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속타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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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뒷담화> KT&G 속타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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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초들 눈치보면서 '주판알 튕기기'

[일요시사=경제1팀] KT&G가 표정 관리 중이다.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있다. 담뱃값 인상 때문이다. 최소 2000원 더 올린다는 방안이 급물살을 타면서 득실 계산에 분주한 모습. 발끈한 애연가들의 눈치를 보면서 말이다.


담뱃값이 거의 2배 비싸질 것으로 보인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6일 현재의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기 위해 지방세법 및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엔 새누리당 의원 7명, 민주통합당 의원 5명 등 모두 12명의 여야 의원들이 참여했다.

2500원→4500원

개정안은 담배소비세를 641원에서 1169원(82%↑)으로,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354원에서 1146원(224%↑)으로 올리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 법안은 소관상임위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이르면 연말 또는 2014년 시행된다. 담뱃값은 기존 2500원(국산 담배 기준)에서 4500원으로 오른다.

김 의원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담배 관련 지방세 징수금액은 연 4조2000억원에서 5조4000억원으로,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징수금액은 연 1조5000억원에서 3조5000억원으로 늘어나 재원을 확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흡연으로 인한 피해금액이 연간 10조원에 달하고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수도 연간 3만명으로 교통사고 사망자수보다 6배나 많다"며 "담뱃값이 많이 오르면 흡연율도 감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T&G는 발끈한 애연가들의 눈치를 보면서 득실 계산에 분주하다. 호재가 될지 악재가 될지 몰라 머릿속이 복잡하다. 단순히 금액만 따지면 당연히 이익이겠지만, 그만큼 금연자가 늘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을 할 수 없는 처지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법안이 통과가 안 돼서 당장 뭐라 할 말이 없다"면서도 "실적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담뱃값 인상 시 KT&G의 실적개선이 기대된다는 주장과 수익구조가 개선되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교차된다.

일단 액면상으로 보면 담배를 생산·판매하는 KT&G에겐 호재다. 담뱃값이 오르면 KT&G에 떨어지는 '떡고물'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담배엔 5가지 세금이 붙는다. 현재 2500원짜리 1갑에 포함된 제세 내역은 담배소비세 641원, 지방교육세 320.5원, 국민건강증진기금 354원, 폐기물부담금 7원, 부가가치세 227.27원으로 총 1549.8원이다. 조세 부담률이 약 62%에 이르는 셈이다. 여기서 소매점 마진(10%)을 더하고 남은 나머지가 KT&G의 몫이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2000원 인상분에서 각종 세금과 소매점 마진 등은 모두 1684원. 이를 제외한 316원 가량의 마진을 KT&G가 가져간다는 결론이다. 이 돈은 고스란히 수익에 반영된다. KT&G가 지난해 총 48억갑(수출 포함)을 팔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1조5000억원 정도의 매출 발생이 예상된다. KT&G의 지난해 담배판매 매출은 2조5239억원이었다. 한편에선 2000원 인상분 중 1950원이 세금과 소매자 마진으로 빠지고 KT&G에 떨어지는 돈이 50원뿐이란 계산도 있다. 이 경우 약 2400억원의 '덤'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담뱃값 2000원 인상 급물살에 표정 관리
수천억 실적개선 호재? 수요 감소 악재?

이미 증권사들의 장밋빛 전망도 나온 바 있다. 동부증권은 지난 1월 담뱃값 인상 시 KT&G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동부증권은 "추가적 세수 확보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의 담배 세금 인상 가능성이 높다"며 "세금 인상에 수반한 KT&G의 갑당 단가가 1%씩 상승할 경우 올해 KT&G의 연결순이익은 1.3% 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HMC투자증권과 신영증권도 지난해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었다. 담뱃값 인상이 제조사에게도 수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HMC투자증권은 "내수 담배 가격 3% 인상 시 KT&G 매출액은 1.4%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영증권은 "담뱃값 100원 인상 시 KT&G는 2013년 추정 순이익이 17.6% 상향 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점쳤다.

담배 출고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출고가는 기획재정부, 소매점협회, KT&G 등이 협의해 정한다. KT&G가 가져갈 마진이 결정되지 않은 것이다. 더 큰 변수는 또 있다. 바로 흡연자들의 변심이다. 이는 KT&G가 바짝 긴장하는 대목이다.

실제 그동안 각종 연구 결과와 통계에 따르면 담뱃값 인상은 담배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조성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10월 '담배가격 정책과 흡연율 분석'이란 보고서를 통해 "2013년부터 담뱃값을 2000원 올리면 국내 남성 흡연율은 44.5%(2011년 기준)에서 2015년 39.4%를 거쳐 2020년 37.4%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을 발의한 김 의원도 "2000원쯤 대폭 올리면 저소득층과 청소년의 흡연율이 상당히 줄어든다. 적어도 30%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담뱃값 인상과 금연이 연관 있다고 확신한다. 그 근거는 앞선 두 차례 담뱃값 인상 전후의 흡연율이다. 담뱃값은 2002년 200∼300원, 2004년 500원 인상됐다. 이 결과 2001년 60.9%에 달했던 성인 남성(만 19세 이상) 흡연율은 2004년 57.8%로, 다시 2006년엔 44.1%로 대폭 줄어들었다.

KT&G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강력한 금연정책까지 시행되면 흡연율은 더 낮아질 수도 있어서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과 함께 경고 그림 및 문구 표시 강화, 금연구역확대, 브랜드 명칭 변경, 상담시스템 강화 등 비가격 정책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오는 2020년까지 흡연율을 29% 아래로 떨어뜨린다는 목표다.

표정 관리 중

다만 흡연율 하락은 KT&G 매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만큼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KT&G의 담배 매출은 2003년 2조1543억원, 2004년 2조5875억원에서 2005년 2조633억원으로 주춤했다가 2006년 2조1866억원으로 회복했다. 이후 ▲2007년 2조3424억원 ▲2008년 2조5142억원 ▲2009년 2조4721억원 ▲2010년 2조3662억원 ▲2011년 2조3901억원을 기록했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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