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나간’ 골목상권 규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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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나간’ 골목상권 규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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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도 ‘동네빵집’인데 왜?

[일요시사=경제1팀] 프랜차이즈 빵집의 신규 출점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렸다. 골목상권 보호를 등에 업고 ‘재벌빵집’을 몰아낸 동네빵집이 여세를 몰아 프랜차이즈 빵집과의 맞대결에서도 승리한 셈이다. 그러나 재벌빵집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후폭풍이 거세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와 CJ그룹 계열의 ‘뚜레주르’.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불러온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빵집이다. 이들 빵집은 향후 3년간 매년 새로 낼 수 있는 점포수가 전년 말 기준 2% 이내로 제한된다. 그것도 동네 빵집과의 거리가 걸어서 500m 이상 떨어져야 한다. 사실상 발이 묶인 셈이다.

상생에 초점?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5일 프랜차이즈 제과업체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두 개 업체에 이 같은 권고조치를 내렸다. 권고기간은 다음달 1일부터 2016년 2월 29일까지다.

위원회의 이러한 결정은 골목상권 보호와 대기업-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한다는 취지다. 동반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과 상생경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프랜차이즈업계는 역차별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동반위 권고대로라면 프랜차이즈 업체는 출점 제한으로 인한 브랜드 파워 하락이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결국 가맹점주의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SPC는 “가맹점주의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조치여서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어렵다”고 밝히며 사실상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우선 파리바게뜨·뚜레쥬르 두 업체는 사실상 이를 피해 신규 매장을 내는 것이 불가능하고, 이렇게 되면 매년 순수 감소하는 점포수만 약 200개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SPC 관계자는 “파리바게뜨가 한 해 동안 순수 폐점·이전하는 점포 수는 대략 100개 수준”이라며 “이번 권고안으로 감소분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뚜레쥬르 역시 매년 감소하는 점포수가 파리바게뜨와 비슷한 수준이다.

동반위 점포 500m이내 확장·진입 자제 권고
업계 “이중규제 역차별…가혹한 조치” 반발

신규 매장을 2% 이내로 제한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크다. SPC는 동반위 발표 직후 성명서를 내고,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2.8%로 전망했는데, 신규 매장 수를 2% 이내로 잡은 것은 기업에 최소한의 성장도 하지 말라는 가혹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중규제도 문제다. 두 업체는 이미 같은 브랜드 제과점 500m 이내에 출점을 금지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규제로 지난해 두 업체의 신규 매장 수는 이미 크게 줄어든 상태다. 그러나 여기에 중소 제과점과 거리 제한까지 받게 되면 사실상 출점 가능한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이번 500m 거리 제한(동네빵집 기준) 결정은 기존 공정위 거리제한에 이은 이중규제로 사실상 확장 자제가 아닌 사업 축소의 우려가 있다”며 “자연감소분이 있기 때문에 매년 매장수가 역성장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실제 베이커리 업종 전체에 대한 거리제한에 해당, 경쟁 저해는 물론 소비자의 기본 선택권과 후생을 저하시키는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며 “이중 규제로 업계를 옭아매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조건 대형 프랜차이즈를 막는다고 해서 소상공인들의 경영 여건이 좋아질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를 때려잡는다고 지금과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경쟁이 심해지면서 수입을 못내 힘들어지는 게 문제의 핵심인데 무조건 진입 장벽을 막는다고 해서 영세상공인들의 어려움이 해결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수성가한 중견프랜차이즈 업체에까지 출점 규제의 굴레를 씌우는 건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높다. 재계순위 14위인 CJ그룹의 계열사인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와 중견기업인 SPC가 운영하는 파리바게뜨에 같은 방침을 적용하는 것에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파리바게뜨의 경우, 광화문 1호점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만해도 크라운베이커리·고려당·태극당 등 몇몇 대형 브랜드에 밀려 있던 업체였으나, 독특한 기술과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성공신화를 이끌며 지금의 자리에 올라섰다.

SPC의 관계자 역시 “SPC는 베이커리 사업이 전체 매출의 97%를 차지한다”며 “대기업집단에 속하는 CJ와는 기업의 태생이 다르다”고 강조한 바 있다. 베이커리 전문기업인 SPC와 CJ그룹의 계열사인 CJ푸드빌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SPC 측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프랜차이즈 업계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 한국프랜차이즈협회를 매개로 SPC, 놀부, 원앤원, 본죽 등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중심으로 비대위가 꾸려지고 있다.

사실상 영업정지

위원장에는 이명훈 협회 부회장(오니규 대표)이 선임됐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인사를 위원장으로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이번 적합업종 지정 대상에 속하지 않는 이 부회장을 선임했다. 비대위는 이번 동반위의 결정과 관련된 소송과 외식업종 관련 추가 논의 등을 담당하게 된다.

협회 관계자는 “이번 동반위의 결정에는 불합리한 내용이 다수 담겨 있다”며 “특히 프랜차이즈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관련 업체들이 함께 모여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했다”며 “설 이후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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