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권 출범에 알아서 기는 방송가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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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권 출범에 알아서 기는 방송가 실태

일요시사 0 704 0 0

[일요시사=정치팀] 연예인도 정치권에 줄을 잘 서야 출세할 수 있다? 한국방송 KBS가 봄 개편을 앞두고 프로그램들의 진행자 교체 문제로 시끄럽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정권 코드 맞추기 개편이 의심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도 정치권에 줄을 잘 서야 출세하던 권위주의 시대가 다시 돌아온 것일까? <일요시사>가 박근혜정권 출범 후 알아서 기는 방송가의 실태를 살펴봤다.

한국방송 KBS 2TV는 지난달 28일 약 10년간이나 건강정보프로그램 <비타민>의 진행을 맡아온 방송인 정은아를 일방적으로 하차시키고 박근혜 대통령의 조카인 가수 은지원을 새 진행자로 투입했다. 한국방송은 보도자료를 통해 봄 개편을 맞아 진행자를 재정비했다며 "은지원은 1세대 아이돌 출신으로 <1박2일> <위기탈출 넘버원>에서 독특한 발상 등으로 탁월한 진행능력을 선보였다"고 소개했다.

연예인 블랙리스트

하지만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새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새노조는 성명을 통해 "담당 PD는 녹화를 불과 1시간여 앞둔 시점에서 '정은아씨가 다음 녹화부터 교체될 예정이니 오늘 마지막 인사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새노조는 또 "제작진은 교체 필요성을 언급하지도 않았는데 일방적인 처사”라며 "관제 개편을 통해 한국방송을 정권에 헌납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민주당도 논평을 통해 은지원의 발탁은 정권 코드 맞추기 개편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은지원씨가 이전부터 유명한 연예인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신분이 '대중스타'에서 '대통령의 친인척'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방송 측은 "정은아의 하차는 프로그램 새단장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으로 일방적으로 교체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방송의 정권 눈치보기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한국방송은 우선 <열린토론>을 폐지하고 새로 편성되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친박' 성향의 정치평론가 고성국씨를 발탁했다. 라디오 <생방송 글로벌 대한민국>의 진행자로 내정된 고씨는 대표적인 친박인사로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강연을 한 전력이 있음에도 종편채널 등에 정치평론가로 출연해 야권후보를 비난해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고씨는 논란 끝에 결국 MC선정위원회에서 탈락했다. 또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의 선거운동을 도운 전력이 있는 방송인 임백천은 현재 KBS2TV <세대공감 토요일>의 차기 진행자로 거론되고 있다. 임백천은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그룹 회장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한국방송은 방송경력이 전무한 청와대 행정관 출신의 기업인 최양오씨를 뜬금없이 새로 도입하는 경제프로그램 <경제투데이>의 진행자로 지목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알고 보니 최씨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의원의 처남이었다. 최씨는 논란이 일자 스스로 사의를 표했다.

'10년 진행' MC 버리고 대통령 조카 낙하산?
한국방송, 봄 개편 앞두고 코드인사 논란

게다가 한국방송은 지난달 초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신설하기로 한 것이 알려지며 '박정희 시대를 미화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한국방송의 행태 때문에 방송가 주변에선 벌써부터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지원했던 연예인 유세단 '누리스타' 출신들이 이번 정권에서 승승장구 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누리스타엔 박 대통령의 5촌 조카인 은지원을 비롯해 배우 송기윤, 심양홍, 이서진, 가수 현미, 현철, 설운도, 개그맨 김종국, 김정렬, 탁구스타 유남규 등 120여 명이 참가해 박 대통령의 유세 지원에 나섰었다.

반면 새 정부의 비위를 거스른 연예인은 방송계에서 처절하게 배척당할 위기에 처했다. 실제로 지난 1월에는 배우 김여진이 정치적 입장 때문에 방송출연을 거부당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여진은 18대 대선에서 패배한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했었다.

사실 방송사의 이 같은 행태는 이미 지난 정권들에서도 불거졌었던 문제들이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처럼 머리가 벗겨졌다는 황당한 이유로 배우 박용식이 출연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개그맨 심현섭이 16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방송출연을 거부당했다고 주장해 소송사태로까지 이어졌고, 이명박 전 대통령 때에는 개그맨 김제동, 김미화와 가수 윤도현 등 많은 연예인들이 사회참여적 행보를 보인 이후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들로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갑작스런 하차 통보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선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청와대 차원에서 연예인 출연문제를 직접 지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청와대 입장에선 정말 눈엣가시 같은 연예인이 아니라면 국정현안이 잔뜩 쌓여있는 상황에서 직접 일개 연예인들의 출연문제까지 왈가왈부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보단 방송사 관계자들이 청와대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알아서 충성경쟁을 벌였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KBS의 사장 임명권은 대통령이 갖고 있고, MBC도 형식적으로는 방송문화진흥회가 사장을 선임하지만 결국은 여당인사가 다수이므로 대통령이 사장을 임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청와대의 눈 밖에 나면 향후 5년간 인사 문제 등에서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한 중견PD도 이에 대해 "공식적인 압력보다는 간부가 지나가는 말처럼 출연자에 대해 누구는 별로라거나 누가 더 낫다는 등의 말을 하는데 담당PD 입장에서는 간부의 의견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간부가 언급을 했는데도 출연자가 바뀌지 않으면 개편 때 담당PD를 바꿔버리거나 시청률이 조금만 나빠도 프로그램을 아예 폐지시켜 버리는 일도 있다는 주장이다. 지나가는 말이라도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공정성 확보 시급

때문에 전문가들은 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미디어전문가는 "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영방송 사장의 경우 특정 정당 출신이나 대통령과의 특수관계인을 배제하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낙하산 사장 논란과 방송 공정성 논란을 이제는 종식시켜야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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