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철 기획] 대기업 임원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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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철 기획] 대기업 임원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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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달면 뭐하나 파리목숨인데…

[일요시사=경제1팀] 주요 그룹들의 연말 정기 인사가 속속 이어지면서 기업마다 수십∼수백명의 임원이 새로 탄생하고 있다. ‘샐러리맨의 꽃’이라 불리는 대기업 임원이 되면 어떤 호사를 누리게 될까. ‘임원이 되면 50가지가 달라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부장 시절과는 하늘과 땅 차이라지만, 분명한 건 승진자 만큼의 현직 임원들이 옷을 벗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삼성그룹은 485명에 달하는 임원 승진인사를 실시했다. LG그룹도 지난달 29일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밖에 현대중공업, 신세계, 코오롱, KT 등이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연말 정기인사로 삼성그룹에서는 335명의 신규 임원이 탄생했으며 LG그룹에서도 76명이 새로운 임원이 됐다. 업계에서는 올 연말, 30대 대기업에서 약 500여명의 임원이 탄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누구나 동경하지만 아무나 될 수는 없는 임원. ‘부와 명예’를 동시에 움켜쥔 이들은 어떤 혜택을 받게 될까.

화려한 꽃?

우선 연봉 상승은 기본이다. 대기업 임원은 초임 상무라도 최소 연봉 1억5000만∼2억원(세전)은 보장받는다. 여기에 연봉의 절반에 이르는 초과이익분배금(PS)과 생산성 격려금(PI) 등 성과급을 포함하면 한 해에 받는 돈은 2억 원이 훌쩍 넘는다.

삼성그룹의 경우 고참 상무가 되면 연봉이 3억∼5억원으로 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무, 부사장 등 직급이 오를 때마다 연봉은 배 이상 오른다. LG그룹 역시 상무가 되면 연봉이 100% 인상된다. 또 성과급 부여 폭이 확대되기 때문에 성과만 좋게 올린다면 훨씬 많은 성과급을 챙길 수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직급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초임 임원인 이사 대우의 연봉은 1억6000만원선, 이사는 2억원 선을 받는다. 전무급부터는 대우가 많이 달라진다. 연봉이 3억원대로 오르고 각종 수당을 포함하면 4억원 선에 이른다.

SK그룹은 신임 임원의 평균 연봉이 1억5000만원 안팎이고 다양한 성과급 체계가 적용된다. 한화나 코오롱, 효성 등도 임원이 되면 연봉 100% 정도 인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삼성그룹은 임원이 되면 모두 전용차가 제공되며, 직급별로 배기량 기준으로 차등을 두고 있다. 사장은 전담 기사가 딸린 에쿠스430이나 뉴체어맨(4500cc 미만) 등을 고를 수 있고 부사장은 에쿠스380과 제네시스 등 4000cc 이하에서 선택할 수 있다.

전무는 K9과 오피러스 등 3500㏄ 이하, 상무는 그랜저TG 270, SM7, K7 등 3000cc 이하 차량이 나온다. 과속이나 주차위반 같은 범칙금을 빼고는 운전기사와 기름값, 보험료 등 기본 유지비 등도 회사가 부담한다. LG그룹도 3000cc급 차량이 지원된다.

그 외에도 복지 혜택이 좋아져 골프회원권과 법인카드가 나오고 항공편으로 출장을 갈 경우 비즈니스클래스 이용이 가능하다.

억대연봉·전용차·골프회원권·비즈니스클래스 기본
실적 나쁘면 퇴사 1순위…구조조정 ‘임원병’앓기도

삼성그룹의 경우 전무급 이상 임원에게는 별도의 비서와 독립 사무공간이 제공되고 상무급부터 부부 동반으로 건강검진을 받는다. 해외 출장 시 비행기 좌석이 비즈니스 클래스로 업그레이드되는 건 기본이고 대외업무 종사 임원인 경우에는 골프회원권도 받는다.

LG그룹도 골프회원권 사용권한을 주고 해외출장 시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부부동반 정밀 종합건강검진을 받는 혜택도 누릴 수 있다.

SK그룹은 별도의 집무실과 담당 비서도 지원된다. 어학능력 향상을 위해 영어, 중국어 원어민 강사와 일대일로 수업을 받을 수 있고 일부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1년간의 국외 연수과정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예우 때문일까. 대기업 임원이 되는 것은 로또당첨 만큼이나 어렵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2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신입사원이 임원이 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21.2년, 임원까지 오를 확률은 0.8%다.

그러나 화려하기만 하다고 해서 꽃은 아니다. 임원은 ‘임시직원’의 준말이라 불릴 정도로 매년 연봉 계약을 해야 하는 구조조정 대상 1순위다.

실적을 내지 못하면 자리가 위태로우며 연말 인사 때마다 승진이냐 유임이냐 탈락이냐의 세 갈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실제 실적 부진 등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임원으로 승진한 지 1∼2년 만에 회사를 떠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실적 뿐 아니라 불황 등으로 회사가 감원 등 구조조정을 할 때 도 임원이 1순위로 거론된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임원이 되면 그만큼 책임감도 커지는데, 조기 탈락하지 않기 위해 회사에 더 충성하고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며 “임원들 사이에서는 ‘임원’은 ‘임시직원’의 줄임말 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까지 떠돌아 다닌다”고 말했다.

승진부담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임원이 된 지 6년가량이 지나면 승진을 해야 하는데 이때 승진을 하지 못해 회사를 떠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때문에 연말 인사시즌이 다가오면 불명증과 두통 같은 ‘임원병’을 앓고 있는 이들도 많다.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를 언제 꺾일지 모르는 ‘화려한 임시직’이라 부른다. 승진자 만큼의 현직 임원들이 옷을 벗고 있기 때문이다.

임시직원~

실제로 대기업의 한 인사담당자에 따르면 “100명이 새로 상무가 된다면 그와 비슷한 수의 임원이 회사를 떠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발표된 삼성그룹의 사장단 인사의 경우에서도 새로운 사장 7명이 탄생했지만 그 뒤에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기존 사장 4명이 있었다.

‘직장인의 별’ 임원이 탄생하는 12월. 누구에겐 ‘별’을 다는 축복의 계절이지만 다른 누구에겐 별을 떼어내야 하는 잔인한 계절일 수밖에 없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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