2010년 광명시 가학동과 시흥시 과림동 일원 '광명·시흥 보금자리주택사업'을 추진하면서 광명시 599ha, 시흥시 327ha 등 모두 926ha의 농지를 택지로 전용했다. 2010년 12월13일 국토해양부로부터 지구계획을 승인고시 받았지만 LH는 토지보상 문제 등으로 사업계획조차 확정짓지 못하고 사업은 표류돼 왔다.

경기도는 지난 6월 광명·시흥 보금자리주택지구 중 926ha에 대해 농지보전부담금 1994억원을 사업시행자인 LH에 부과했다. LH는 9월20일인 1차 납부기한과 10월9일 2차 납부기한을 어겨 가산금 100억원이 추가 발생돼 부담금이 2094억원으로 늘어났다.

LH는 사업이 시작되지도 않는 지구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기도는 부동산 압류 추진에 대해 강경입장을 굽힐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농지부담금은 2010년 12월13일 국토해양부로부터 지구계획을 승인고시 받고 난 후 부과·납부하도록 법규상에 나와 있다"면서 "이미 두 차례나 납부 기한을 연기해 줬지만 사업을 차일피일 미루며 자금 마련을 못한 것은 LH 쪽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농지부담금이 납부되지 않을 시 본사 사옥 압류조치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안 팔리는데 압류까지…"
오리·정자 사옥 새주인 찾기 골머리

LH가 인천지역에 보유한 구월 사옥, 만수 사옥, 논현 사옥도 문제다. LH인천지역본부는 현재 남동구 구월동(지하 4층~지상 11층), 만수동(지하 1층~지상 6층), 논현동(지하 3층~지상 12층)에 사옥을 보유하고 있다. 추정가격은 구월동 사옥이 580억여원, 만수동이 100억여원, 논현동이 1150억여원이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통합하기 전 구월 사옥은 토공 인천지역본부가, 만수 사옥은 주공 지역본부가 사용했다. LH로 통합한 뒤 주공은 만수 사옥을 비우고 구월동 토공 사무실로 이동했다.

2010년 9월 1000여억원을 들여 완공된 논현 사옥은 올해 8월 말이 되어서야 LH가 구월동 사무실을 비우고 이전하면서 약 2년여 만에 채워졌다. 현재 만수 사옥과 구월 사옥은 비어있는 상태다.

LH는 지난해 7월과 8월 만수 사옥 매각 공고를 냈지만 모두 유찰됐다. 이후 만수 사옥을 교회로 쓰겠다는 이들과 계약 조건을 대폭 완화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매각 작업을 진행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에는 구월 사옥 매각을 추진했지만 매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애초 LH는 논현 신사옥으로 옮기면 '적자 공기업이 호화 청사에 입주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어 구월 사옥이 아닌 논현 신사옥을 매각하려했다. 하지만 논현 신사옥은 LH에 맞게 설계되어 부동산을 사려는 이들이 없었다.

결국 LH는 만수 사옥과 구월 사옥의 전체 임대를 최근 결정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어렵다. 먼저 7∼9층(전용 607.79㎡) 기준으로 임대보증금이 11억8100만원에 1㎡당 월 관리비가 6000원(VAT 별도) 수준이다. 또 법인에 한정시킨 까다로운 입주 자격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임대공간이 총 8개 층에 1만1000여㎡(공용 포함)로 워낙 방대하다.

LH가 2009년 말부터 매각을 추진한 사옥은 ▲서울 대치 사옥 ▲부산 개금 사옥 ▲인천 만수 사옥 ▲수원 인계 사옥 ▲강원 원주 사옥 ▲충북 우암 사옥 ▲대전 둔산 사옥 ▲광주 치평 사옥 ▲대구 침산 사옥 ▲창원 용호 사옥 등 10개. 2010년 매각 공고된 사옥은 분당 오리 사옥을 포함 ▲전북 효자 사옥 ▲인천 논현 사옥 ▲전남 중흥 사옥이다. 이 가운데 서울 대치 사옥은 식품업체 오뚜기에, 수원 인계 사옥은 대한지적공사에 각각 매각됐고 나머지 지방 사옥들은 LH가 다시 쓰고 있거나 임대 혹은 텅텅 비어있는 상태다.

매각 대상
8개 사옥 방치

이와 관련 LH국감에서는 신사옥 건립과 기존 사옥 매각에 대한 비판이 줄을 이었다.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은 "LH는 중복자산 매각, 운영비감소를 통한 비용절감을 위해 15개의 중복사옥 매각 완료 시 6658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으나, 부동산경기침체로 인해 중복사옥 매각은 현실적으로 곤란한 상태"라고 지적한 뒤 "신사옥건설에 3540억원이라는 비용을 들이는 것은 과연 비용절감의 노력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임내현 민주통합당 의원은 "LH의 부채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부채경감대책 자구노력도 매우 미흡하다"며 "LH의 매각 대상 사옥 가운데 8개 사옥이 몇 년째 매각도 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한종해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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