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없는 알뜰주유소 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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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없는 알뜰주유소 X파일

일요시사 0 1127 0 0

밑 빠진 독에 기름 '콸콸콸'

[일요시사=사회팀] 국제유가가 치솟으며 기름값이 상승하자 정부는 '알뜰주유소'를 내놨다. 석유공사와 농협이 기름을 대량 사들여 가격을 낮춰보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공급가를 낮출 수 있는 석유 공급 체계를 갖추지 않은 채 서둘러 정책을 추진하다보니 허점투성이다. 알뜰주유소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살펴봤다.

지난해 기름값이 치솟자 이명박 대통령이 던진 "기름값이 묘하다"는 한마디에 지경부가 서둘러 기름값 안정화 대책으로 야심차게 내놓은 알뜰주유소가 제도시행 1년도 안 돼 삐걱거리고 있다. 값싼 기름을 공급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정작 현실은 알뜰주유소의 석유제품 공급가격이 저렴하지 않아 기름값 인하로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품질 미달의 기름을 유통시켜 행정처분을 받는 알뜰주유소가 여기저기 발생하는가 하면 '알뜰'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비싼 기름값도 문제다. 결국 알뜰하지 못한 알뜰주유소는 소비자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실정이다.

'알뜰' 맞아?

정부의 알뜰주유소 정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지난해 7월 SK에너지와 GS칼텍스 등을 비롯한 민간 정유사들의 기름값 100원 인하 기간이 끝나자, 정부는 서둘러 '대안주유소'의 도입을 통해 일반 주유소보다 싼 가격에 기름을 공급하는 방안으로 알뜰주유소를 내놓았다.

지난해 농협 알뜰주유소가 등장했고 올 3월부터 자영 알뜰주유소와 EX(고속도로) 알뜰주유소가 가세해 전국적으로 3개 운영체제별로 영업 중에 있다. 당초 석유공사와 농협이 대량구매해 구매단가를 인하하고 이러한 비용절감을 통해 가격인하를 하겠다는 것이 알뜰주유소 출발개념이었지만, 현재 실상은 유종별로 운영주체별로 천차만별이 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이라고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정유사들이 알뜰주유소에 기름을 싸게 공급하면 폴 주유소가 반발하는 것은 물론 자사의 이익도 줄어들기 때문에 정유사들이 일반주유소와 거의 비슷한 가격으로 알뜰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정유사로서는 알뜰주유소보다는 자기 상표를 달고 기름을 파는 자사 주유소를 더 챙겨줄 수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전문가들은 정부가 새로운 석유제품 공급 체계를 갖추지 않은 채 서둘러 정책을 추진하는 바람에 알뜰주유소가 기본적인 첫 단추부터 잘못 꿴 채 출발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알뜰주유소의 가격 할인 폭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해외에서 석유제품을 직수입해 국내 정유사보다 싼 가격에 공급하는 등의 제도를 동시에 마련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첫 단추부터…' 막 밀어붙인 주먹구구 정책
공급가격 일반주유소와 차이 없어 유명무실

현재 석유공사와 농협은 중부권에는 현대오일뱅크로부터, 호남·영남권에는 GS칼텍스로부터 정유를 공급받아 재판매 하고 있다. 정부 시책에 따라 1차 공급가격에서는 일반 주유소에 비해 가격이 소폭 낮아도 다양한 카드나 제휴사의 할인혜택 등을 적용하면 실제 판매 가격은 별반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지난 8월 서울지역 최초로 알뜰주유소로 전환했던 금천구 시흥동의 '형제주유소'가 경영난에 문을 닫으며 알뜰주유소 정책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반경 2㎞ 안에 20여 개의 주유소가 밀집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통에 형제주유소의 휘발유 판매 가격은 인근 주유소와 거의 비슷하거나 L당 10원 정도 싼 수준에 불과했고 접근성까지 낮아 경영난까지 가중된 것이다.

알뜰주유소 중에는 기존 주유소보다 오히려 비싼 곳도 있었다. 소비자에게 싼 값으로 제공하는 것도 아니면서 업주는 업주대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알뜰주유소는 업종 간 경쟁만 심화시켰고 소비자에게는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한 셈.

이처럼 알뜰주유소의 석유제품 공급 문제에 대한 지적이 늘자 지난달 정부는 "올해 안에 해외에서 석유제품을 직수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언제쯤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구조부터 잘못

그럼에도 현재 전국의 알뜰주유소 수는 정부가 당초 목표로 했던 700개를 돌파했다며 정부는 79억원의 시설개선자금을 지원해 올해 안에 알뜰주유소를 1000개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정부가 알뜰주유소 정책을 제대로 된 검증이나 합리적인 운영방안을 완성하지 못한 채 성급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알뜰주유소 한 업주는 "정유사와 가격 경쟁을 붙인다고 도입한 알뜰주유소가 정작 기름을 정유사로부터 공급받고 있는데 제대로 싸움이 될 리가 있겠느냐"며 "신용카드 수수료나 인건비 등으로 나가는 비용을 감안하면 이렇다 할 이익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방식으로는 애당초 목표로 잡았던 기름값 100원 내리기는 고사하고 버티기조차 힘들다"고 하소연 했다.

김민석 기자 <ideaed@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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