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흔드는 안철수 기막힌 ‘타이밍정치’ 풀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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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흔드는 안철수 기막힌 ‘타이밍정치’ 풀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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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밀당의 귀재’…약발은 ‘장외’에서만 통한다?

[일요시사=정치팀]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자청했다. 안 전 후보는 지난 6일 “오늘이 대선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라면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다. 문 후보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의 대결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시기였다. 안 전 후보의 ‘기가 막힌’ 타이밍은 여전했다. <일요시사>가 ‘명불허전’ 안철수의 ‘타이밍정치’ 풀스토리를 엮어보았다.

2009년 6월17일.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의 ‘우연한’ 대선 사전작업이 이루어졌다. 2012년 제18대 대선을 3년여 앞둔 시기. 당시 교수의 직함을 달고 있었던 안 전 후보는 <무릎팍도사>라는 방송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안 전 후보는 단번에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궜다. 시청률도 껑충 뛰었다. 출연 전후, 안 전 후보에 대한 기사는 눈에 띄게 늘었다. 이때 “안철수 교수를 차기 대선후보로 추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안철수 대권론’ 탄력
‘박근혜 대세론’ 휘청

예능프로그램은 안 전 후보를 일거에 ‘대통령감’ 반열에 올렸다. <무릎팍도사> 출연 이후 안 전 후보의 당시 발언이 어록으로 엮여 회자될 정도였다.

당시 <무릎팍도사>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안 전 후보를 “세계 IT전쟁을 승리로 이끈 장군님” “외국산 소프트웨어의 공급에서 나라를 구한 이 시대의 독립투사”라는 칭찬이 쏟아져 나왔다.

안 전 후보의 <무릎팍도사> 출연은 그의 정치인생에 ‘복선’ 같았다. 제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지금 그때를 뒤돌아보면 그렇다. 3년여의 세월은 안 전 후보를 향한 ‘막연한 열망’을 ‘새 정치 희망’으로 현실화시키기에 충분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결과론적 이야기지만, 안 전 후보의 <무릎팍도사> 출연이 조금이라도 늦었거나, 혹은 조금이라도 더 빨랐다면 어땠을까. 지금까지 이 정도의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2009년 <무릎팍도사>, ‘우연한’ 정치인생 사전작업
서울시장후보 ‘통큰 양보’로 유력 대선주자 등업 

과연 안 전 후보에 대한 열기는 식지 않았다. 2년4개월여가 지난 2011년 10월 ‘안철수 대권론’은 탄력이 붙었다. 반면 4년여 동안 줄곧 이어져왔던 ‘박근혜 대세론’은 흔들렸다.

서울시장선거를 둘러싸고, 교수였던 안 전 후보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한편의 ‘아름다운 드라마’를 선보였다. 서울시장 당선이 유력했던 안 전 후보는 여론조사 한 자리 지지율을 기록하는 박 후보에게 후보직을 기꺼이 양보했다.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장면에 시민들은 환호했다.

여당은 비난 일색이었다.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는 “안철수 원장의 지원이 치졸하다”며 정치하려면 국립대 교수직부터 사퇴하라고 몰아붙였다. 그럴수록 안 전 후보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더욱 단단해졌다.

안 전 후보의 ‘굳히기’는 탁월했다. 일부 여론에서는 이것이 ‘대선 전초전’과 다름없다며, 올해 있을 대선에 안 전 후보가 미칠 영향력을 점치기도 했다. 본격적인 ‘안철수 정치’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안철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지난 2011년 11월14일 안 전 후보는 1500억원 상당의 재산을 사회에 기부한다고 선언했다.

안철수의 탁월한 ‘굳히기’
말만 하면 ‘대선 전초전’

안 전 후보는 “늘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작은 결심 하나를 실천에 옮기려고 합니다. 그것은 나눔에 관한 것입니다”라는 메일을 보내 기부의사를 밝혔다. 여론은 ‘이것이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제’라고 극찬했다.

당시 안 전 후보는 이미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고 있었다. 정치권은 안 전 후보가 “이미 정치입문 신호탄을 쐈다”며 그의 기부를 대선을 앞둔 포석이란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안 전 후보는 “평소 생각한 것을 실천한 것뿐”이라면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안 전 후보의 기부 약속은 2012년 2월6일 이루어졌다. 그는 ‘안철수재단 설립계획 발표’ 기자간담회를 갖고 향후 재단의 성격과 운용계획, 자신의 역할 등에 대한 의견 등을 밝혔다.

이날 안 전 후보는 주목할 만한 발언을 한다. 그동안 관심을 모았던 정치참여에 대해 “우리 사회의 발전적인 변화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계속 생각 중이다. 정치도 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하며 정치참여 쪽으로 한 발 나아갔다.

안 전 후보는 이후 정치현안에서 한 발 떨어진 채 독자적인 활동을 이어갔다. 지난 7월19일 그는 <안철수의 생각>이란 저서를 출간했다. 그의 저서는 엄청난 판매 부수를 기록했고, 이는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으로 여겨졌다.

여세를 몰아 안 전 후보는 7월23일 예능프로그램인 <힐링캠프>에 출연한다. 이 역시 ‘흥행대박’이었다. 뿐만 아니라 트위터에서는 안 전 후보의 <힐링캠프> 어록이 1000여 회 가까이 리트윗되는 등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

저서 출판, 예능 출연 동시
검증 피하고 올림픽 덕 보고

안 전 후보는 당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혹독한 검증 세례를 앞두고 있었다. 그의 저서 출간과 예능 출연은 이한 검증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는 평이다.

게다가 안 전 후보는 7월28일 개최된 런던올림픽의 열기에 힙 입어 저서 출판과 예능프로그램 출연으로 인한 상향세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이후 안 전 후보는 국민의 반응을 살피며 호흡조절에 들어갔다. 자신이 표현한 대로 ‘지지하는 사람들의 뜻을 정확히 파악해야 진로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일 것으로 풀이됐다.

충분히 숨을 고른 그는 대선 출사표를 던지기 위해 본격적인 잠행에 돌입했다. 민주통합당 경선이 끝난 지난 9월16일. 대선후보로 선출된 문재인 후보는 양자·다자 모두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안 전 후보의 지지율은 휘청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안 전 후보는 9월19일 본격적으로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전세를 완전히 뒤집었다. 문 후보의 고공행진은 ‘하루천하’로 막을 내렸고, 안 전 후보는 고지를 탈환했다. 

민주당 경선 승리한 문재인 압박하며 본격 대선출마 
추락하는 문재인에 날개 달아줘, 정국 최대이슈 장악 

기가 막히게 들어맞았던 안 전 후보의 타이밍은 대선 출마 이후 어쩐 일인지 전 같지 않았다. 그의 타이밍 영향력은 마치 ‘장외’에서만 먹히는 것처럼 보였다.

출마선언 이후 안 전 후보는 민주당에 의해 끊임없는 ‘단일화 압박’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안 전 후보는 매번 새 정치를 요구하며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피로감도 극에 달했다.

여론조사 지지가 하락하자 안 전 후보는 지난 11월5일 문 후보에게 회동을 제안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단일화 논의는 진전되지 않았다. 안 전 후보는 문 후보에게 번번이 주도권을 내줬다. 정국의 이슈가 ‘새 정치’를 벗어나 ‘단일화룰’에 초점이 맞춰졌다. 안 전 후보에게는 최대의 정치적 위기였다.

결국 안 전 후보는 지난 11월14일 단일화를 중지하고 나섰다.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여론은 안 전 후보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결국 그는 11월23일 사퇴를 선언했다. 대선 후보 등록 이틀 전, 금요일 밤이었다.

주말의 모든 이슈는 안 전 후보의 사퇴에 집중됐다. 악화일로로 치닫던 그에 대한 여론이 회복될 조짐을 보였다. 안 전 후보의 타이밍이 다시 위력을 발휘했다.

12월3일. 안 전 후보는 캠프 해단식을 가졌다. 장외로 돌아간 그는 다시 대선의 최대 화두가 됐다. 정치권은 그의 발언에 모든 촉각을 곤두세웠다.

주말 앞두고 사퇴선언
문, 떨어지자 지지선언   

그리고 지난 6일 안 전 후보는 추락하는 문 후보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안 전 후보는 문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오차범위를 넘어 추월당하던 문 후보는 안 전 후보의 지지로 지난 7일 KBS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43.5%를 기록한 박 후보를 43.3%로 바짝 추격했다.

안 전 후보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정치권은 이처럼 요동쳤다. 그는 숨을 죽이고 때를 기다려 ‘일거다득’했다. 1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판을 다시 초박빙의 살얼음판으로 몰아가고 있는 안 전 후보의 행보에 19일의 승부도 귀결될 전망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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