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좌불안석'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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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좌불안석'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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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회장님은 돈 퍼주고 사모님은 빚 떠안고

[일요시사=경제1팀] 최근 빗나간 자식사랑으로 눈총을 받는 오너가 있다. 계열사를 통해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에 거액을 빌려준 데 이어 모든 채무까지 떠안았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얘기다. 남 눈치 보지 않고 신나게 퍼주던 이 회장이 좌불안석이다. 공정위가 기업 간 편법 채무보증 실태 파악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국내 63개 대기업들의 자금보충약정 실태 파악에 나섰다. 지난 7일 공정위에 따르면 현재 상호출자·채무보증 제한 기업집단을 상대로 지주사와 계열사, 계열사와 계열사, 계열사와 비계열사 간 자금보충약정 현황에 대한 자료를 제출토록 요구했다.

공정위 칼 어디로?

자금보충약정이란 자회사나 계열사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해당 자금을 지주사나 모회사가 대신 떠안는 보증계약이다. 하지만 자금보충약정은 금융감독원의 공시의무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까지 정확한 실태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또한 이를 막을 법적 근거도 없다.

이번 공정위의 자금보충약정 실태 파악은 웅진그룹 사태가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웅진그룹의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가 지난달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유가 계열사인 극동건설과의 자금보충약정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자금보충약정에 대한 법적 제한 근거 마련도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공정위의 결정에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빗나간 자식사랑이 재차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이 계열사를 통해 막내아들 성한씨가 대표로 있는 부영엔터테인먼트(부영엔터) 지원에 발 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부영엔터는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부채총계(69억7100만원)가 자산총계(35억6800만원)의 2배에 달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황이다. 작년 매출액은 6억3200만원이었지만 20억6200만원의 영업적자와 23억28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부영엔터에서 제작한 영화 <히트>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관객수는 11만여 명에 그쳤다. 2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점을 감안하면 손익분기점도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지난 2007년 제작된 성한씨의 첫 작품인 <스페어>는 관객수가 4만5290명에 그쳤고, 2009년 작품인 <바람>도 15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했지만 10만여 관객만을 동원했다.

부영엔터는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부영그룹 계열사인 동광주택에서 매달 5억원씩 총 35억원의 운영자금을 빌렸다. 당초 연이자 5.5%에 1년 뒤 갚는 조건이었지만 올해 6차례에 걸쳐 차입금 전액의 만기를 1년 더 연장했다.

자본잠식 아들 회사 계열사 통해 지원
편법 채무보증 공정위 조사에 '화들짝'

그렇다고 동광주택 사정이 좋은 것은 아니다. 지난해 283억4900만원의 영업손실과 222억83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주목해야할 점은 동광주택 대표이사가 이 회장이라는 점이다. 회사 사정과는 상관없이 막내아들이 운영하는 회사에 돈을 몰아준 셈이다.

이 회장의 자식사랑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예 부영엔터의 빚을 모두 떠안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부영엔터는 성한씨가 100% 보유 중인 주식 2만 주를 부영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 대화기건에 무상양도했다. 부영엔터가 지난 2년간 자본잠식 상태라는 이유로 상속세 및 증여세는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성한씨는 부영엔터 최대주주 자리를 박탈당했지만 실질적인 경영권은 유지했다.

이 회장의 부인 나길순씨가 최대주주(40%)인 대화기건은 지난 1998년 설립 이후 자본금 6억원, 지난해 기준 매출액 137억원, 영업이익 20억원, 직원 12명 규모의 알짜 회사다. 결국 '아빠'는 돈을 빌려주고 '엄마'는 빚을 떠안아준 셈이다. 대화기건은 부영엔터의 최대주주가 된 이후 지난 8월 말 신주 발행을 통한 유상증자로 부영엔터에 45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부인의 일감을 아들에게 몰아주기도 했다. 대화기건이 영화 및 광고물 제작과 광고대행업을 사업 내용으로 공시하기도 했지만 실제 그룹 차원의 광고·영상 일감은 부영엔터로 몰렸다. 부영엔터는 부영주택을 상대로 해외홍보영상물 촬영과 기증사업 광고를 따내 작년 한해 동안에만 34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심지어 부영엔터가 사무실로 사용하는 서울 양천구 목동 건물도 그룹 계열사인 부영주택 소유다. 보증금 1억원에 연간임차료는 고작 1100만원이다. 일각에선 성한씨의 신작이 발표되면 부영그룹 직원들이 직접 나서서 영화표와 DVD를 구매하기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별다른 사업적 효과를 보지 못하는 영화사업에 부영이 지속적인 투자를 하는 이유는 '아들 회사'라는 것 밖에 없다"며 "비상장계열사라는 점을 이용해 아들을 도운 게 아닌가 라는 의혹이 든다"고 전했다.

동광주택의 한 관계자는 부영엔터 대출 건에 대해 "이자는 제대로 내고 있다"면서 "당연히 갚아야 할 돈이고, 우리도 대여금 회수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투명성 결여

부영그룹은 주택건설 및 임대주택업을 주업으로 하는 재계서열 19위(공기업제외·2012년 기준)에 계열사 17개를 보유하고 있는 중견그룹이다. 지난해 무주리조트와 제주 앵커호텔을 인수한데 이어 최근에는 삼환기업이 보유한 1700억규모의 소공동 땅 인수에 나섰을 정도로 현금을 많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이한 점은 계열사 전부가 비상장사라는 것. 공정위는 지난 8월 '2012년 대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및 소유지분도 분석결과'를 발표하면서 "부영은 기업공개비율이 낮은 집단 1위를 차지해 투명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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