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무쌍' 휴대폰 삐끼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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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무쌍' 휴대폰 삐끼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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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질 여성만 노리는 '변태 폰팔이'

[일요시사=사회팀] "왜 이래요? 손 좀 놔주세요!"
휴대폰 판매점이 밀집된 거리에선 호객꾼에게 끌려가는 여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부 호객꾼들은 지나는 여성의 길을 막은 채 손목을 잡고 놔주지 않거나 몸을 밀착해 허리를 감싸는 등 성추행 수준의 행위까지 벌인다. 위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강매하는 사건도 끊이지 않는다. 강제로 끌려가 고가의 스마트폰을 강매당한 양모씨도 피해자 중 1명이다.


부산 남구 대연동 대학가의 휴대전화 판매점들은 악명이 높다. 휴대전화 판매 호객꾼들이 여성들만 골라 대놓고 손목을 잡고 판매점 안으로 끌고 가는 것은 예사고 어깨동무를 하거나 남자 여럿이 몸을 껴안다시피 하기도 한다. 또 매장 안으로 끌려간 여성들은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강매에 시달린다.

강압 분위기 조성

평소 낯을 가리는 성격에 왜소한 양모(23)씨는 호객꾼들의 좋은 표적이 됐다. 양씨는 지난달 29일 저녁 5시께 아이폰4 블랙 모델을 만지작거리며 경성대 부근에 있는 SK텔레콤 PMS 본점 앞을 지나다 봉변을 당했다.

한 호객꾼이 "폰 뭐 쓰고 있나, 폰 한번 보자"며 다짜고짜 양씨를 매장 안으로 잡아끌었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직원은 양씨가 들고 있던 아이폰4를 빼앗아 자기 주머니에 넣어 버렸다. 양씨는 "지금 집에 가야 한다. 돌려 달라"고 저항해봤지만 막무가내였다.

매장 안에서 양씨는 직원의 설명을 계속 들어야 했다. "폰을 바꿀 생각이 없다. 폰을 돌려 달라"고 말해도 소용없었다. 직원은 양씨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기기와 위약금, 요금제 등을 설명했다. 설명이 끝날 때까지 양씨의 휴대전화를 돌려주지 않았다.

양씨는 일단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에 "그럼 한번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화근이 됐다. 직원의 의도대로 끌려가기 시작한 것. 직원은 "그건 네가 생각할 문제가 아니고 내가 생각할 문제" 등의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여놓으며 구매를 강요했다. 한참을 듣던 양씨가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직원은 양씨의 손목을 잡아끌어 자리에 주저 앉히기까지 했다.

결국 지친 양씨가 "어떤 모델에 관심이 있느냐"는 직원의 질문에 "갤럭시S3 핑크가 예쁘더라"고 답하자 직원은 다짜고짜 갤럭시S3 신품을 꺼내오더니 포장 케이스를 뜯은 후 양씨에게 내밀어 만지게 했다. 양씨가 구매의사를 보이지도 않았는데 계약서 작성도 시작했다. 포장 케이스를 뜯고 만지게 해 구매할 수밖에 없게 만든 것. 이후 양씨는 "당시 직원의 강압적인 태도 때문에 그 상황을 빨리 빠져나가고 싶었을 뿐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기기변경 계약서를 작성할 때도 직원의 안하무인 태도는 이어졌다. 자세한 요금을 설명해주지 않은 채 위약금과 남은 할부금 36만원을 내줄 테니 아이폰4 기기를 반납하라고 강요했다. 양씨는 이마저도 거부하지 못하고 아이폰4도 헐값에 반납했다. 반납금액 29만원도 현금으로 돌려받은 것이 아니라 아이폰4 할부금을 갚는데 들어갔다.

계약서인 단말기 변경신청서 내용은 더 황당했다. 위약금과 기기 잔여할부금 36만원을 매장 측에서 부담한다고 했지만 아이폰4 반납값 29만원을 차감하면 매장에서 부담한 잔여할부금은 7만원에 불과했다. 말을 바꾼 것이다.

판매점 간 막장경쟁 막무가내 호객행위 기승
은근슬쩍 성추행…폰 뺏은 후 신제품 강매

계약 내용도 두 달 동안 'LTE72요금제'를 강제 받은 후 'LTE52요금제'로 변경해야 했고 약정 24개월, 기기 할부 30개월, 할부원금 99만4400원으로 바가지가 씌워져 있었다. 부가서비스조차도 '마이스마트콜' 2000원에 '컬러링서비스' 900원이 매달 청구되도록 돼 있었다.

계약서대로면 매월 기기값 3만2000원, 통신요금 5만2000원에 부가서비스 요금까지 기본납부액만 9만원에 육박했다.

자초지종을 듣게 된 양씨의 후배 서모(20)씨는 분통을 터트렸다. 서씨는 자신이라도 나서 양씨가 입은 피해를 보상받아야겠다고 마음먹고 양씨와 함께 매장을 방문했다.

매장 측은 처음엔 강매한 적이 없다고 시치미를 떼다 서씨가 고객센터 측에 문의하자 그제서야 개통철회를 수용했다. 하지만 기기반납 된 아이폰4는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해당 직원은 "반납된 아이폰4를 그날 팔아서 지금쯤이면 해외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서씨는 "개통철회는 14일 이내라면 가능한 것인데 당일 반납기기를 팔아버린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기존에 쓰던 아이폰4를 돌려받을 수 없게 되자 서씨는 아이폰4 출시 금액으로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매장 직원은 "삼성전자 측에서 휴대폰 환불이 불가하다는 공문서가 왔다"며 "다른 기기들은 돼도 삼성 기기만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서씨가 다시 고객센터에 연락을 취하자 매장 측은 아이폰4 중고기기를 구해 보상해주겠다고 뒤늦게 나섰다. 화가 단단히 난 서씨는 강매에 의한 정신적 피해보상까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워 개통철회와 구매 당시 금액 환불을 요구했다. 결국 양씨는 아이폰4 출고가에서 29만원을 뺀 52만원을 받고 합의했다.

대리점 관계자는 "해당 매장은 SK텔레콤 대리점이 아닌 대리점으로부터 위탁받아 판매하는 판매점"이며 "서로 실적 경쟁을 하느라 과도한 호객행위가 벌어진 것 같다"고 해명했다.

통신사 측은 "물의를 일으킨 지점은 본사 대리점이 아닌 판매점으로 피해받은 부분에 공감하지만 직접적인 제재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며 "대리점은 전속계약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판매점은 대리점과 자유로운 계약관계에 있어 사실상 관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한 누리꾼은 "여자 후배가 바보같이 폰 강매 당했다고 울고 있기에 자초지종을 물어 보니 양씨 경우처럼 계약서 작성할 때까지 휴대전화를 돌려주지 않았다"며 "계약서에 수작을 부려 환불하지 않겠다는 이상한 '특약'까지 만들어놓았더라"고 황당했던 경험을 전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남자라서 끌려가 본 적은 없지만 여동생의 말을 들어보면 손목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잡는다"며 "여성분들 모두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절도나 다름없어

이외에도 "저건 절도행위나 다름없다" "저 매장 유명하다" "여성분들 폰 판매직원이 신체 부위를 잡으면 무조건 경찰에 신고하라" "매장에서 나가려다 팔을 잡아당겨 팔 인대가 늘어나 고소했다"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김민석 기자 <ideaed@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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