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귀국 보따리 속’ 비밀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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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귀국 보따리 속’ 비밀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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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민주 잡고, 내년 6월 새누리 친다

[일요시사=정치팀]‘과연 안철수다웠다.’ 정치권은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오는 4월 재보선을 지나 10월 재보선에나 정치권에 등판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안 전 교수의 신중한 행보에 비춰보더라도, 무리하게 시기를 앞당겨 여의도에 입성하진 않으리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안 전 교수는 기가 막힌 타이밍에 이 같은 예측을 뒤엎는 반전을 보여, 정치권의 이슈를 선점하는 탁월한 내공을 보였다. 여야는 제대로 한 방 먹은 분위기다. 안 전 교수가 들고 올 귀국 보따리 속엔 과연 무엇이 들어있을까? <일요시사>가 미리 점쳐봤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서울 노원(병)에 출마할 것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안 전 교수의 정계복귀 후 시나리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오는 11일 안 전 교수가 귀국하면서 ‘새 정치’의 구체적인 담론을 담은 대국민 메시지를 제시할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은 안 전 교수의 구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당 창당설에 이어
국회의원 출마 기자회견

정치권 관계자들은 송호창 무소속 의원이 안 전 교수 출마 관련 기자회견을 연 시점이 절묘하다고 입을 모았다. 민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안철수가 또 ‘신의 한수’를 뒀다”라고 극찬했다. 안 전 교수의 탁월한 ‘타이밍’에 예상을 뒤엎는 반전까지,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여야의 싸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안 전 교수의 출마설은 국민의 피로감을 풀어줬다는 평이다.

현 정국에서 안 전 교수의 정치권 등판은 최대 화두다. 오는 4월24일까지 안 전 교수가 이슈를 이대로 끌고 간다면, 당초 자신이 세운 계획을 어느 정도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 전 교수 등판설이 처음으로 흘러나온 시기는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었던 지난달 25일이다. 그 주는 ‘안철수 신당 창당설’로 여의도가 들끓었다.

‘느린정치’서
‘반전정치’로 

안 전 교수 캠프 측 인사는 언론을 통해 안철수 신당설을 흘려 정권 초기 주도권을 잡아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힘을 뺐다. 돌이켜 보면 안 전 교수의 이슈 선점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봐도 무방하다. ‘안풍’은 마치 워밍업이라도 하는 듯했다. 연이어 송 의원이 안 전 교수 출마 기자회견을 하면서 가뿐히 정치권 이슈를 선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 전 교수에 대해 “전쟁이 끝나고, 각 군은 무기를 내려놓은 채 쉬고 있었다. 누군가는 전장을 떠났다. 대열은 정비되지 않은 채 어질러져 있고, 수장도 보이지 않는다. 수비할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공격이 들어왔다. 지금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처지가 그렇다”라며 현 상황을 비유했다.

그는 이어 “안 전 교수가 바라는 것은 선거 승리가 아니라고 본다. 정권 초기에 여야를 이슈에서 밀어내고, 주도권을 잡는 것. 그리고 대선 전 ‘안철수신드롬’을 불러일으켜 ‘안철수현상’을 유지해 그것을 현실정치의 토대로 바꿔놓는 것이다”라고 풀이했다.

이것은 신당 창당과도 박자를 맞춘다. 안 전 교수의 출마설과 동시에 논란이 된 것은 바로 출마 지역이다. 안 전 교수가 선택한 서울 노원(병)은 야권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정치적 무게에 걸맞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 재개에 나섰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이어졌다.

탁월한 타이밍에 예상 엎는 반전까지, 죽지 않은 ‘신의 한수’
박근혜 취임식·민주통합당 전당대회 힘 빼고 정국 이슈 선점   

또 다른 비판논리는 명분이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가 삼성과 검찰의 개혁을 요구하다 실정법에 걸려 의원직을 상실한 만큼, 그에 걸맞은 명분을 갖춰야 하는데 안 전 교수는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비판은 안 전 교수의 신당창당 계획을 염두에 두지 않은 이야기라고 일부 비주류 측 관계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더욱 큰 틀에서 안 전 교수의 정치프레임을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신당 창당은 새로운 정치적 조직을 만드는 굉장히 거대한 작업이다. 중앙정치의 무대인 서울에서 출마하는 것이 맞다. 서울 출마는 ‘기성정치’와 대립하는 ‘새 정치’를 펼치겠다는 의미와 상통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안 전 교수가 부산에 출마한다는 것은 새 정치의 하위개념인 ‘지역감정 극복’을 출마 슬로건으로 내건다는 뜻이다. 그러면 다시 친노 프레임에 갇히고, 노무현 향수에 자신을 가두는 꼴이다. 안 전 교수는 여권과 야권을 아우르고 계파에서 벗어난 ‘통합의 새 정치’를 펼쳐야 한다. 노원(병) 출마는 지역감정 극복뿐 아니라 더욱 넓은 범위의 정치적 이념을 상징한다”라고 말했다.

한국 정치가 안고 있는 수많은 난제 가운데, 안 전 교수가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가 무엇인지 숙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역감정 극복이 아닌, 새 정치를 위한 새로운 정당의 건립에 초점을 맞춰 여의도 입문을 해야 한다는 그의 의견에 일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안철수 신당 창당 시
민주 지지율 절반

실제로도 안 전 교수는 측근들을 통해 부산 영도 출마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노원(병)에 독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안 전 교수의 노원(병) 출마가 민주당을 겨냥한 것이라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부산 영도에 출마해 새누리당의 심장부를 겨누기보다는, 민주당에 타격이 큰 노원(병)에 출마해 ‘제1야당’의 밑그림을 그린다는 계획이라는 것. 오는 5월 전당대회를 거치며 계파 갈등을 극복하지 못한 민주당이 자연스럽게 무너지면, 이를 기점으로 신당 창당에 동력을 불어넣으리라는 관측이다.

지난 2일 <한겨레>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재 정당지지율은 새누리당 49.5%, 민주통합당 21.8%, 진보정의당 3.3%, 통합진보당 2.6%로 각각 나타났다. 무응답은 22.7%였다.

부산 영도 ‘노무현 프레임’에 갇혀, 노원(병) 신당 창당 힘 실어
여의도 입성 후 호남서 ‘민주색’ 지우기, 지자체 포섭 총력

그런데 ‘안 전 교수가 신당을 창당한다면, 어느 정당을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새누리당 40.1%(▼8.4%p), 안철수 신당 29.4%, 민주통합당 11.6%(▼10.1%p)로 나타났다. 안 전 교수가 창당을 하면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의 배를 넘을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지지정당을 모른다고 답한 무응답층도 22.7%에서 16.6%로 8.1%p 감소해, 이른바 무당파층의 절반이 안철수 신당 지지로 돌아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안 전 교수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 파급력은 더욱 커져, 민주당은 10% 이하로 지지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견한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민주당의 붕괴를 전제로 하는 ‘헤쳐모여’식 신당이 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전대를 거치면서 친노의 힘이 빠지고 비주류가 당권을 장악할 경우, 1:1로 합당을 하거나 연대를 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안 전 교수의 다음 공략지역은 야권의 표밭인 호남일 가능성이 크다. 오는 4월을 기점으로 자신의 세를 불리고, 10월에 호남인사들을 신당으로 합류시켜 호남민심을 중도로 끌어오면, 그때 지역감정 극복을 전면에 내걸어도 늦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즉 새누리당을 공격해 거점을 ‘뺏어오는 것’이 아니라, 호남에서 ‘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이라는 수식어를 지워 한국 정치의 지역감정을 희석시킨다는 복안이다.

조직력 갖추면
지방선거 올인

이 같은 과정은 신당 창당과 동시에 이루어지며, 민주당의 힘을 빼고 조직력을 견고히 해 대열을 갖추는 것이 선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 후 내년 지방선거를 무대로 새누리당과 힘겨루기를 하는 수순이 예상된다.

안 전 교수가 성공적으로 신당을 창당하고, 안전하게 여의도에 입성한다고 하더라도 각 지자체 장과 관계자들을 포섭하지 못하면 각종 선거와 현안에서 제대로 힘을 쓸 수 없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안 전 교수가 내년 지방선거 전에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견제할 조직을 반드시 갖춰야 하는 이유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전망이 주를 이룬다. 전국 각지에 안 전 교수를 지지하는 자발적인 모임이 수평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 안 전 교수의 지원군이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장고 끝에 용단을 내린 안 전 교수의 귀국 보따리 속엔, 자신의 이상을 현실정치에 담을 수많은 계획이 담겨있을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안 전 교수가 그동안 세차게 불었던 안풍을 여의도에 정착시켜 정치를 향한 국민의 뿌리 깊은 불신을 해소해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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