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국정원 몸통’ 살린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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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 ‘국정원 몸통’ 살린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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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엔 만점 북쪽엔 빵점인 정보력…북풍만 불면 ‘아이 좋아~’

[일요시사=정치팀] 정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국정원 댓글조작사건’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북한 핵실험 때문이다. 국가정보원(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의 ‘북풍공작’이 아니다. 이번엔 북한발(發) ‘순수(?) 북풍’이다. 심리정보부(가칭) 소속의 여직원에게 집중되던 국정원 사건이 원세훈 원장으로 여론이 쏠린 것은 민주통합당의 김정현 부대변인의 논평이 있고 나서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도 한몫했다. 국정원장이 국정원 사건의 몸통으로 거론되기 시작하고 얼마 후, 북한 핵실험이 연일 언론에 대서 특필됐다.


지난 12일 북한이 세 번째 핵실험을 끝내 강행했다. 이에 따라 한반도는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국제사회도 발 빠르게 움직이며 머리를 맞댔다. 만에 하나 있을 북한의 후속 도발이 악순환으로 이어질 경우가 문제였다. 그럴 경우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
같은 시각 한 시민단체는 국정원 직원의 대선 여론조작 의혹에 대한 경찰의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 “여당 협조 안 해”
여당 “하고 싶은 대로”

지난 12일 취재기자는 국정원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을 찾았다. 정보위원회·국정원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와 관련된 의원실을 빠짐없이 샅샅이 돌아다녔다.

정보위원회 간사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실. 오후 4시 정보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윤 의원실은 한참 분주했다.

"국정원 사건 국정조사, 민주당과 협력해 진행할 계획이 있으십니까?"

취재기자는 국정원 사건 담당자에게 물었다.

모니터를 보며 업무를 보던 관계자는 한 일간지의 첫 번째 지면을 취재기자 면전에 들어 올렸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이것 좀 보세요. 지금 북한이 핵을 쏴 올렸어요”라며 신문을 흔들었다.

취재기자는 "그렇다면 북한 핵실험 문제로 국정원 사건은 더 이상 논의되지 않는다고 봐야 하나요? 민주당에서는 새누리당과 관련 기관이 협의하지 않아 국정원 사건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하던데요"라고 말했다.

그는 답답하다는 듯이 신문을 가리키며 “지금 국정원 사건이 중요한가요? 북한 핵 때문에 전 세계가 난리인 마당에…. 민주당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세요”라고 잘라 말했다.

새누리당 “북한 때문에 전 세계가 난리인데… 아직도 국정원 타령?”
전직 국정원 직원 “윗선 지시 없이 여직원 혼자 절대 조작 못 해”

취재기자가 "민주당이 하고 싶어도 새누리당이 협의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 아닙니까?"라고 묻자 관계자는

“그러니까 민주당 마음대로 하라고요”라며 짜증 섞인 투로 답했다.

국정원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김현 의원실 관계자는 국정원 사건 진상조사가 지지부진한 이유로 ‘새누리당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꼽았다. 그 외엔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의원실도 딱히 방법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취재기자가 만난 새누리당 관계자의 답변으로 미루어 보더라도, 국회에서 국정원 사건이 국정조사로 논의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김현 의원실 관계자는 “국정원 사건을 해결하고 나설 주체가 없다”라며 안타까운 속내를 드러냈다.

정보위원회 소속의 박지원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정원 사건과 관련된 사실은 대부분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정보위원회 회의는 원칙적으로 비공개이며,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을 통해서도 알 수 없다. 국정원 사건이 어려운 이유다”라고 말했다.

“묵인이나 지시 없이
 조직적 활동 불가” 

민주당 관계자들은 국정원 사건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조심스럽게 한 인물을 지목했다. 바로 국가정보를 쥐락펴락하는 원세훈 국정원장이다. 이들은 대부분 국정원장의 암묵적인 동의 없이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조작사건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국정원에서 30년을 근무했던 김모씨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전직 국정원 직원인 김씨는 <일요시사>와 만남에서 “여직원 혼자 꾸밀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윗선의 지시 없이 그런 일을 혼자 할 수 없다. 국정원에서 일해 본 사람이면 다 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국정원이라는 조직이 하나의 덩어리로 움직이는데,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질리 있나?”라며 “이것은 국정원장의 지시하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국정원 여직원은 벌써 징계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여직원은 여기저기 고소하고 있다. 국정원은 여직원을 감싸고 돈다. 국정원이 왜 이렇게 똘똘 뭉칠 수 있겠는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씨는 “국정원이 정치·조직적으로 권력기관화 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예산”이라며 “국정원에서 사용하는 예산은 비공개다. 영수증 처리도 안 되는 지출이 대부분이다. 대통령이 국정원장 자리에 자신의 충복만 앉히면 국정원 예산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예산을 이용해 국정원 인력과 정보력을 자신이 원하는 곳에 집중시키면, 대한민국 전체를 쥐고 흔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2일 민주통합당의 김정현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원 원장을 겨냥한 바 있다. 

“장막 뒤에 숨어선 안 돼”
“국정원 다수요원 무관”

김 부대변인은 국정원장에게 대선개입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김 부대변인인 “국정원장은 더 이상 이 사건의 장막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라고 강변했다. 민주당에서 원 원장을 직접 겨냥해 공격한 것은 김 부대변인이 최초였다.

이틀 후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도 합류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제기해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고소당한 표 전 교수는 “원 원장, 공개토론 합시다”라며 맞짱토론을 제안했다. 표 전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제 판단에 ‘국정원 게이트’는 결코 국정원 전체 혹은 다수요원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사적 이익 위해 정보권력 이용하려한 소수 외부영입자 주도 행위입니다”라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김정현 부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원 원장을 언급한 것에 대해 “상황이 그렇게 전개됐다. 국정원 사건이 국정원 조직 전체 문제로 확대돼가는 측면이 있었다. 원 원장은 MB정부하에서 임명된 사람이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벌어진 일은 털고 가는 게 좋지 않겠냐는 취지에서 그 같은 논평을 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정보기관의 최고수장 자리에 오른 원 원장은 대표적인 ‘MB맨’으로 꼽힌다. 원 원장은 MB가 서울시장 재직 시 최측근에서 보좌하며 절대적인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세훈, MB에게 목숨 바쳐 충성” 서울시장 당시 최측근 보좌
구멍 난 대북 정보력 위험한 수준, 핵 날아와도 아무것도 못 해

그는 MB가 청와대에 입성하자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발탁된 후 국정원장으로 임명됐다. MB정부에서 그는 시원하게 출세가도를 달렸다. 게다가 그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국정원장으로 장수하고 있다.

김씨는 원 원장에 대해 “MB에게 목숨 바쳐 충성하는 사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언론사는 “그동안 원 원장은 정부 내에서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언터처블(untouchable) 실세’였다. 매주 금요일 MB를 독대한다. 이 자리엔 임태희 대통령실장도 배석하지 않는다고 한다. 원 원장의 대통령 독대가 각종 민감한 현안이나 인사 문제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관가에서는 원 원장에게 줄을 대기 위해 노력하는 장차관이 적지 않다는 말이 오래전부터 흘러나왔다”라고 보도했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원 원장이 본격적으로 국정원 사건 몸통으로 거론될 무렵, 때마침 북한이 핵 실험을 강행했다.

지난 12일 국회 정보위원회 긴급현안보고에 원 원장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원 원장은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정원 사건 수사 촉구 목소리를 내던 정청래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도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국정원 사건이 언급됐다는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국정원의 대북정보력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란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구멍 난 대북 정보력은 이번 북한 핵실험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관해 책임져야 할 원 원장이 오히려 북풍으로 국정원 사건에서 한발 비켜선 사실이 모순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표적인 MB맨
‘언터처블 실세’

국방위원회 소속인 김광진 민주통합당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국방부나 국정원이나 대북 정보력은 현재 제로에 가깝다. 전혀 예측이 안 되고 있다. 국가안위와 관련된 기관이 정치기구화 된 것은 단지 야당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당장 북한이 핵을 쏜다고 해도 그게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우리 아리랑 위성도 탐지 못 하고 있다. 핵 측정기구도 없다. 미군의 기술에 의존해야 하는데 북한이 폐쇄해버리면 도리가 없다. 이런 것들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정원이 이러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는데 정치적인 목적으로 국정원이 낭비되고 있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큰일’만 터지면 물 타기용 사건이 발생하는 대한민국 사회이기에 국민들은 이번 북한의 핵실험으로 묻혀버릴 공산이 큰 국정원 댓글조작사건의 ‘몸통’에도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과연 사건은 억세게 재수 좋은(?) 세력들의 바람처럼 이대로 영영 묻혀버릴 것인가?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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