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죽 '15억 사고' 내막

한국뉴스


 

본죽 '15억 사고' 내막

일요시사 0 894 0 0

끔찍이 챙긴 직원에 뒤통수 '얼얼'

[일요시사=경제1팀] 본죽 브랜드로 유명한 본아이에프에 사고가 터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직원의 불법행위가 일어난 것. 덕분에 회사 측은 만만찮은 데미지를 입었다. 평소 직원을 끔찍이 챙긴 김철호 대표의 뒤통수도 얼얼하다.
본죽으로 유명한 외식 전문기업 본아이에프에서 십억원대 '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본아이에프는 지난 4월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을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아이에프는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당기(2012년) 회사 임직원에 의한 불법행위가 발생했다"며 "이로 인해 15억400만원을 미수금으로 계상해 전액 대손충당금(회수불능 추산액)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불법행위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일요시사>는 회사 측의 공식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취재를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담당자에게 여러 번 메모를 남겨도 소용이 없었다. "확인하고 연락을 주겠다. 기다려 달라"는 말만 반복한 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다른 관계자들도 일체 함구했다. 세간의 입길에 오르내리지 않을까 '쉬쉬'하는 분위기다.

영업에 데미지

업계는 본아이에프 임직원의 불법행위를 횡령 또는 유용으로 추정하고 있다. 회삿돈을 빼돌리지 않았냐는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 본아이에프의 임직원은 총 253명(임원 8명·직원 245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임직원의 불법행위가 뭐가 있겠냐. 횡령 밖에 없다"며 "투자금을 유치해 착복했거나 개인 명의의 차명계좌를 통해 가맹점으로부터 대금을 송금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에서 부당대출을 받는 수법도 있다. 이도 아니면 회삿돈에 손을 대 들고 튀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만약 횡령이 맞다면 허술한 내부통제시스템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프랜차이즈 업계엔 사기, 횡령, 배임, 유용 등 내부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PC방 모 브랜드와 주점 모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두 업체는 임원이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해 폐업까지 했다. 가맹본부는 임직원의 법 위반사실을 공정위 정보공개서에 기재해야 한다. 예비 창업자는 가맹계약 전 정보공개서에 기재된 사건일자, 조치내용, 판결 및 선고 내역 등의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본아이에프의 경우 현재 2011년 기준 정보공개서만 열람이 가능하다.

프랜차이즈 컨설팅 한 관계자는 "본아이에프는 지난해 초 터진 이른바 '쓰레기죽'여파로 고전이 예상됐으나 매출을 그대로 유지하는 등 나름 선전했다"며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15억원 사고로 만만찮은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직원 불법행위 사실 뒤늦게 알려져
회수불능액 처리…지난해 처음 적자

실제 본아이에프는 임직원의 도발로 입은 데미지가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재무제표를 보면 알 수 있다.

본아이에프는 지난해 2011년(1130억원)과 비슷한 113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내외수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부진을 감안하면 충분히 선전한 실적이다. 매출의 근간이 되는 매장수도 늘었다. 본아이에프의 국내외 매장수는 모두 1400여개. 대표 브랜드 본죽 가맹점(직영 포함)은 2010년 1151개에서 2011년 1268개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110개였던 본비빕밤도 134개로 많아졌다.

문제는 영업이익과 순이익. 임직원의 불법행위로 '구멍'난 금액이 반영되면서 폭삭 주저앉았다. 영업이익은 2011년 53억원에서 지난해 21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특히 순이익의 경우 41억원 흑자에서 7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공시를 시작한 2007년 이후 플러스 행진을 이어온 본아이에프는 지난해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냈다.

손실이 난 결정적인 계기는 영업외비용(기업의 영업과 크게 관계없이 발생한 비용)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2011년 10억원에서 지난해 40억원으로 급증했다. 그중에서도 기타의 대손상각비 부분이 눈에 띄게 늘었다. 전년 100만원 수준이었다가 지난해 18억원이나 됐다. 이는 임직원의 불법행위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보통 다른 기업들의 경우 횡령에 의해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대손(손실)으로 잡는다.

내부선 '쉬쉬'

본아이에프는 지난해 적자 탓에 배당금도 지급하지 못했다. 앞서 2011년엔 주당 7500원씩 총 6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이 돈은 모두 오너일가 주머니로 들어갔다. 지분 100%를 김철호 대표와 가족이 보유하고 있어서다. 

김 대표가 지분 70%(5만2780주)로 최대주주. 이어 부인 최복이씨가 27.84%(2만1000주)를, 자녀 지혜·조은·율민씨가 각각 0.72%(540주)를 갖고 있다. 2010년에도 무려 19억원을 배당했었다. 당시 김 대표는 13억원, 최씨는 5억원, 자녀들은 각각 1300만원씩 챙긴 바 있다.

김 대표는 평소 직원을 끔찍이 챙기는 CEO로 유명하다. '임직원이 행복해야 최선을 다해 일할 수 있다'는 게 지론일 정도. 언론과 인터뷰 할 때마다 "지금의 성과는 좋은 직원들이 있어서 가능했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항상 임직원에게 공을 돌리는 김 대표. 그랬기에 15억원 사고는 그의 뒤통수를 얼얼하게 한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