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판 ‘먹튀 비리’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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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자판 ‘먹튀 비리’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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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 간 빼먹은 저질 사장님

[일요시사=경제1팀] 자금 유동성 위기로 몰락한 옛 대우자동차판매가 부실 사태의 후유증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회사 몰락 과정에서 전직 사장들이 온갖 수법을 동원해 수백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 한때 연 매출 3조원을 기록하며 인천지역을 대표하던 기업이미지는 바닥으로 추락해 버렸다.

초우량 기업이었던 대우자동차판매주식회사(이하 대우자판). 대우자판은 2009년 건설부문의 무리한 사업 확장과 무분별한 지급보증으로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1년 뒤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결국 대규모 정리해고를 거쳐 현재 3개 회사로 분할 매각되면서 그 존재 자체가 사라졌다. 이 과정에서 대우자판 공동 대표였던 박상설(60)씨와 이동호(55)씨는 쓰러져가는 회사를 살러내기는커녕 회삿돈을 빼돌리고 심지어 회사를 가로채려다 검찰에 적발됐다. 
 
투톱 대우맨 추락

인천지검 공안부(부장검사 김병현)는 지난 7일 부도 직전 회사 자산을 헐값에 매각해 차액을 빼돌리고 회삿돈을 개인돈처럼 이용한 혐의로 전 대우자판 대표이사 박씨와 총괄사장 이씨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2009∼2010년 사이에 회사가 보유한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고 회계서류 조작하거나 대여금 형식으로 빼돌리는 등의 수법으로 회사 자금 14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2009년 4월경 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유령회사를 설립 후 89억원짜리 대전영업소 건물을 50억원에 사들인 뒤 재매각해 39억원의 전매차익을 챙겼다. 불법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자금을 세탁, 친인척 명의 계좌에 은닉하는가 하면 차익액 가운데 5억원은 묵인해 주는 대가로 이씨에게 흘러들어갔다.

박씨는 또 2010년 3월경 29억원 상당의 골프장 회원권을 유령회사에 매각해 회원권 매각대금이 대우자판에 입금되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심복인 회계담당자에게 매각 대금이 입금된 것처럼 입출금내역서와 회계서류를 허위로 작성했다.

이후 회원권 관리 담당자에게 건네주고 골프장 회원권의 소유권을 추가로 유령회사에 넘겨 줘 전매대금을 취득했다. 한 달 뒤엔 지인에게 213억원 상당의 평촌정비소를 142억원에 팔아 소유권이전소송을 제기하게 하고 고의로 패소한 혐의도 받고 있다.

수백억 회삿돈 빼돌린 전 대표 2명 구속
유령회사로 유용…성희롱 합의금도 지급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비서 출신인 이씨는 대우자판 총괄사장으로 있으면서 2007년부터 2010년 사이에 회사로 들어온 조세환급금 6억6000만원을 챙겼다.

2007년엔 여비서로 일하던 직원이 성희롱 혐의로 사표를 내고, 남편이 찾아와 자신을 고소하려하자 합의금 3억원을 회사 자금으로 지급한 뒤 마라톤 선수 스카우트 비용으로 지출한 것처럼 조작하기도 했다.

또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자 직원들에게 우리사주 매입을 강요해 회사 지분을 분산 시킨 뒤 정작 자신은 1대 주주가 돼 회사를 가로채려 한 혐의도 있다.

이씨는 특히 대우차판매 계열의 건설사 대표로 재직할 당시 80세가 넘은 아버지와 자신의 부인을 회사 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매달 200만원의 급여를 주고 벤츠, 폴크스바겐 등 리스 외제차를 타게 하거나 개인채무 변제를 위해 기업 자금 23억원을 임의로 유용했다.

공사대금 채권 20억원 상당을 자신의 채권자에게 양도한 후 마치 입금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는 등 총 108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대우그룹에서 초고속 승진으로 대우차판매 임원 자리에 오른 뒤 그룹 해체 후 실질적인 주인이 없는 틈을 타 황제적 지위를 구축하고 회사 자산을 사금고처럼 운용하면서 부도위기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대우차판매 노조는 지난 2011년 회사 자산 헐값 매각 의혹으로 박씨와 이씨를 경찰에 고발했으나 무혐의 처리됐다. 검찰은 지난해 말 사건을 넘겨받아 재수사를 벌여왔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인천지부는 성명을 통해 “인천지검의 구속수사가 비록 늦었지만 대우자판의 불법행위들이 하나하나 밝혀지는 것에 대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에 드러난 비리는 사실상 빙산의 일각에 불과, 확대 수사를 통해 노동자들을 피눈물 나게 한 모든 의혹을 철저하게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노조는 경영진이 회사 자산인 수원 정비사업소, 울산 달동 빌딩, 용인시 기흥 소재 자동차경매장, 서울 강남 대치동 코래드빌딩 등도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헐값에 매각해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안성 골프장 건설과 관련해 부실 투자를 해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 점과 사익을 위해 불법 대출을 받은 점 등을 토대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바 있다.

혐의 더 있나

검찰은 현재 대우차판매 수원정비소 헐값 매각과 계열사 매각과정 불법행위 등에 대한 수사도 계속하고 있어, 두 경영진의 추가 비리가 계속해서 드러날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수원정비소 헐값 매각과 외부 BW 인수과정에서의 배임 행위, 계열사 매각과정에서 불법행위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수사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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