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지 못할 '박근혜 약속'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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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지 못할 '박근혜 약속'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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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는 '공약(公約)' 선거 끝나면 '공약(空約)'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평소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며 무엇보다 신뢰를 강조해왔다. 그런데 대선이 끝난 후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새누리당 안팎에선 지킬 수 없는 공약은 수정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대두되고 있다. 기대가 컸던 만큼 국민들의 실망감 역시 클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이제부터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듯하다. <일요시사>가 박 당선인이 지키지 못할 공약들을 미리 정리해봤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7% 경제성장, 국민소득 4만불, 7대 경제대국 달성이라는 이른바 '747경제공약'을 제시했었다.

5년이 흐른 지금,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경제공약을 만드는 데 직접 참여했고 정부 출범 당시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만수 산은금융지주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747공약은 '공약'이라기보다는 '선거 캐치프레이즈'로 봐야 한다"는 황당한 변을 늘어놨다.

공약(公約)
공약(空約)

이외에도 이 대통령은 선거 당시 제시했던 반값 등록금, 반값 아파트, 충청권 과학비즈니스벨트, 동남권 신공항 등 수많은 공약들을 지키지 못한 채 퇴임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역대 선거에서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으로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경우는 약간 특이하다. 취임도 하기 전부터 당 안팎에서 "공약을 지키면 안된다"는 충언(?)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에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공약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우선순위를 정해서 추진해야 한다"며 "공약을 한꺼번에 지키려 한다면 그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내세운 공약 중 예산을 짜다 보니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다면 국민에게 고백해야 한다"며 "잘못된 것들은 지금이라도 얘기하는 게 옳고 정직한 태도"라고 말했다.

전문가 그룹은 물론 당 내부에서도 이 같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박 당선인의 공약 전반이 당초부터 소요재원이 과소 계산된 데다 재원을 마련할 방법도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법. 이젠 부푼 기대를 내려놓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새정부 출범도 하기 전에 "공약 포기하자"
증세 없는 복지 확대 '지킬 수 없는 약속'

우선 전문가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은 박 당선인의 가계부채 대책이다. 박 당선인은 약 322만명에 달하는 채무불이행자 중 일부를 대상으로 원금의 최대 50%까지 감면(기초수급자는 70%) 해주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기본적인 구조는 채무불이행자의 악성 채권을 시장에서 싼 값에 사들인 뒤 일정 원리금을 탕감하고, 남은 부채는 8~10년간 장기분할상환방식으로 전환해 회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것은 이로써 우리 사회에 도덕적 해이가 만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대책에 대해 "채무자는 '나라에서 해주겠지', 채권자는 '기다려보자'는 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이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선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이 마련되어야만 한다.

박 당선인 측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실채권정리기금 정부 배당분 3000억원, 신용회복기금 잔여재원 8600억원, 캠코 차입금 7000억원 등으로 1조8600억원의 종자돈을 만들고 10배의 공사채를 발행해 18조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처음 얼마동안은 여론을 의식해 실제로 시행될지도 모르겠지만 기금의 건전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엔 견디지 못하고 폐지될 공약"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가계부채 대책
도덕적 해이 불러

박 당선인이 내놓은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에 대해서는 보건의료 관계자들조차 우려를 넘어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다.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은 현재 70% 수준인 암·심장병·뇌질환·희귀병 등 4대 중증질환 진료비의 건강보험 보장률을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높여 2016년까지 100%로 만들겠다는 공약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현재 건보 재정으론 감당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4대 중증질환 진료비를 100% 보장하려면 현재 보장 대상이 아닌 6인 미만 병실의 입원료, 선택진료비(특진료), 간병비에도 건보를 적용해야 한다. 문제는 특정질환 진료비가 모두 무료가 되면 쓸데없는 가수요까지 촉발시켜 건보 재정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커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에서는 6세 미만 어린이들의 입원진료비를 전액무료로 했다가 어린이들의 입원이 급증해 보험재정지출이 늘어나자 1년 만에 어린이 진료비의 본인부담을 10%로 되돌린 적도 있다. 또 4대 중증질환은 한 번 발생하면 사망할 때까지 치료를 받아야 하는 부분이기에 연속성도 고려해야 한다. 노령 인구가 늘고 있는 실정을 반영했을 때 이 정책은 단순하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박 당선인이 대선 직전 내놓은 '군복무기간 단축' 공약도 논란이다. 육군 사병 기준 현행 21개월인 복무기간을 18개월로 줄이겠다는 것인데 여권 내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국방부는 인수위 업무보고 과정에서 복무기간 단축 시 연평균 2만7000명이 부족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연간 1조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추진불가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복무기간을 줄이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투경찰, 경비교도, 소방요원 등 대체복무요원을 없애야 하고 입대자들의 신체 급수도 훨씬 더 낮춰야 한다. 대체복무요원을 없애는 만큼 이들을 대신할 공무원을 충원해야 한다. 큰 정부가 될 수밖에 없고 국가가 수천억원의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된다. 게다가 현 21개월 복무체제하에서도 병사들의 낮은 숙련도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입대 병사들의 낮은 신체 등급은 초급 간부들의 지휘 부담을 훨씬 더 가중시키게 될 것이다.

군복무 단축
묻지마 공약

박 당선인의 최초 공약에는 복무기간 단축이 없었다. TV토론에서도 복무기간 단축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박 당선인은 대선 이틀 전에 이를 번복하고 이 같은 공약을 내놨다. 군 입대를 앞둔 청년층의 표를 의식한 '묻지마 공약'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때문에 일각에선 군복무기간 단축 공약을 두고 "지킬 수도 없고 지켜서도 안 되는 공약"이란 지적까지 나온다.

박 당선인이 교육정책의 일환으로 제시했던 무상보육과 반값 등록금 공약도 위태롭다. 올해부터 만 0~5세 영·유아에 대한 무상보육이 전면 시행된다. 대학등록금은 부모의 소득과 연계해 '소득연계 맞춤형 국가장학금'으로 소득하위 80%까지 지원된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무상보육의 경우 단 1년도 버티지 못하고 당장 올 가을이면 보육대란이 일어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회를 통과한 만 0~5세 영유아 대상 무상보육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8조4195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는 지난해 6조2545억원보다 35%가 증가한 금액이다.

당장은 시행하겠지만 문제는 '지속 가능성'
박근혜 공약 '대국민 사기극'으로 막 내리나?

대표적으로 서울시만 보더라도 무상보육 확대에 따른 필요 예산은 1조2297억원으로 추정되는 상황인데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예산은 3566억원 뿐이다. 나머지 8731억원은 시와 자치구에서 부담해야 한다. 올해 서울시 무상보육 예산은 시비 2644억원, 구비 1419억원 등 모두 4063억원이 편성된 상태로 추가로 필요한 금액의 절반 수준도 되지 않는다. 지난해 발생했던 보육대란의 재발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보육현장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어린이집 부족과 맞벌이 아동 기피 현상이 되풀이 되고 있다.

반값 등록금 역시 필요한 재원 가운데 1조원 정도는 대학이 마련해야 돼 정책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다. 박 당선인은 반값 등록금 예산에 7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중 정부 예산을 4조원 투입하고 나머지 3조원은 대학 자체 장학금에서 2조원을 확충하고 대학 자구 노력을 통해 1조원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일부 선거공약 이행 여부가 개별 대학의 재정능력에 달린 만큼 대학들이 의지가 없거나 재정능력이 없다면 공약 이행이 불가능 하다. 또 올해부터 무상보육과 반값 등록금 정책이 시행된다고 하지만 고작 1년치 예산을 확보한 것뿐이다. 당장 내년부터는 공약의 이행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못 지킨 공약
잘못 된 공약

한 정치전문가는 "물론 국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공약을 못 지키는 경우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난 후 고작 한 달도 지나기 전에 대선을 실질적으로 이끌었던 당직자들 입에서 공약을 지켜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큰 문제"라며 "이들은 자신들의 공약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선거기간 중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방관한 것이다. 물론 잘못된 공약을 억지로 추진하는 것은 안 되지만 이는 국민들을 현혹해 대권을 차지한 것이나 마찬가지라 뒷맛이 씁쓸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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