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악재에 박근혜 떠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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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악재에 박근혜 떠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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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은 동색, 가재는 게편?

[일요시사=정치팀] 최근 불거진 이명박 대통령의 동시다발 '4대 악재'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동안 두 사람의 불편한 관계를 생각한다면 박 당선인으로서는 이 대통령 비난에 앞장서며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호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박 당선인은 오히려 바짝 엎드린 채 여론의 추이만 살피고 있는 모양새다. 이른바 MB악재에 박 당선인이 떨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추적해봤다.

이명박 대통령을 둘러싼 4대 악재가 동시다발로 터져 나오며 연초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감사원의 4대강 사업 부실 지적,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논란, 택시법 거부, 대통령 측근 특별사면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국민들의 시선은 당사자인 이 대통령보단 미래권력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 쏠려있다. 이 대통령의 임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까닭이다. 하지만 박 당선인은 일언반구 입을 열지 않고 있다. 덕분에 이 대통령은 물론 박 당선인의 지지율까지 동반 하락하는 추세다.

과거권력
미래권력

두 사람의 악연은 이미 유명하다. 두 사람은 새누리당의 양대 계파인 친이계와 친박계의 수장이다. 2007년 이 대통령의 대선 승리와 함께 당권을 잡은 친이계는 2008년 18대 총선에서 친박계 공천학살을 자행했다.

이에 보란 듯이 박 당선인은 4년 뒤 19대 총선에서 역으로 친이계 공천학살을 주도했다. 박 당선인의 대선 승리는 이 대통령과의 거리두기 전략의 성공 때문이라는 것은 정치권의 공공연한 평가다.

그렇다면 박 당선인은 왜 유독 최근 불거진 이 대통령의 악재들과는 거리두기에 실패하고 있는 것일까?
감사원은 지난 17일 MB정부가 지난 4년간 22조원을 들여 추진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총체적 부실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4대강 사업은 현정부 최대 국책사업으로 이 대통령이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해왔다. 감사원은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감사결과 설계 잘못으로 16개의 보에서 결함이 발견됐고, 수질악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홍수를 막기 위한 준설계획 역시 비현실적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명박 '4대 악재'에 발목 잡힌 박근혜
이명박-박근혜 지지율 동반 하락 '당혹'

감사원 감사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6개 보 가운데 11군데에 잘못된 설계기준 적용으로 인해 대형보 대신 소형보가 설치됐다고 한다. 이는 안전성이 생명인 보의 내구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또 15개 보에서는 세굴현상을 막기 위한 바닥 보호공이 유실되거나 침하됐다.

4대강 사업의 결과로 수질이 개선됐다는 환경부의 종전 주장도 감사원에 의해 정면으로 부정됐다. 흐름이 막혀 보 안에 장시간 갇혀있게 되는 4대강의 물에 일반 하천과 동일한 수질관리지표인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을 적용해 사실관계를 호도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4대강 사업에 대한 전면 재조사와 책임자 문책을 단행하라는 야권의 목소리는 더욱 힘을 얻게 됐다. 박 당선인의 입장은 난처하다. 4대강 사업은 사실상 친이계와 친박계의 '공동작품'이기 때문이다.

선긋기 실패
'이명박근혜'

비록 박 당선인은 4대강 사업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지는 않았지만 일단 사업의 진행을 지켜보자는 관망적 태도를 취해왔다. 야권의 절대적인 반대에 부딪쳤던 4대강 사업이 추진될 수 있었던 것은 최소한 박 당선인과 친박계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4대강 사업에 적극적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김무성 전 선대위총괄본부장은 지난 2010년 6월 국회교섭단체 연설에서 "4대강 사업을 우려와 의심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이는 사업의 실상과 진실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결과"라고 4대강 사업을 적극 옹호했다.

박 당선인의 문고리 권력이라고 불렸던 최경환 의원도 평소 "재해를 예방하고 수량을 늘리기 위해 4대강 정비는 불가피하다"며 적극적인 찬성론을 폈다. 이처럼 박 당선인과 주변인물들의 4대강 옹호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감사원의 지적 사항이 모두 사실이라고 해도 박 당선인으로서는 이 대통령을 공격하며 쉽게 선 긋기에 나서기가 힘든 이유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문제도 박 당선인으로서는 피해가기 어려운 문제다. 이 후보자 지명은 이 대통령의 마지막 인사다. 표면적으로는 이 대통령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 후보자 지명을 발표하면서 박 당선인과 협의했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박 당선인은 현재 선긋기는 고사하고 이 대통령보다 더한 책임론에 직면해 있다. 이 후보자는 실질적으로 박 당선인과 손발을 맞춰야 하는 인물인 만큼 이 대통령보다는 박 당선인의 의중이 더 실린 인사가 아니겠냐는 추측 때문이다.

이 후보자의 경우 지명 당시부터 지나친 보수편향성으로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또 청문회 과정에서 터져 나온 의혹만 해도 특정업무경비 횡령, 항공권깡 등 무려 31가지에 달한다. 이 후보자는 이중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일부 의혹의 경우 야권의 집요한 추궁 끝에 결국 인정하고 사과하기도 했다.

MB 잘못도
근혜 잘못

특히 모 일간지가 전국 성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벌인 긴급 여론조사에서도 이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문제가 있다는 응답이 62%에 달했다. 야권은 이 후보자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이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새누리당은 결정적인 하자는 없다며 예정대로 임명동의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자와 관련해서는 새누리당 내에서도 반발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대로라면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도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또 야당이 강하게 반대하는 사안을 새누리당이 밀어붙일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야당 주장대로 임명 동의절차조차 밟지 않는다면 박근혜 정부 출범부터 여당이 야당에 끌려 다닌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이 대통령의 택시법 거부권 행사도 박 당선인으로서는 골치 아픈 일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법' 개정안, 이른바 택시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5년 임기 동안 단 한 번도 행사하지 않았던 거부권을 잔여 임기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전격 행사한 것이다. 택시법은 여야가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킨 법안이다. 이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자칫 국회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받아들여져 임기 말 이 대통령을 더욱 궁지에 몰아넣을 악재일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과거 세종시 수정안 정국 때와 마찬가지로 청와대와 정치권이 정면충돌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와 달리 현재 여론은 택시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이 대통령에게 오히려 우호적이다. KBS가 지난 22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여론조사에서는 거부권 행사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65.2%이나 됐다.

얽히고설킨 '이명박근혜', 의혹도 함께?
침묵의 인수위, MB보호 아닌 자기보호

이대로라면 오히려 택시법 통과를 주도한 박 당선인의 책임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국가재정에 큰 부담이 되는 정책을 제대로 된 검토도 없이 통과시켰다는 책임론이다.

이 대통령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임기 말 특사문제도 박 당선인의 입장을 난처하게 하고 있다. 청와대는 설날 연휴인 2월10일을 전후로 특사를 단행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명분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국민대통합이다.

문제는 특사 대상에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천신일 전 세중나모 회장 등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 포함될 경우다. 청와대는 특사 단행 가능성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가능성 자체는 닫지 않고 있다. 언뜻 생각하기엔 특사문제 만큼은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과의 관련성이 적어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도 복잡한 역학관계가 존재한다.

박 당선인은 이 대통령의 측근 사면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전혀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이 대통령이 특사를 단행한다면 박 당선인도 공동책임론에 직면할 수 있다.

박 당선인이 좀처럼 입을 열지 못하는 데에도 이유는 있다. 이 대통령이 임기 내 특사를 단행하지 못한다면 공은 박 당선인에게 넘어온다. 이렇게 되면 박 당선인이 특사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 만약 박 당선인이 이 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특사를 단행한다면 지난 대선 기간 권력형 비리, 친인척 비리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본인의 약속을 스스로 깨트리는 격이 된다.

묵시적 동의
본질적 협력

마지막으로 한 정치전문가는 "이 대통령의 악재에 박 당선인이 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겉보기엔 지난 5년간 박 당선인이 이 대통령을 끊임없이 견제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본질적으로는 협력관계였기 때문"이라며 "이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면 박 당선인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전 정권을 존중하겠다며 극도로 조용한 인수위를 꾸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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