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서울경찰청장 '국정원 사건' 진실게임에 말려든 이유

한국뉴스

김용판 서울경찰청장 '국정원 사건' 진실게임에 말려든 이유

일요시사 0 887 0 0

‘과유불급’ 하더니 한자리해도 찜찜…

[일요시사=정치팀]  지난 11일 시작된 국가정보원(국정원) 여직원 댓글 논란은 지난 16일 경찰이 ‘증거가 없다’는 수사 결과를 내놔 대선을 앞두고 후폭풍이 불어 닥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불똥은 전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국정원 사건’ 수사 결과를 둘러싼 의혹이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에게 쏠린 것이다. 처음 댓글 의혹 문제를 제기했던 민주통합당의 표적이 바뀐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국정원·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치열한 공방전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기자회견과 TV토론에서 국정원 여직원의 인권을 거론하면서 이 사건을 전면에 내세웠다. 열쇠는 경찰이 쥐고 있었다. 국정원 여직원이 과연 여론을 조작했는가? ‘진실게임’에서 수세에 몰리던 민주통합당은 경찰의 기습 결과 발표 덕에 거대한 역풍은 피했지만, 대선 패배는 피하지 못했다.

부실 수사에 기습 발표!

국정원 사건은 익명의 제보에서 시작됐다. 현재 드러난 것은 거기까지다. 민주당은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그쳤다. 민주당은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조작에 대해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충분히 논란을 일으켰다는 평이다.

하지만 경찰이 철저한 수사에도 결정적인 증거를 잡지 못하고 국정원 사건이 민주당의 단순한 선거 전략으로 막을 내릴 경우가 문제였다. 정치권은 그럴 경우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민주당으로서는 ‘심증’은 있지만 확실한 물증이 나오리라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경찰의 태도가 너무 미온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자 정치권의 관심과 여론은 ‘사건의 본질’을 떠나 경찰의 수사 태도에 쏠렸다. 경찰은 국정원 직원의 ‘댓글 조작’ 의혹에 대해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라는 중간 수사 결과를 서둘러 발표했다.

새누리당은 경찰의 중간 수사 결과가 막판 승리를 잡을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새누리당은 이에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 대한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하고 나섰다.

심재철 진상조사위원장은 국정원 여직원의 불법 감금과 인권유린에 대해 “문 후보는 사과하고 도의적인 책임을 지라”고 압박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두고 “당황한 경찰이 둔 ‘무리수’에 새누리당이 ‘허수’를 보탠 꼴”이라고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도 나왔다. 

여론도 새누리당에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는 듯했다. 경찰이 ‘조작이 없었다’가 아닌 ‘발견하지 못했다’라는 수사 결과를 내놓은 탓이라는 게 정치권 일각의 의견이다.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대선을 앞두고 마지막 양자 TV토론이 끝나자 성급하게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수사 결과와 미묘한 발표시점을 놓고 경찰에 강하게 항의했다. 특히 경찰의 심야 발표는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고 질타했다. 새누리당은 ‘문 후보 캠프의 실패한 선거공작’으로 몰아붙이며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을 향해 총공세에 나섰다.

김용판 “수사 결과 발표, 밤 11시에 내가 지시했다”
영남대·국정원 출신, 박근혜에 미리 줄 대려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경찰청에서 김기용 경찰청장을 만나 “경찰의 수사 발표 시 분명히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여론의 관심은 수사 발표의 ‘몸통’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지난 17일 경찰청은 국정원 직원 의혹과 관련해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이 김기용 경찰청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했고 김 청장이 원칙대로 발표하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논란의 주인공인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은 김기용 경찰청장이 자신에게 발표 지시를 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보도자료 배포를) 내가 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수사 결과 발표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찰 내부에서는 ‘국정원 출신인 김 청장이 박근혜를 향해 줄은 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는 후문이다. 경찰이 공식 수사 발표를 일요일 밤늦게 하는 것이 매우 이례적이라 더 그렇다.

이에 대해 김 청장은 “국민적 관심사이기에 빨리 알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다만 밤이 너무 늦었기 때문에 브리핑은 무리라고 보고 차선으로 11시에 보도자료를 만든 것이다. 대통령후보 방송토론이 몇시에 끝나는지는 전혀 고려사항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김 청장은 “정치권이 빠른 수사를 요구했다”며 “설사 반대의 결과가 나왔더라도 마찬가지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김 청장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해당 사건을 수사하는 현장 지휘서가 책임지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서울경찰청장의 정치적 판단이 개입됐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도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김용판 서울청장은 대구 달성군 태생으로 박근혜 후보가 이사장을 지낸 영남대를 나왔고 대구 달서경찰서장, 대구청장을 했다”면서 “박 후보가 집권하면 차기 경찰청장이 된다는 설이 경찰계에 파다하다”라고 말했다.

박선규 새누리당 대변인은 ‘유치한 수준의 의혹 제기’라고 맞받아치며, ‘타진요 사건’에 비유했다. 박 대변인은 “민주당이 본질이 아닌 곁가지로 사건의 본질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반박했다.

차기 경찰청장설 파다

한 관계자는 박 대변인의 말이 정확할지도 모른다고 귀띔했다. 그는 박 대변인의 말대로 “경찰이 논란거리를 제공해 민주당이 본질을 파헤칠 기회를 잃었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철저한 수사가 진행됐다면 경찰이 불필요한 논쟁에 휘말리지 않았으리란 이야기다.

또한 그는 “본분을 잊고 권력의 눈치를 보며 직위를 남용해온 몇몇 국가기관 인사들도 반드시 사라져야 할 ‘구태’”라고 주장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