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이준석 카드’ 흘린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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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이준석 카드’ 흘린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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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 잡는 덴 팔팔한 ‘피라미’ 미끼가 제격?

[일요시사=정치팀] 서울 노원병은 초기 박근혜 정부의 최대 격전지다. 소수점 지지율로 선두다툼을 벌이던 ‘빅3’ 잠룡 승부가 대선 후에도 끝나지 않은 듯하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오는 4월 재보선에 등판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원병은 ‘미니대선’을 치르게 됐다. 사력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새누리당은 난데없이 ‘이준석 카드’를 슬쩍 흘렸다. 작년 부산 사상구에서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에 무명의 정치신인 손수조 미래세대위원장을 내세웠던 새누리당. 이번엔 또 무슨 속셈일까?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출사표를 낸 서울 노원(병)은 4·24 국회의원 재보선의 최고 관심지역이다. 안 전 교수의 대항마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여야 모두 합하면 약 10여 명에 이를 정도다. 그중에서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이는 단연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다.

힘 빼거나 버리거나

노원병 선거 결과는 박근혜 정부 초기 국정운영 동력과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사다. 새누리당이 필승카드를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중에서도 안 전 교수의 대항마로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이름 석자를 내건 이 전 위원의 이력이 주목을 끈다. 이 전 위원은 올해 29세로 이른바 ‘박근혜 키즈’로 불린다.

<어린놈이 정치를>이라는 저서의 저자소개를 보면 이 전 위원은 서울과학고를 2년 만에 조기 졸업한 수재 중의 수재다. 그해 카이스트에 입학한 후 미국 하버드대에 합격했다. 그는 2억원에 이르는 수업료를 한국장학재단 장학금으로 해결하기도 했다.

이 전 위원은 대학생 시절부터 무료로 과외봉사를 했으며, 졸업 후 저소득 자녀들을 위해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이라는 봉사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교육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클라세스튜디오’라는 벤처기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전 위원의 저서를 보면 그가 정치를 꿈꾸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출판사에서 쓴 것으로 보이는 책 소개에 따르면 ‘3개월 임시직 정치인으로서 변혁의 정치판을 직접 체험하며 그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 책을 통해 그는 젊은 청춘이 바라보는 정치, 언론, 교육, 경제 등 25가지 이슈를 통한 한국 정치, 사회의 현실과 미래를 자신의 시각으로 파헤친다’고 했다. 그의 정치적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 전 위원이 안 전 교수의 대항마로 급부상하자, 더불어 문재인 전 후보와 대결구도를 펼쳤던 손수조 새누리당 미래세대위원장에게 관심이 쏠렸다.

새누리당이 ‘젊은 정치신인’ 카드를 또 꺼낼지를 두고 당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 이 전 위원에 대해 당의 한 고위관계자가 “참신할지는 몰라도 수도권에 후보로 내기엔 너무 어리다”라고 고개를 내저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치권 관계자는 새누리당으로선 이준석 카드가 오히려 안전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번 총선서 ‘손수조 재미’ 본 새누리, 4월 재보선 공천도?
클라세스튜디오 ‘유령회사’ 의혹 일어… 자칫하면 역효과 날수도

지난해 총선 당시 새누리당에서는 손 위원장을 부산 사상구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이겨도 그만, 져도 그만’인 당시 상황에서 새누리당으로서는 전혀 손해 볼 게 없는 카드인데다, 문 전 후보와 손 위원장의 득표율이 큰 차이로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예측이 적중한 것도 그렇다.

결과는 문 전 후보의 승리였지만 언론은 ‘정치초년병’인 손 위원장의 저력과 선전을 높이 치켜세웠다. 지금도 새누리당에서 요직을 맡고 있어 새누리당과 손 위원장은 ‘윈-윈’ 전략을 쓴 셈이 됐다.

안풍이 여의도를 뒤흔들고 있는 지금 새누리당에서는 아무리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워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이길 확률이 낮은 판에 영향력 있는 당내 중진을 내세우는 위험을 감수하진 않으리라는 관측이다.

손 위원장이 문 전 후보의 상대로 나서 유명세를 날렸듯, 이 전 위원이 안 전 교수에게 패한다 하더라도 이 전 위원 입장에서 손해 볼 게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그리고 안 전 후보에게 ‘다 이긴 선거’를 뛰게 만들어, 긴장감을 반감시켜 김 빼는 효과도 톡톡히 노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전 위원에게는 손 위원장은 없는 아킬레스건이 문제다. 얼마 전 ‘유령회사’로 논란이 됐던 클라세스튜디오가 그것이다. <일요시사>는 지난 2월 클라세스튜디오 관련 단독보도를 통해 ‘이 전 위원이 벤처기업가란 타이틀을 얻기 위해 설립한 회사가 아니냐’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한 바 있다. 이 전 위원이 법인 설립 후 불과 4개월 만에 정치에 입문한 사실 등을 의혹의 근거로 들었다. 



이 전 위원이 중소기업청의 창업진흥원에서 7000만원의 비용을 지원받아 법인을 설립한 바,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 전 위원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국고를 사용한 것이 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전 위원이 대표로 있는 클라세스튜디오의 운영상태다. <일요시사>의 취재 당시 클라세스튜디오의 홈페이지는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회사의 홈페이지로 보기에 무리가 있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아예 ‘버리는 카드’를 쓰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안 전 교수의 정치권 등판을 잠재우기에 박근혜 카드라는 수식어만으로는 부족하지 않느냐는 우려에서다. 다시 말해, 유령회사 의혹이 다소 불거지더라도 조금이라도 안풍을 잠재워 보겠다는 심산이다.

막판에 이 전 위원이 아닌 다른 후보를 내세울지도 모른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 전 위원을 둘러싼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경우, 그를 대체할 만한 정치초년병을 앉히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다.

‘꼬리 자르기’ 경계태세

그 경우 새누리당은 ‘낡은 카드’를 대신하는 ‘새 카드’를 제시하는 모양새를 연출하게 된다. 안 전 교수가 ‘새 정치’를 대변하는 인물로 여겨지는 만큼, 이슈를 끌어오기보다 이 같은 안 전 교수의 이미지를 중화시킨다는 계획이다.

과연 ‘이준석 대항마설’ 뒤에 감춘 새누리당의 ‘진짜카드’는 무엇일까? 혹시 이번에도 박 대통령의 ‘꼬리 자르기’로 논란이 마무리되는 것은 아닌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는 요즘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기사속 기사>


이전 클라세스튜디오 어땠나 보니

약도도 없어 ‘회사 가려면 어떻게?’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클라세스튜디오 홈페이지 모습이다. 현재 클라세스튜디오를 클릭하면 테스트바다(www.testbada.com)라는 사이트로 연결되며, 테스트바다의 대표이사는 이준석으로 돼 있다. 그림은 클라세스튜디오 홈페이지 약도를 소개하는 화면으로, 그림이 깨진 채 흐릿하게 방치돼 있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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