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vs국세청 전면전 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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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vs국세청 전면전 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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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선 기싸움…용호상박 힘겨루기

[일요시사=경제1팀]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경찰이 국세청을 뒤졌다. 대상은 국세청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지방국세청이다. 국세청 직원들이 세무조사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를 조사하겠다는 것인데 국세청의 조직적인 뇌물 상납 고리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국세청은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권력기관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받았다. 안 받았다. 경찰과 국세청 사이의 긴장감이 팽배하다. 사건은 지난 1월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직원과 서울 강남구 삼성세무서 직원 등 국세청 직원 6∼7명이 세무조사 대상 기업들로부터 각각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하면서 시작됐다.

'삥땅청' 전락?

해당 직원들은 2010년 초 해운회사인 H사와 식품회사인 S사를 세무조사 하는 과정에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각각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직원들이 기업으로부터 받은 돈을 모두 합치면 수억원대에 이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2010년 S사는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세무조사 유예, 은행대출시 금리 등 우대, 신용평가 시 가산점 부여 등의 혜택을 받았다.

경찰은 계좌추적과 소환조사 등을 통해 이 직원들이 해당 기업의 세무조사에서 혜택을 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는지 여부를 조사해 왔다. 이들에게 금품을 전달한 기업의 고위 관계자를 불러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5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서울 수송동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에 수사관 3명을 보내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국세청 직원들이 담당한 기업 세무조사 자료 등 3상자 분량의 서류 등을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이유에 대해 "세무조사 자료는 증거 인멸 등의 우려가 없기 때문에 임의제출 형태로 받으면 되지만 국세기본법상 요건을 맞추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국세기본법 81조는 국세청이 세무조사 자료를 타인에게 제공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 제출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예외를 두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국세청의 또 다른 한 직원은 2010년 말 유명 사교육 업체를 세무조사 하는 과정에서 탈세를 눈감아주는 등 편의를 봐 주는 대가로 1억9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경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 직원은 경찰 조사에서 당시 과장에게 3000만원, 국장에게 2000만원, 담당 실무자에게 9000만원을 준 뒤 나머지 5000만원을 자신이 챙겼다고 진술했다.

경창은 이 진술에 따라 조직적인 상납 고리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돈을 상납 받았다는 간부들이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해당 간부를 소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사상 초유 국세청 압수수색 실시
조사 기업서 뇌물 수사…칼끝 윗선 겨냥

경찰 관계자는 "조사가 마무리 단계"라며 "내주 중 관련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 사법처리를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2009년 5월 세무서장 A씨가 2004∼2005년 경기도 모 세무서 과장으로 근무할 때 유흥업소 업주에게서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와 관련해 중부지방국세청과 해당 지역 세무서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하지만 경찰이 국세청의 심장부라 불리는 서울국세청을 압수수색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앞서 2010년 10월 태광그룹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이던 검찰이 서울국세청 조사4국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적은 있다.



이에 국세청 내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국세청장의 임명을 앞두고 있고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박근혜 정부의 핵심 사안인 복지 재원 확보에 앞장서야 하는 국세청이기에 더욱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국세청의 한 사무관은 "혐의가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국세청의 한 직원으로서 자괴감을 느낀다"며 "강도 높은 자정을 통해 새로운 국세청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무관은 "비리를 저질렀다면 수사를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하다"면서 "현재 금융위와 금융정보분석원의 정보 열람권을 놓고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국세청에게 불리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간 국세청은 현 정부 핵심공약인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접근 권한을 놓고 금융위와 힘겨루기를 해왔다.

금융위와도 대립각

FIU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세탁 관련 혐의거래 보고 등 금융정보를 수집·분석해 이를 경찰 등 법집행기관에 제공하는 중앙행정조직이다. 여기서 확보되는 자료 중 단 2~3%만이 국세청이 세무조사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국세청은 이 정보를 확대 이용해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면 4조5000억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는 현금거래 정보에 대한 국세청의 접근이 강화되면 자영업자들의 정상거래가 위축되고 국민들의 사생활 침해가 불가피하다며 반대를 표하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이 국세청이 전력을 쏟고 있는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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