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노조 뿔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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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노조 뿔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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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수당 달라는 게 부당한 요구인가요?"

[일요시사=정치팀] 야근과 주말근무를 밥 먹듯이 해도 당연히 받아야 할 '시간외 수당'을 주지 않는 회사가 있다. 정당한 시간외 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있으니 간이 커도 너무 큰 회사다. 이 회사의 이름은 '새누리당'. 대한민국의 명실상부한 제1당이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배출한 집권여당이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추적해봤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대선 기간 행복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기 전에 자신의 주변부터 돌아봐야 할 듯하다. 새누리당 사무처 노동조합은 지난달 17일 성명을 내고 근무여건의 개선을 요구하며 투쟁에 들어갔다. 그들이 밝힌 새누리당의 근무여건은 설마 대한민국 제1정당의 것이라고는 쉽게 믿어지지가 않는다.

말뿐인 노동법

새누리당 당직자들은 지난해 1월경부터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이 이어지면서 거의 1년간이나 엄청난 격무에 시달렸다. 이 기간 새누리당 당직자들에게는 밤낮과 주말이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단 한번도 '시간외 수당'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바쁜 일정 탓에 대부분의 직원들은 여름휴가는 꿈도 못 꿨지만 연차휴가보상비도 지급받지 못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야근과 주말근무 시에는 통상임금의 150% 수준의 시간외 수당을 반드시 지급하도록 되어있다. 이를 어길 경우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직원들은 시간외 수당을 어떻게 신청해야 하는지 조차 모르고 있었다. 회사에 관련 시스템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누리당 사무처 직원들의 급여는 3년째 동결이다. 반면 박 당선인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경찰 기본급을 공안직 수준으로 인상하고, 휴일·야간 근무 수당의 인상도 공약했다. 군인들의 월급도 대폭 올라갈 전망이다.

이외에도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은 2015년까지 공공부문에서 상시ㆍ지속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수차례 약속해 왔지만 정작 새누리당의 사무처 당직자들 중 20% 정도는 여전히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 해 6월에는 새누리당 당직자의 육아휴직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출산휴가를 마친 당 사무처 직원이 2개월간의 육아휴직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한 뒤 2개월 무급휴직으로 처리된 것이다.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였기에 당시 이 사건은 크게 부각됐다.

당장 야권에선 "여권신장 운운하며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던 새누리당이 거꾸로 출산여성들을 억압하고 있다"며 "새누리당의 이런 행태는 현행 고용노동법이 보장하고 있는 출산휴가 3개월과 육아휴직 1년조차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가 커지자 그제서야 새누리당은 거부했던 당 사무처 직원의 육아휴직 신청을 부랴부랴 수용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일반 직원들이 정당한 육아휴직을 사용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때문에 새누리당 노조는 그동안 당연시 되어오던 이 같은 부당한 행위들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투쟁에 나선 것이다.

"자기 식구부터 챙겨라!" 노동 공약 진정성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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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관계자는 "정당의 사무처도 당연히 근로관계가 기본이며, 근로기준법 내지 기타 노동관계법이 적용되는 곳"이라며 "그동안 새누리당 사무처는 노동권익이 보장되지 못하는 사각지대나 마찬가지였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새누리당에 노조가 생긴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지금의 노조와 같은 성격의 단체는 전부터 존재했지만 공식적으로 노조라는 이름이 사용된 것은 2004년부터다.

현재 새누리당 사무처 노동조합은 중앙당과 시도당의 사무처 직원 150여 명으로 구성돼있는데, 이들은 일반사업장의 정규직과 같은 개념이다. 사무처 당직자이면서 조합비를 납부하고 노조가입원서를 작성하면 누구나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 일각에선 이들이 노조이기 때문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보내오지만 이들은 결코 특별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노조원이 아닌 새누리당의 일반 직원들도 새누리당의 행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은 마찬가지다. 한 새누리당 직원은 "근로기준법이라는 것도 국회에서 만든 것 아닌가? 그런데 국회 제1당이 스스로 만든 법을 지키지 않는다는 게 이상하다. 우리는 특별한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단지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내용을 지키라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노조와 새누리당과의 교섭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새누리당 노조는 지난 연말부터 2013년도 임금 및 근로조건 개선 관련 단체교섭을 이어 왔다. 하지만 교섭 당사자인 서병수 사무총장은 아무런 결정권도 없는 실무자에게 교섭을 떠넘기며 사실상 교섭을 회피하기 바빴다.

서 총장은 친박계 실세로 통하는 인물이다. 심지어 사측의 교섭위원으로 나온 사람들은 노조 간부들에게 "그렇게 불만이 많으면 회사 관두고 다른 직장을 알아보면 되지 않냐"는 황당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노사 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됐다.

결국 새누리당 노조는 지난 1월17일 성명서를 내고 단체행동에 나섰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새누리당 측은 노조 측에 제시안을 내놓긴 했지만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사상 초유의 새누리당 당직자들의 파업사태까지 예상된다.

남한테만 지켜라?

새누리당 노조 관계자는 "새누리당 내부의 이런 문제를 그대로 안고 있으면서 박 당선인이 기업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비정규직을 줄여라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는가? 이는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이 내세운 노동공약 전체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19대 총선, 18대 대선을 달려오며 오로지 당과 국민을 위한 일념으로 노조 차원의 요구를 접고, 대의에 충실해 왔는데 새누리당은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무척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일요시사>는 새누리당 측에 이와 관련한 성의있는 답변을 요구했으나 새누리당 측은 곧 입장을 정리해 공식 발표할 것이라며 답변조차 거부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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