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제철’ 포장마차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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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제철’ 포장마차 체험기

일요시사 0 4796 0 0

음식도 ‘제철음식’이 맛있는 법이다. ‘겨울’ 하면 떠오르는 제철음식에는 무엇이 있을까. 뭐니뭐니해도 길가에 쭉 늘어서 서민 간식을 판매하는 ‘포장마차’ 음식이 아닐까 싶다. 사실 요즘에는 4계절 내내 길거리 음식을 만날 수 있지만 ‘겨울’에 느끼는 ‘포장마차’의 정취는 유독 사람을 더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찬바람에 몸을 웅크리면서도 천막 하나에 의지한 포장마차로 발길이 쏠리는 ‘겨울’, 지역 따라 연령 따라 찾는 포장마차도 다르다. 올 겨울 당신은 어느 포장마차에서 추억을 만들 생각입니까.

지역 따라 연령 따라 인기 먹거리 제각각
홍대-떡볶이·종로-부침개·인사동-호떡


서울에는 유독 다양한 종류의 길거리 음식이 존재한다. 길거리 음식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떡볶이와 어묵꼬치부터 떡갈비, 김치전, 순대볶음 등 없는 게 없다. 게다가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을 위한 저렴한 가격은 ‘포장마차’를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서울의 길거리 음식은 지역마다 일정 패턴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어느곳에나 있는 포장마차지만 해당 지역에서 먹어야 특히 맛있는 음식이 존재하는 것.

‘떡볶이를 사수하라’

1291684201-62.jpg 가령 젊은이의 거리로 유명한 홍대에는 젊은층이 좋아하는 떡볶이와 순대 등이 유명하고, 중장년층이 자주 찾는 종로 광장시장은 빈대떡이 유명하다. 인사동은 기름기 반지르르한 ‘호떡’으로 국내 서민들은 물론 인사동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까지 멈추게 하고 있다.

홍대를 대표하는 길거리 음식은 ‘조폭 떡볶이’다. 삼거리 포차 한 블럭 아래 사거리 트럭에 자리를 잡고 떡볶이 장사를 시작한 ‘조폭 떡볶이’는 그야말로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한때는 떡볶이에 ‘마약’을 탄거 아니냐는 말이 돌기도 했다.

이런 ‘조폭 떡볶이’는 올해 트럭을 없애고 그 근처에 가게를 마련했다. 그럴듯한 간판도 달았다. 포장마차라는 정취는 사라졌지만 아예 그 분위기를 없애고 싶진 않아 실외에서도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했다. 장소는 조금 달라졌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맛과 가격. 1인분에 2500원이면 홍대의 명물 ‘조폭 떡볶이’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새벽 5시까지 영업 하기 때문에 홍대를 찾는 젊은이들의 야식으로 안성맞춤이다. 위치의 특성상 클럽에서 한바탕 놀다 나온 젊은이들이 요기를 위해 새벽녘 이곳을 많이 찾는다고.
‘조폭 떡볶이’ 단골 정모(27·여)씨는 “2007년도에 서울에 처음 올라와서 홍대에 자리를 잡았다. 클럽에서 즐기고 나오면 땀을 많이 쏟아서 배가 고프기 마련인데 당시 트럭에서 ‘조폭 떡볶이’를 처음 먹어보고, 그 뒤로 단골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홍대에는 작지만 인테리어와 맛으로 승부하는 떡볶이 전문점들이 많이 생겼다. 물론 가격도 저렴하고 찾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포장마차 떡볶이의 정취는 흉내내지 못하는 듯 하다.

홍대에서 8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서모(38)씨는 “나이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떡볶이나 순대 튀김 같은 먹거리는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먹어야 제맛이다. 깔끔한 인테리어의 점포는 젊은 여학생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면서 “지하철역 출입구 쪽으로는 아직도 포장마차가 많아 그곳을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홍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번화가로 향하는 방향으로는 아직도 저녁시간이면 포장마차가 늘어선다. 백열전등에 의지해 왁자지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붙잡지만 인심 하나는 푸짐하다. 깔끔한 인테리어를 좋아할 법한 외국인들도 오히려 거리의 풍류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 기왕이면 한국적인 문화를 느껴보고 싶어 하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떡볶이와 김밥은 의외로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다.

홍대가 젊은이들의 메카라면 종로 광장시장은 중장년 남성들의 아지트다. 빈대떡 한 장과 막걸리 한 통을 앞에 두고 언제나 왁자지껄, 시끌벅적하게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는 이곳은 옆 사람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시끄럽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광장시장 빈대떡 골목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천정부지로 뛰는 물가에 만원짜리 한 장 갖고는 어디 가서 변변한 안주에 소주 한 잔 기울이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1만원의 행복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이다.

광장시장이 생긴지 100여년이 흘렀고, 먹자골목이 형성된 것만 해도 40~50년이 지났다고 한다. 그 세월 동안 이곳에서 삶의 고단함을 달랬을 우리네 아버지는 몇 명이나 될까.

광장시장 내 수많은 빈대떡집 가운데서도 특히 유명한 집은 ‘순이네 빈대떡’이다. 광장시장 먹자골목을 대표할 정도니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순이네 빈대떡의 인기 메뉴는 단연 빈대떡이다. 메뉴라고 해봐야 빈대떡과 고기완자 두 가지가 전부다. 가게 앞에서 직접 맷돌에 녹두를 갈아, 아삭아삭한 김치 등 10여가지를 넣어 부쳐낸 빈대떡은 단돈 4000원, 고기완자는 2000원이다.

15년째 광장시장 최강자로 군림해온 순이네 빈대떡의 인기 비결은 맛도 맛이지만 10년째 같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는 시장인심에 있다. 동동주가 5000원이니 1만원이면 ‘배 두드리며’ 일어날 수 있는 기적(?)이 있는 곳이다.

광장시장에서 유명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음식은 또 있다. 바로 ‘마약김밥’. 겉모습은 일반 꼬마김밥과 다르지 않지만 먹을수록 자꾸 더 먹게 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꼬마 김밥 사이즈에 내용물이라곤 당근과 시금치 정도가 전부지만 특제 소스인 겨자소스에 찍어먹다 보면 어느새 1인분을 다 먹고 추가 주문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게다가 1인분(8줄)에 2500원이라는 착한 가격은 돌아서는 발걸음도 붙잡을 정도다.

빈대떡이나 부쳐먹지

종로광장시장에는 빈대떡과 마약김밥 말고도 수수부꾸미, 찹쌀부꾸미, 육회, 생태탕 등 하루 일과에 지친 직장인들의 피로를 말끔히 풀어줄 길거리 음식이 매우 다양하다.

한편,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명소 중 하나인 서울 인사동도 길거리 음식이 많기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호떡’이다. 기름을 충분히 두르고 도톰하게 구워낸 호떡은 서울 어느 지역에서나 파는 일반 ‘호떡’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다. 내국인들은 물론 이곳을 찾는 외국인들도 줄을 서서 ‘호떡’을 맛볼 정도다.

찬바람이 옷 속을 파고드는 요즘. 직장동료 혹은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일부러 시간을 내더라도 가슴 따뜻해지는 추억과 사람냄새가 가득한 겨울 길거리 음식 탐방에 나서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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