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하기 싫은 군소후보들 '속사정' 엿보기

한국뉴스


 

완주하기 싫은 군소후보들 '속사정' 엿보기

일요시사 0 704 0 0
 

▲왼쪽으로부터 강지원 심상정 이정희 후보


오라는 곳은 없고…"누가 나 좀 말려줘요"

[일요시사=정치팀] 제18대 대선을 고작 한 달여 남겨둔 지금, 대선정국은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등 이른바 '빅3' 후보들의 각축전으로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대선일이 다가올수록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 바로 군소후보들이다. 호기롭게 대선판에 뛰어들었지만 대선이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이들은 초조하기만 하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완주하기 싫은데 어쩌지?"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요즘 정치권에선 군소후보들의 한숨이 들려오고 있다. 호기롭게 대선판에 뛰어들었지만 지금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등 이른바 대선 빅3 눈치보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빅3 중 누군가가 자신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주길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초라한 지지율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후보는 지난 10월14일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99% 국민을 위해 싸우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 후로 한 달이 지났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심 후보의 지지율은 1%에도 못 미치며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고 있다.

다른 군소대선후보들 역시 마찬가지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유선전화 RDD(80%)+휴대전화 RDD(20%), 신뢰도 95.0% ±2.5%)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군소후보 중 1%의 지지율을 확보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군소후보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한다 해도 그 지지율은 2.1%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될 수 있으면 완주하지 않고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모으고 싶다"는 발언이었다. 출마선언 한달 여 만에 완주보다는 단일화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매우 솔직한 발언이었지만 일각에선 대선 출마의 명분을 뿌리째 흔드는 발언이라는 비난여론도 일었다.

다른 군소후보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현재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대선예비후보는 모두 9명. 대선 빅3를 비롯해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곧 사퇴할 예정), 이정희 통합진보당 전 공동대표,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 박광수 부모교 교주, 박종선 전 삼협기획주식회사 사장, 강지원 변호사, 이건개 변호사, 김순자 전 진보신당 비례대표 후보자, 김소연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네트워크 집행위원 등이다.

박찬종 변호사는 지난 10월4일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했지만 아직까지 선관위에 후보등록은 하지 않았다. 이들 중 일부는 당선가능성에 연연하지 않고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후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초박빙 대선정국에서 자신이 캐스팅 보트를 쥘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대선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선정국이 초박빙으로 치달을수록 이들의 입지는 더욱 더 좁아지고 있다. 사표를 방지하기 위한 유권자들의 표심이 군소후보들을 외면하고 빅3 대선주자들에게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진보정당들은 최근 분당사태 등을 겪으며 전통적인 지지층인 노동계마저 등을 돌린 상황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간부들은 심상정 후보가 아니라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일부 군소후보들은 빅3로부터 이미 단일화 제의를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협상과정은 험로가 예상된다. 단일화의 명분으로 그들에게 어떠한 지분을 요구하기에는 군소후보들이 가진 지지층이 너무나 미약하기 때문이다. 

'빅3' 주도 대선에서 서러운 군소후보들 
그들만의 리그? 승부 가를 캐스팅보트?

군소후보 캠프 내부에선 이대로 가다간 대선을 앞두고 힘 한번 못써보고 자신들의 일방적인 양보로 단일화가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한 군소후보 캠프 관계자는 "단일화 제의를 받긴 했지만 우리가 느끼기엔 사실상 '싫으면 말라'는 식이라 자존심이 상했다"고 말했다.

또 선거운동이 길어질수록 선거비용은 늘어나는데 지지율이 1%에도 못 미치는 군소후보들로서는 선거비용을 보전 받을 수 있는 방법도 묘연하다. 이는 군소후보들의 대선행보가 유독 느슨한 이유이기도 하다. 빅3와 비교해 확연히 느슨한 군소후보들의 대선행보는 다시 지지율의 하락으로 이어지며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정당이 없는 일부 후보들의 경우는 3억원의 기탁금을 내야 하는 대선후보 등록일 다가오는 것도 부담이다. 이왕이면 그전에 단일화 제의를 받기를 바라는 것이다. 한편 이대로 완주할 경우 군소후보들은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된다. 만약 자신과 같은 성향의 대선후보가 패배할 경우 비난의 화살이 군소후보들에게 쏠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노회찬 의원은 완주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야권 패배의 원흉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야만 했다. 당시 오세훈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후보는 한명숙 민주당 후보를 0.6% 차이로 이기고 당선됐다. 이 선거에서 노 의원은 3.4%를 득표했다.

같은 성향의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문제다. 군소후보들의 존재감은 그만큼 더 미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소후보들로서는 실리와 명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단일화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단 대부분의 정치전문가들은 빅3 후보와 군소후보들 간의 단일화 가능성을 비교적 높게 보고 있다. 한 전문가는 "빅3 대선주자들로서는 지지율이 미미하다고 해도 이들과 단일화하는 것이 대선승률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방법"이라며 "군소후보들 역시 이를 마다할 특별한 이유가 없어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통합진보당의 경우는 특별하다. 부정경선논란과 종북논란 등을 겪으며 야권 대선후보들 사이에선 통합진보당과 단일화해봐야 역풍만 맞을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또 통합진보당의 경우는 야권단일화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긴 했지만 전문가들은 사퇴한 대선 후보에게 선거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먹튀방지법'이 통과될 경우 스스로가 단일화를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래저래 사면초가

마지막으로 한 전문가는 "문재인-안철수 후보 간의 단일화 작업이 마무리 되면 곧장 군소후보와의 단일화 논의도 본격적으로 시작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워낙 지지율 격차가 큰 만큼 그 형식은 경쟁보단 정책연대를 통한 군소후보들의 양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어 그는 "빅3와 군소후보들 간의 융합이 어떤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인가는 이번 대선의 주요 관전포인트"라고 설명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