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입 만 열면 말실수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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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입 만 열면 말실수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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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한마디는 천금보다 무거운데…"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연이은 말실수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단순한 실수로 치부하기엔 그동안의 상처가 너무나 크다. 전국을 누비며 지지율 1~2%를 끌어올린다면 말실수 한번으로 잃는 지지율은 3~4%에 달한다. 때문에 캠프 내에서조차 박 후보의 화법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평소 말수가 적기로 유명한 박 후보. 하지만 입만 열면 말실수가 이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저는 오늘 대통령직을 사퇴합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25일 후보 등록과 동시에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박 후보는 이 자리에서 엄청난 말실수를 저질렀다. 비례대표직이 아닌 대통령직을 사퇴하겠다는 실언을 한 것이다. 이 얘기를 듣고 기자들이 술렁이자 박 후보는 "제가 뭐라고 했나요?"라고 물은 뒤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국회의원직을 사퇴합니다"라고 정정했다.

황당한 말실수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다면 자신의 15년 정치인생을 마감하겠다는 배수의 진을 친 비장한 각오는 한 순간에 코미디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당장 박 후보의 결기어린 선언은 묻히고 황당한 말실수는 크게 부각되어 언론에 보도됐다.

야권에서도 기다렸다는 듯 한마디씩 쏟아냈다. 민주통합당 측 진성준 대변인은 "실제로 15년 동안 대통령으로 살아왔다고 믿고 있는 것 아닌가. 공주님다운 실언이었다"고 비판했고, 진보정의당 측 강형구 부대변인은 "국민들이 바라는 건 국회의원직 사퇴보다 박 후보 스스로 실수로 언급한 대통령후보직 사퇴일 것"이라고 비꼬았다. 통합진보당 측 이수정 부대변인도 "잠재의식에서 박 후보는 본인이 이미 대통령이었다"며 "이번 실수는 그동안 제왕으로 군림한 무의식의 발로"라고 지적했다. 박 후보와 캠프관계자들로서는 그야말로 분통이 터질 일이다.

한 새누리당 당직자는 이에 대해 "사소한 말실수인데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득달같이 달려들어 문제 삼는다. 기자분들도 기사 쓰다 오타 내는 것은 다반사 아닌가?"라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국의 대통령후보로서 잦은 말실수는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게다가 사소한 말실수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박 후보의 전적도 너무나 화려하다.

박 후보는 지난 17대 대선 경선 토론회에서 '이산화탄소'를 '이산화가스'로 잘못 말하기도 했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위장전입' 의혹을 제기할 때도 '위장전업'으로 잘못 말했다. 과거 수원 영화동에서 열린 경기도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를 "전화위기의 계기로 삼아"라고 말실수를 했고, 같은날 인천시당 선대위 출범식에서도 "전화위기"라고 했다가 "전화위복"으로 다시 정정했다.

국민들과의 스킨십을 넓히겠다며 비장의 카드로 선택한 예능프로그램 출연에서는 "바쁜 벌꿀은 슬퍼할 시간도 없다"며 '꿀벌'을 '벌꿀'로 말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박 후보는 또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는 '인'혁당 사건을 '민'혁당 사건이라고 말해 진정성 논란에 빠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박 후보의 말실수는 새누리당 관계자의 하소연처럼 정말 사소한 일일까? 정치전문가들은 대선후보로서는 치명적인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벌써 몇 번째? 박이 입 떼면 측근들 '안절부절'
이산화가스부터 벌꿀까지 스스로 망친 이미지

한 전문가는 "정치인의 가장 큰 무기는 말이다. 정치인은 말로 싸우고 말로 먹고 산다. 그런 정치인이 말실수가 잦다는 것은 누가 뭐래도 심각한 문제 아닌가?"라며 "특히 만약 박 후보가 대권을 잡게 된다면 외교무대에서의 말실수는 결코 웃어넘길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박 후보가 정말 몰라서 그랬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산화탄소를 이산화가스로 말 한다든지 전화위복을 전화위기로 말한 실수 등은 솔직히 무식해보였다"며 "정치인에게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박 후보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비례대표직 사퇴나 과거사 사과 등은 박 후보로서는 얼마나 중요한 이벤트였나? 그런 중요한 이벤트를 그들의 주장대로 '사소한' 말실수로 망친다면 무척 억울한 일"이라며 "당장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많은 전문가들은 박 후보의 말실수에 대해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안정감이 떨어진다"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박 후보가 곧 TV토론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박 후보는 선거법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초청으로 12월4일과 10일, 16일 최소 세 번의 TV토론을 치러야 한다.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될 이 자리에서 또 한 번 말실수를 저지른다면 그야말로 치명적이다.

최근에는 전체 맥락과 상관없이 특정 말실수 장면만을 편집해 SNS 등을 통해 확대재생산 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박 후보 캠프로서는 아주 사소한 말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이유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박 후보 측이 그동안의 말실수를 단순한 '실수'로 치부하고 넘어가기보단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고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박 후보의 말실수가 유독 잦은 이유로 평소 지나칠 정도로 과묵한 그의 성격을 꼽았다. 한 전문가는 "말을 못해서 안하는 것인지, 안해서 못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평소 말이 없다가 갑자기 입을 떼면 누구라도 실수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또 "수첩공주란 별명이 말해주듯 박 후보는 자신의 생각을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밖으로 풀어내는 연습이 부족했던 것"이라며 "이 부분을 차근차근 연습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근본 원인은?

또 다른 전문가는 박 후보의 제왕적 정치스타일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 후보는 평소 토론과 설득보다는 자신의 의견을 강력한 카리스마로 관철시키는 정치스타일을 보여왔다"며 "이는 매우 효율적인 방식이긴 하지만 때문에 박 후보의 대화능력은 15년의 정치경력이 무색하게도 일반인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는 박 후보가 한 당의 수장역할만 맡았지만 대통령이 된다면 야당은 물론 여러 반대세력들을 아우르고 국정을 운영해 나가야 하는데 제왕적 카리스마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화능력, 설득능력의 부재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 전문가는 "박 후보가 정말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가지는 무거움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며 "박 후보가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지 못하고 대통령자리에 오른다면 국민들을 불행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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