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살인기업’ 오명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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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살인기업’ 오명 왜?

일요시사 0 733 0 0

노동자 죽어야 크는 ‘조선공룡’

[일요시사=경제1팀] ‘조선업계 빅3’. 대우조선해양 앞에 붙는 수식어다. 그러나 기업 이미지와 달리 대우조선해양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기업이었다. 그들이 줄곧 외치던 ‘완벽한 명품 선박’은 노동자의 죽음 위에서 건설되고 있었다. 지난 넉 달 사이만 해도 3명의 노동자가 세상을 등졌다.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조선소에서 최근 중대 사망 사고가 잇달아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넉 달 사이 알려진 것만 총 3명이 사망하고 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조선업 특성상 대형사고의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고 해도 굉장히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연쇄 사망사고

지난달 7일 대우조선에서 19세의 젊은 하청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인이 된 전모씨는 A안벽(배를 접안하기 좋도록 항만에 쌓은 벽)에서 건조 작업을 하던 중 26m아래로 추락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입사 2주일 만에 벌어진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더구나 전씨는 목격자가 없어 사고 경위 등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유가족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유가족은 “입사한지 2주일 된 아들이 위험한 고소작업장인 조선소에서 혼자서 사고지점인 난간으로 간 것과 이를 방치한 사측, 경찰측의 사건 설명을 듣고도 이해할 수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조직위원회(이하 하노위)측도 “대우조선해양의 안전관리의식과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며 “사고 이후 처리 과정 또한 의문투성이다. 정확한 사건 발생 경위도, 사고 목격자도 없으며 심지어 사고 지점도 명확하게 밝혀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의 산재 사망사고는 이번만이 아니었다. 지난 1월 15일에는 20대 사내하청 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원·하청 노동자 9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 사고가 터졌다.

지난 4개월 사이 3명 사망 9명 중경상
안전관리 미흡…‘죽음의 작업장’전락

사고 당시 이들은 조선소 내 2도크에 있던 4251호 컨테이너선에 블록을 탑재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전날 탑재해 놨던 대형 블록이 갑자기 20m 아래로 떨어지면서 노동자들을 순식간에 덮쳤다. 이 사고로 입사한지 채 한 달여밖에 되지 않았던 23세 민모씨가 블록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하노위 측은 “이 사고는 더 많은 생산을 위해 공기를 최대한 앞당기기 위해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한 대표적인 부실시공으로 이는 70년대에나 일어날 법한 사고”라며 “또한 사고 하루 전에 이 문제로 관련 부서회의를 진행했다는 말을 들었으며, 사측은 이미 사고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여진다”고 주장했다.

네 달 전이던 지난해 11월 15일에는 5∼6톤 짜리 선박 구조물(트레슬) 이동 작업을 하던 박모(48)씨가 구조물이 균형을 잃고 쓰러지면서 지면과 구조물에 깔리는 협착사고를 당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하노위는 “박씨가 절단작업을 수행하던 새틀 트레슬은 프로젝트가 대형화 되면서 새롭게 도입된 공법으로, 아직 표준작업지시서도 없는 상태”라며 “회사가 작업공정을 만회하겠다는 이유로 안정이 담보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하다 사고가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사망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사망자 중 2명이 입사 1개월 미만의 미숙련공으로 밝혀져 대우조선해양의 허술한 인력관리와 안전 불감증 문제 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대우조선해양 괴담이라는 이야기까지 들리는 등 사측은 잇따른 산재 사망사고로 골치가 아픈 분위기”라며 “가뜩이나 조선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치명적인 악재가 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지만 대우조선해양이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키워드라는 꼬리표는 떼기 힘든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경실련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0년과 2011년 각각 6명, 5명이 사망하는 등 동종업체의 평균 사고율을 훨씬 웃도는 중대 산재사고율을 보여 왔다. 앞선 2010년에는 사망 만인율이 근로자 1000명 이상 조선업체 평균인 0.82의 6배를 넘어 논란을 빚기도 했다.

2010∼2011년에도 11명 사망
동종업 평균사고율 6배 넘어

이에 대해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안전사고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데 이런 일이 자꾸 벌어져 당혹스럽다”며 “차후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에 최선을 다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현장의 노동자들은 “실제 현장에서 일하다 부딪힐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한 교육이 되어야 한다”며 “위험요인에 대한 회사의 시설투자도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우조선 노동자들은 목숨을 담보로 생업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측은 말 뿐이 아닌 보다 실질적인 안전관리 체계를 수립해야 하고, 정부 역시 중대사고 발생 전까지는 모든 안전 관리를 기업에 맡기는 ‘자율안전관리제도’부터 재검토할 필요성이 높아 보인다.

사내에 괴담까지

노동연대 한 관계자는 “요즘 대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들먹이며 다양한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지만, 정작 윤리적 기업이 되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산재 사망은 기업에 의한 살인이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면 번지르르한 이미지에 앞서 노동자의 생명과 권리부터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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