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맞은 무주덕유산리조트 시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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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맞은 무주덕유산리조트 시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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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작인데…대목 장사 망칠라

[일요시사=경제1팀] 부영그룹이 인수한 전북 무주덕유산리조트가 시끄럽다. 본격적인 겨울스포츠 시즌이 도래했음에도 여느 스키장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리조트 노조가 설립 18년 만에 처음으로 총파업을 벌여 지난달 말 개장한 스키장에는 대체인력이 근무를 서고 있다. 파업을 보다 못한 지역주민들도 정상화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하는 등 단체활동에 나섰다.

부영그룹은 신수종사업 육성을 위해 계열사 부영주택을 통해 지난해 4월 1360억원을 들여 경영난에 빠진 대한전선으로부터 무주리조트 지분 74.5%를 매입하면서 리조트 사업에 첫 발을 내디뎠다. 순부채 900억원을 포함할 경우 실질적 인수금액은 2260억원 수준이다.

무주덕유산리조트는 1980년 10월 설립된 호텔·콘도미니엄·유스호스텔·스키장·골프장을 운영하는 종합레저업체다. 전북 무주면 설천면에 종합관광단지를 보유하고 있다.

부영그룹은 재계 서열 30위인 중견 건설사다. 주택건설과 임대주택업을 주요 사업으로 한다. 최근에는 전북과 함께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의사를 밝혀 주목을 받기도 했다.

무노조vs무파업

이런 부영그룹도 인수 후 발생한 노사 진통을 피하지 못했다. 노조는 지난 3월14일부터 7월12일까지 6차례에 걸쳐 공문과 구두로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측의 이유 없는 거부로 원활한 교섭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7월26일 1차 본 교섭을 시작으로 8차 교섭이 진행될 때까지 사측은 결정권한이 없는 실무자만 참석시켜 협상이 난항을 겪어왔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단체교섭 도중 노조원 13명을 갑자기 승진 발령했다. 13명 승진자 중 8명은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했다. 대리까지만 가입할 수 있는 노조에서 이들은 모두 탈퇴하게 됐다. 승진자 중에는 노조 교섭위원도 있었다.

노조는 이후에도 노조탈퇴자가 꾸준히 늘었다고 주장한다. 사측이 노골적으로 노조탈퇴를 종용하고 팀장회의를 소집, 팀장들에게 노조탈퇴자를 늘릴 것을 주문했다는 설명이다.

노사가 함께 체결한 고용안정협약을 어긴 채 지난 4월 팀장급 노동자 12명을 권고사직시켜 노조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5월과 6월에는 전 직원 50%에 대한 영업휴가를 실시해 근무 인력 누수 등 원활한 영업을 어렵게 하는 등 경비절감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사측이 복수노조 설립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노조가 가입을 제한하고 있는 과장, 팀장급들이 주축이 된 복수노조가 설립승인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유주원 리조트 대표이사도 지난 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 중재로 노사가 만난 자리에서 "신규노조 설립은 회사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간관리자급으로 구성된 신규노조 설립에 회사가 개입했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합의점을 찾지 못한 노조는 지난 3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26일에는 전체 조합원 210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고, 총 200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96명, 반대 4표의 압도적 찬성표로 1994년 노조 설립 이후 처음으로 파업을 가결, 시한부 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리조트 노조 첫 파업 "당분간 영업차질 불가피"
스키장 대체 인력 근무…지역주민들 정상화 촉구

사측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지난달 7일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성수기를 맞은 스키장에는 퇴직자와 경력자 등 대체 인력이 투입됐다.

노조는 현재 ▲단체협약 성실이행 ▲불법적인 노동조합 파괴행위 중단 ▲직장폐쇄 철회 ▲성실교섭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이달 내에 사측을 상대로 체불임금·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리조트 관계자는 "스키장 시즌 투쟁조끼를 입고 고객들을 상대하면 불쾌감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직장폐쇄를 실시할 수밖에 없었다"며 "노조원들이 파업을 끝내고 복귀할 의사를 밝힌다면 언제든지 이를 철회하겠다"고 말했다. 또 "노조는 사측이 시한부 파업 기간에 직장폐쇄를 단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미 노조가 10월31일 사측으로 '단체협약을 성실 이행할 때까지 투쟁하겠다'는 공문을 보내왔다"며 "사실상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사측이 노조탈퇴를 위해 노조원을 승진시켰다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서는 "근속 연수와 실무 능력 등 모든 사항이 승진에 부합해 내부 심사를 거쳐 승진여부가 결정된 사항이다"며 "승진한 8명의 대리 중 노조원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도 나중에야 알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제2노조라고 불리는 복수노조 설립에 사측이 관여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말도 안 된다"며 극구 부인했다. 노조 하나와의 갈등으로도 사측이 충분히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노조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사측에 따르면 현재 리조트 스키장은 19개 슬로프 중 4개 슬로프만 운영되고 있다. 파업으로 인해 부족한 인원들은 계약직 형태로 신규 채용하고 이들은 추후 인사 평가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스키장에서는 매표·패트롤·제설을 담당하고 호텔·콘도에서는 직원들을 보조할 아르바이트생들도 단계적으로 충원하고 있는 단계다. 스키장 운영에는 무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부영그룹은 무주리조트를 인수하면서 이름을 '부영덕유산리조트'로 변경해 지역 주민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1990년 개장 이후 1997동계유니버시아드와 2007아셈재무차관회의 등 대규모 국제 행사를 개최하며 지역 홍보효과가 탁월했는데 명칭을 바꾸면 더 이상 그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운영 문제 없다"

명칭 변경에 반대한 시민사회 단체는 40개를 넘었고 주민들은 서명운동까지 벌였다. 당시 홍낙표 무주군수도 "무주리조트의 상징성을 되찾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여론에 밀린 부영은 이름을 '무주덕유산리조트'로 재변경하는 촌극을 연출해야 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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