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 청문회 ‘대북 문제’ 비공개 진짜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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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장 청문회 ‘대북 문제’ 비공개 진짜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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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정보력 빵점! 들킬 바엔 덮는다?

[일요시사=정치팀] 정부와 함께할 인사들에 대한 청문회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막판까지 진통을 겪으며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 청문회가 있다. 18~19일 양일간에 거쳐 개최되는 국정원장 인사청문회가 그것이다. 진통 끝에 합의된 인사청문회의 조건은 ‘대북 문제’ 비공개. 그 진짜 이유를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지난 12일.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의 정청래 민주통합당 의원이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정원장 인사청문회를 무력화하려는 새누리당의 꼼수는 국정을 무력화하려는 것’이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이 기자들에게 배포됐다. 

다음 날인 13일.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는 남재준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극적 합의했다. 양측 모두 반반씩 양보한 듯 보였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대북 기밀, 과연 있나?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가 인사청문회 개최를 합의하기 직전. 정청래 의원실 관계자와 <일요시사> 간 긴급한 통화가 이어졌다. 국정원장 인사청문회가 언제까지 미뤄질지 장담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관계자는 “늦어도 19일까지 마무리돼야 하지만, 여야 모두 양보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어떤 일이 있어도, 그 전에 청문회를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전화를 걸었다. 그는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가 남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양일간에 거쳐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양측은 팽팽하게 대립했던 두 가지 사안을 놓고 일정 수준에서 절충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였다.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둘러싸고 여야 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이유는 두 가지였다.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 관련자의 청문회 요구와 청문회 공개여부가 골자였다. 북한 핵문제로 전 세계가 요동치고 있는 시점이라 양측은 국정원장 인사청문회를 둘러싸고 더욱 예민한 모습을 보여, 이대로 청문회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했다.

치열한 설전 끝에 민주당은 참고인 신청을 청문회가 아닌 상임위에서 별도로 다루기로 합의했다. 대신 민주당은 18일 개최되는 신상 및 도덕성 검증 청문회에 대해서는 공개, 19일 대북 문제를 비롯한 내부 보안사항 청문회에 대해서는 비공개로 결정했다.

양측 모두 일보 후퇴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신상부문 공개 뒤 정책부문 비공개’는 당초 새누리당이 주장했던 사안으로, 새누리당이 거둔 수확이 더 크다는 평이다.

합의를 전후한 정 의원의 주장을 보더라도 새누리당의 입장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쨌든 새누리당은 참고인 출석과 ‘대북 문제’가 공개적으로 거론되는 것을 저지했다.

참고인 출석 상임위서 개최, 신상?도덕성 검증은 비공개 합의
‘공안정국’ 혜택 입는 GH정부, ‘레드 콤플렉스’ 사수 총력

청문회 대북문제 비공개는 여야 간 팽팽한 대립 끝에 극적 타결 됐지만, 이는 이미 예견된 사안이었다. 일반적으로 정치권 관계자들은 대북문제는 보안사항으로 비공개로 개최되는 게 원칙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사안과 밀접히 연결된 국방위 소속 관계자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그들은 국정원 사건 관련자 청문회 신청을 별도의 상임위를 통해 다루기로 합의한 새누리당의 속내가 따로 있다고 입을 모았다. 청문회에서 대북문제가 공개적으로 다뤄질 경우, MB정부와 현 정부의 국정원을 둘러싼 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이야기다.

한 국방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실, 대북문제에 대해 거론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라고 귀띔했다. 그는 “국정원장 청문회 과정에서 지난 연평도와 천안함 사건에 대해 문답이 오갈 것은 누구나 예견할 수 있다. 그리고 문제 되고 있는 북한의 핵 도발에 대해서도 예리한 질문이 쏟아질 것이다”라며 “북한정보 수집은 국정원의 가장 중요한 임무다. 하지만 그동안 국정원은 대선에 개입해 여론 조작하느라 정신이 팔려있었다. 이 때문에 북한 움직임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마치 국정원이 대북 정보라인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아무것도 없는 대북문제 청문회를 비공개로 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방위 관계자는 “이전에는 북한 문제가 일급기밀로 다뤄졌다. 그것은 북한에 대한 정보가 어느 정도 쌓였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MB정권에서 기밀에 해당할 만한 북한정보는 거의 없다. 국정원이 국내정보 수집에 더욱 열을 냈기 때문”이라며 “청문회에서 대북 문제가 공개적으로 다뤄질 경우, 국정원장 후보자가 대북 문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국방위 소속의 김광진 의원도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국정의 대북 정보력을 지적한 바 있다.

김 의원은 “국방부나 국정원이나 대북 정보력은 현재 제로에 가깝다. 국가 안위와 관련된 기관이 정치기구화 된 것은 야당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라며 “국정원이 이러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는데 정치적인 목적으로 국정원이 낭비되고 있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번 국정원장 인사청문회에서 대북 문제가 공개적으로 거론될 경우 새누리당이 입을 타격은 적지 않아 보인다. 새누리당으로선 국정원의 대북 정보력, 그리고 권력기관 사유화 정황이 드러나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입장이다.

국정원 재점화 막아야

갑자기 불어 닥친 북한발(發) ‘순수 북풍’으로 박근혜 정부가 ‘공안정국’이라는 혜택을 입는 현 상황도 그렇다.

만약 국정원의 대북 정보력이 바닥인 것으로 드러난다면, 오랫동안 여당의 권력에 힘을 실었던 국민의 ‘레드 콤플렉스’를 부추길 동력이 떨어지게 된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전부터 현재까지 지지율 하락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을 전후해 뜨겁게 논란이 됐던 국정원 사건의 뒷이야기가 재점화되는 것은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만큼 힘 빠지는 상황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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