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축구 외도' 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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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축구 외도' 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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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집안부터 챙기시죠!"

[일요시사=경제1팀] "지금 저럴 때가 아닌데…"
오너가 부재중인 현대산업개발을 향한 업계의 혀 차는 소리다. 현대산업개발은 어수선하다. 실적이 엉망인데다 감축 칼바람까지 불고 있어서다. 경영권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 이 와중에 '회장님'마저 한눈을 팔면서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요즘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집무실은 텅 비어 있다. 외부 활동이 많아져 회사를 비우는 일이 부쩍 늘어서다. 앞으론 더 바빠지게 됐다. 축구협회장이 됐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3년 대한축구협회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접전 끝에 제52대 대한축구협회장에 당선됐다. 정 회장은 1차 투표에서 24표 중 7표를 획득해 1표 차이로 2위를 기록했지만, 결선 2차 투표에서 15표를 얻어 2위와 6표 차이로 4년 임기의 협회장에 선출됐다.

실적 곤두박질

곧바로 신문사 등을 잇달아 방문해 당선 인사를 건넨 정 회장은 선거 다음 날부터 협회에 출근하기 시작했다. ▲국제경쟁력 향상 ▲축구 인프라 확보 ▲축구인 일자리 창출 ▲축구문화 향상 ▲축구계 통합 등의 공약들을 제시한 정 회장은 "협회 예산을 기존 1000억원에서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늘려 축구 산업을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FIFA 집행부에 도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정 회장은 한껏 들떠 있는 모습이다. 그토록 바라던 ‘축구 대통령’의 꿈을 이뤄서다. 정 회장은 축구와 인연이 깊다. 1994년 울산현대 구단주를 거쳐 1997∼1999년 전북현대 구단주를 지냈다. 2000년부터는 부산 아이파크 구단주를 맡았고, 2011년엔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에 취임해 최근까지 한국 프로축구를 이끌어 왔다.

대한축구협회장 자리는 다르다. 더 바쁘고 신경 쓸 일도 많다. 당연히 회사를 비울 날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 그를 보는 업계에선 "지금 저럴 때가 아닌데"란 혀 차는 소리가 들린다. 현대산업개발의 실적이 엉망인데다 감축 칼바람까지 불고 있어서다.

현대산업개발은 2000년대 들어 꾸준히 2조원대 매출을 올리다 2011년 사상 최대인 3조원을 넘어섰다. 2001년만 제외하고 적자를 낸 적도 없다. 문제는 작년이다. 아직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각 증권사들의 예상치를 보면 '최악'일 것이란 의견으로 모아진다. 지난 몇 년간 악화된 국내 부동산 경기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최근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은 7개 대형 건설사 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의 작년 매출은 전년비 17.53% 감소한 3조3877억원으로 건설사 중 유일하게 뒷걸음질 쳤다. 7개 건설사의 평균 매출액은 1년 전보다 15.07% 늘어났다.

현대산업개발의 순이익은 777억원으로 65.44%나 급감했고, 영업이익은 1837억원으로 54.38% 줄었다. 이 역시 다른 건설사들과 비교하면 가장 많이 떨어진 수치다. 7개 건설사의 평균 순이익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각각 7.57%, 7.98% 감소했다. 현대산업개발의 지난 4분기 실적 추정치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00억원(-24%),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900억원(-63%)과 630억원(-71%) 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어렵게 축구협회장에 당선…외부활동 부쩍 늘듯
한눈파는 사이 회사 잇단 악재 '분위기 어수선'

뿐만 아니다. 구조조정 칼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지속적으로 인력을 감축하고 있는 것. 현대산업개발은 작년에만 38명의 직원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2011년 3월 말 기준 현대산업개발의 직원은 총 1812명이었다. 이후 ▲2011년 6월 말 1783명 ▲2011년 9월 말 1774명 ▲2012년 3월 말 1741명 ▲2012년 6월 말 1734명 ▲2012년 9월 말 1736명으로 직원수를 줄였다. 최근엔 주요 계열사에서 50여 명에 가까운 직원이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경영권도 위태롭다. 작년 8월 정 회장을 제치고 현대산업개발 최대주주로 등극한 싱가포르 투자법인 템플턴자산운용은 이후 계속 지분을 사들여 지난 4일 현재 20.05%(1511만7832주)를 확보했다. 정 회장은 13.63%(1027만1300주), 친인척 등 우호지분까지 해도 18.83%(1419만3891주)로 템플턴보다 1.22%p 적다.

2000년대 초부터 꾸준히 현대산업개발 지분을 매입한 템플턴은 그 목적을 '일반 투자'로 밝혔다. 경영권 참여 의사가 없다는 뜻이다. 현대산업개발 측도 "템플턴과 지금까지 한 번도 마찰이 없을 정도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템플턴이 현대산업개발 경영에 간섭한 적은 없다. 그러나 증권가 등 업계에선 템플턴이 '이빨'을 숨기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향후 언제든지 현대산업개발의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템플턴은 2003∼2004년 SK그룹 경영권을 공격한 소버린자사운용 쪽에 붙었던 '과거'가 있다.

재계 관계자는 "축구협회장을 맡은 정 회장은 그전과 달리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 활동 영역이 넓어질 것"이라며 "국격을 높이는데 앞장선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겠지만 그만큼 회사 경영엔 소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억지'라고 일축했다. 정 회장의 대외 활동과 회사 업무를 연관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정 회장이 외부 일 때문에 회사를 비우는 일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오너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며 "꼭 자리에 앉아서 업무를 본다고 효율이 높은 것은 아니다. 외부에서도 충분히 그룹을 컨트롤 할 수 있는데다 전문경영인이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위태로운 경영권

현대산업개발은 정 회장의 대외활동이 오히려 회사에 큰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국내 주택사업에 주력했던 현대산업개발은 1980년대 중반 이후 접었던 해외 진출을 선언한 상태. 이미 해외사업팀을 신설했고 베트남에 첫 해외지사도 설립했다. 여기에 앞으로 세계를 누릴 정 회장이 상당 부분 역할을 할 것이란 게 회사 측의 설명. 글로벌 인지도를 올릴 수 있는 계기로 절대 '밑지는 장사'가 아니란 계산이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가슴 졸이는 정몽규 왜?>

"반드시 이겨야 하는데…"

지난달 28일 대한축구협회장에 당선된 정몽규 회장이 가슴을 졸이고 있다. 협회장 취임 이후 첫 경기인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 때문이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월드컵축구대표팀은 2월6일 오후 11시5분 영국 런던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유럽의 강호 크로아티아와 평가전을 갖는다. 평가전엔 3월26일 카타르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을 앞두고 박주영(셀타비고)과 기성용(스완지시티), 손흥민(함부르크), 구자철·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김보경(카디프시티), 이청용(볼턴), 곽태휘(알샤밥) 등 해외파들이 총출동한다.

"월드컵 8회 연속 본선 진출을 위해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정 회장은 지난달 30일 대표팀이 출국하는 인천공항을 직접 찾아 떠나는 선수단을 격려하고 선전을 당부했다. 아무래도 취임 이후 첫 경기인 만큼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닌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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