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3년 ‘한강 전망카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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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3년 ‘한강 전망카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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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비싼 반쪽짜리 카페 누가 가겠어요”

[일요시사=경제1팀] 3년 전 한강 남북을 이어준 다리에 ‘전망카페’가 들어섰다. 서울시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든다는 계획으로 수 백억원의 세금을 들여 진행한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이었다. 그로부터 3년. 2차 사용 계약기간 입찰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특혜 의혹, 헐값 임대료, 화재 사건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강 전망카페의 성적표를 점검한다.


“한강 다리 위에서 커피 한잔 하고 갈까?”

지난 2009년 서울시가 한강을 찾는 시민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휴식·문화공간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대교 위 전망카페를 조성했다. 당시 오세훈 전 시장은 ‘한강 조망권을 돌려주겠다’며 총 사업비 227억원을 들여 다리 6곳에 7개의 한강전망카페와 공연장 2곳을 만들었다. 지난해 4월 개장한 마포대교 ‘해넘이 전망대’를 포함해 양화대교, 한강대교, 동작대교, 한남대교, 광진교, 잠실대교 등 한강 다리 위에 만들어진 ‘한강교량 전망쉼터’는 현재 총 10개다.

장점 많았지만
초기 ‘반짝 관심’

카페운영은 외부에 위탁돼왔다. 한남대교와 양화대교는 서울시 공기업인 서울관광마케팅(주)가 동작대교와 한남대교는 민간사업자 2곳((주)한드림이십사, (주)한강체인본부)이 3년간 임대해 운영해왔다.

이들 카페는 초기 빼어난 전망으로 시민들의 발길을 끌어 모았다. 접근성이 떨어지고 주차공간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데다 화장실이 건물 안에 없다는 우려가 쏟아졌지만 이용객 수는 급증했다.

날씨와 기온에 상관없이 쾌적하게 한강을 바라볼 수 있고, 카페마다 개성이 있다는 강점 때문이었다. 주말에는 500∼600명의 손님이 몰려 자리가 없을 정도였고 규모가 큰 카페의 한 달 매출은 6000만∼8000만원을 상회했다.

227억 시민 세금 투입된 대교 위 7개 전망카페
음식가격 시중과 별반차이 없어 주차비까지 따로

인기가 높아지자 음식의 종류도 더욱 다양해졌다. 커피와 음료는 물론 맥주, 요거트, 피자, 베이커리 등이 메뉴판에 등장했다. 가격은 시중과 별반 차이가 없다. 양화대교 아리따움 카페의 경우 아메리카노 3800원, 카라멜 마끼아또 5800원 등으로 커피 값이 평균 5500원 정도다. 베이커리 역시 티라미수 4800원 수제초콜릿 5500원 등으로 다른 커피 프렌차이즈 매장의 판매 가격과 비슷하다.

비교적 싼 가격이 아님에도 인기몰이를 하던 전망카페는 이후 방문객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시는 이를 우려해 주차공간을 마련하는 등 편의시설을 보완 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카페 바로 앞에 주차가 가능한 곳은 동작대교뿐, 나머지 카페는 주차장이 따로 없어 교량 아래 한강공원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게다가 카페 이용객에게도 대부분 주차비 할인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불만의 목소리는 커져 갔다. 

전망카페 방문객
최대 55% 급감

급기야 1차 임대 사업자들의 계약이 끝나고 2차 사용 계약기간 입찰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 전망카페와 쉼터 이용객은 해마다 줄어 반 토막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10개의 한강전망 카페와 쉼터를 찾은 방문객은 모두 37만3219명으로 개장 이후 가장 많았던 2010년 83만2825명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2010년 방문객을 9월 말 기준으로 산술 계산해 올해와 비교하면 41.2%나 급감했다.

동작·한강·양화대교 전망카페는 개장 후 주목을 받던 2010년에 비해 방문객이 최소 16.9%에서 최대 55%까지 감소했다. 2010년 한 해 방문객이 14만7737명이던 동작대교 구름카페는 올 들어 9월 말까지 8만2635명이 찾았고, 한강대교 직녀카페의 경우 같은 기간 4만458명에서 1만3652명으로 방문객이 크게 줄었다. 한남대교 새말카페 역시 2010년 대비 30%가량 방문객이 감소했다.

직장인 김모(29·여)씨는 “처음에 생겼을 때 호기심에 한 번 가봤지만 두 번은 찾지 않았다”며 “생각과는 달리 한강을 볼 수 없고 야경도 멋지지 않아 실망했고, 가격도 싸지 않는데 커피 맛도 없어 돈이 아까웠다”고 털어놨다.

2년 새 이용객은 절반으로…사용료는 3배로 껑충
전시성 토건사업의 일부, 애물단지로 전락 우려돼

또 다른 직장인 박모(30·여)씨는 “여름엔 그나마 몇 번 찾는 편이었지만 겨울에 다리 위 카페를 찾은 적은 없다”며 “누가 칼바람을 뚫고 한강 카페까지 가서 커피를 마시겠나. 밤에 가면 한강은 보이지도 않고 그냥 꺼멓다. 차라리 동네 카페를 찾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나마 민간 임대 시설의 경우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공공방식으로 운영 중인 광진교 하부 전망쉼터의 경우 2년 전에 비해 64.2% 감소했고, 잠실마루쉼터는 무려 81.4%나 급감했다. 일일 이용객은 지난해 문을 연 마포해넘이전망대의 경우 21명 정도에 불과하고 잠실마루쉼터도 50명에 미치지 못한다.

한강사업본부는 전망 카페가 교량에 위치해 접근성이 낮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이에 전망카페 이용객에 대한 주차요금 할인 혜택 제공 등을 검토하고, 한남 새말카페 진출로는 보행신호기 및 안전표지판을 신설해 개선할 예정이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실제 사용자가 줄어드는 추세지만 3년 동안 운영되면서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전망카페 이용 편리성과 접근성 개선 등을 위한 종합관리개선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전망 쉼터에 대해서는 외부 컨설팅을 실시하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수렴해 카페별로 개선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계약 입찰 사용료
3배 이상 치솟아

상황이 이런데도 한강 전망카페의 사업성은 높게 평가받고 있다. 올해 2차 운영기간 계약을 위한 입찰에서 사용료가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최근 재계약 입찰이 마무리된 한강대교의 경우 1년 사용료가 2919년 2650만원에서 8650만원으로 3배가량 높아졌다. 양화대교 전망카페 역시 월 130만원을 납부하던 사용료가 월 550만원으로 4배가량 증가했다.
입찰 경쟁률도 높아졌다. 한남대교를 제외한 3개의 대교(동작, 양화, 한강) 입찰에 각 1업체씩만 참여했던 1차와 달리 2차의 경우 동작대교 전망카페 입찰에는 13명이 나섰고 나머지 전망카페도 7∼8명이 입찰에 참여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2009년 최초 계약 당시에는 일반 경쟁 입찰을 하지 않고 건물가액, 토지, 사업자 제안서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사용료를 산정했다”면서 “이번엔 경쟁 입찰 방식으로 매출, 3년 동안 인지도 상승부분 등을 고려해 사용료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사업자 선정 중에 있는 동작대교 전망카페의 경우 다른 대교보다 접근성이 좋아 사용료가 1억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돈만 축내는
애물단지로 전락?

그러나 한강의 명물로 각광받던 ‘전망카페’가 계속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부족한 점이 많이 발견되어 오히려 그것을 매꾸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한강전망카페는 총 사업비 227억을 들여 만들어 졌지만 한강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소요된 예산은 모두 1178억원이다. 이중 ‘한강 교량 보행환경개선’에만 761억 원이 사용됐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한강르네상스사업의 경우 주어진 임기 내에 빨리 착수해 밀어붙이려고 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면 나중에 땜질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작 카페이용자들의 편의는 무시한 전시적 토건사업이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것. 향후에도 시민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한강을 조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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