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욕하면 목 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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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욕하면 목 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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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장 사퇴설 루머 나돌자 사내에 ‘함구령’
임직원에게 ‘유언비어 차단 긴급 지시’ 공문

김쌍수 한국전력 사장이 폭발했다. 자신을 둘러싼 루머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자 참다 참다 드디어 ‘행동’에 나섰다. 오히려 루머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김 사장은 단호하다. 이참에 뿌리를 뽑겠다는 심산이다. 김 사장을 괴롭힌 루머가 뭘까. 그 실체를 캐봤다.

재계는 요즘 온갖 ‘설’로 뒤숭숭하다. 연말 인사철과 맞물려 기업으로선 소소한 루머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각종 근거 없는 소문에 휩싸인 기업은 “사실무근”이라고 잘라 말하면서도 물밑에선 루머의 불씨를 끄고 괴소문 진원지인 ‘검은 그림자’실체를 캐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공기업인 한국전력도 그 중 한 곳이다. 김쌍수 한전 사장은 자신을 둘러싼 루머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자 ‘루머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 첫 번째 조치가 ‘함구령’이다.

한전은 최근 김 사장과 관련해 사내 입단속에 나섰다. 임직원들에게 엄포성 공문을 내린 것. 한전 감사실은 지난 2일 처장과 실장 및 사업소장들에게 ‘유언비어 차단 긴급 지시’란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감사실은 이 공문에서 “최근 인사이동을 앞두고 경영진과 관련한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급속히 유포되고 있다”며 “유언비어를 전파·유포하거나 단순 문의하는 사례라도 확인될 경우 해당자는 물론 해당부서의 상급관리자까지 엄중 문책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내부 반발 심화

그렇다면 한전이 감사실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엄포를 놓은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바로 김 사장의 거취 문제 때문이다. 한전 안팎에선 지난달부터 김 사장과 관련된 갖가지 루머가 나오더니 급기야 사퇴설이 나돌았다. ‘김 사장이 지식경제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조만간 간부회의에서 사의를 표명한다’등의 내용이다. 증권가와 관가 주변엔 김 사장이 청와대 등 정치권의 인사 청탁 거절로 괘씸죄 적용을 받을 것이란 좀 더 구체적인 소문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고, 결국 보다 못한 한전이 임직원들에게 감사실 명의의 공문을 돌려 유언비어 차단에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루머의 진위 여부를 떠나 한전이 너무 과잉 반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한전은 그럴 만했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전 측은 “김 사장 사퇴설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헛소문이 나돈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김 사장의 거취 문제를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면서 사내 분위기가 뒤숭숭해지는 것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며 “공기업의 경우 CEO 임기가 얼마 남지 않으면 루머가 돌기 마련인데 이번엔 정도가 심각해 조치를 취한 것으로 엄포성은 전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의문은 사퇴설이 나온 배경이다. 내년 8월까지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왜 루머가 돌았냐는 것이다.

올해 65세인 김 사장은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1969년 LG전자(당시 금성사)에 입사해 상무, 전무, 사장, 부회장 등을 거쳐 고문으로 있다가 2008년 8월 민간 경영인 출신으론 처음으로 한전 사장에 취임했다. 이후 ‘철밥통’이미지를 깨기 위해 한전에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이 결과 원자력발전 해외수출 등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일방적인 불도저식 추진은 조직 내부의 반발을 샀다. 한전의 공기업 특성을 무시한 채 지나친 수익성만 따진 나머지 일반 사기업처럼 굴렸다는 게 불만이다. 김 사장을 둘러싼 갖가지 루머들도 이런 내부 불만들이 외부로 흘러나오는 과정에서 불거졌을 가능성이 높다.

사퇴설에 대해선 김 사장의 성과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발전 자회사들과의 통합 무산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 사장은 취임 이후 줄곧 ‘원 캠코’를 외쳐왔다. 1999년 전력산업구조개편 당시 뿔뿔이 흩어진 자회사들을 다시 합쳐 ‘그룹화’하자는 것이다. 김 사장은 한국수력원자력과 화력발전 5개 자회사들을 통폐합해 국내 굴지의 전력사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질 계획이었다.

정부와 갈등설도

그러나 지난 8월 정부가 최종 확정한 전력산업구조개편안은 김 사장의 복안과 전혀 딴판이었다. 구조개편안은 사실상 분리 체제를 유지, 자회사들의 독립성을 강화하도록 했다. 오히려 한전의 권한이 더욱 축소됐다. 발전 자회사들을 한전이 아닌 정부의 통제를 받는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 경영평가와 임원 선임권 등이 한전에서 기획재정부로 넘어갔다.

큰소리치다가 대망신을 당한 김 사장의 사퇴 얘기가 나온 것이 바로 이때부터다. 한전 내부에서도 김 사장이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많았다.

사실 김 사장의 사퇴설에 앞서 정부와의 갈등설이 먼저 나돌았다. 김 사장은 인사 청탁을 철저히 배제하고 성과주의 인사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정부 등 정치권의 인사 청탁을 일절 받아주지 않았다.

때문에 김 사장이 정치권의 눈 밖에 났고, 사퇴 압력으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한전은 공기업이다 보니 지금까지 정부의 압력을 많이 받아왔다. 한편으론 한전의 직속 정부부처인 지경부 장관의 교체설과 맞물려 김 사장의 사퇴설이 확산된 것으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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