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절전' 국회 에너지 낭비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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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절전' 국회 에너지 낭비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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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선 절약, 뒤에선 낭비 "우린 특별하니까!"

[일요시사=정치팀]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 비리' 사태로 원전 가동이 중단되고, 기름 값이 리터당 2000원을 웃도는 고유가시대가 지속되면서 우리나라는 올 여름 사상 최악의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다. 온 나라가 에너지 절감의 허리띠를 졸라 맸지만 정작 가장 모범을 보여야 할 국회는 여전히 엄청난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일요시사>가 국회의 에너지 낭비 실태를 살펴봤다.

온 나라가 에너지 절감의 허리띠를 졸라 맸다. 박근혜정부는 '원전부품 비리' 사태로 촉발된 사상 최악의 전력난을 타개하기 위해 모든 공공기관이 월간 전력사용량을 15% 감축하고 특히 피크시간대에는 20% 감축하기로 했다. 또한 공공기관 냉방온도를 28도 이상으로 유지하고 전력경보 주의·경계단계에서는 냉방기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아울러 피크시간대 전기요금을 3배 이상 높게 물리고 비피크시간대는 할인하는 선택형 피크요금제를 확대 시행한다. 공공기관 외 대형건물도 냉방온도 26도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냉방차별

냉방온도 규제가 적용되는 건물은 계약전력 100㎾ 이상 6만8000여 곳이다. 피크시간대는 수도권 지하철 13개 노선의 운행간격도 1∼3분 연장된다. 이 같은 강압적인 절전대책에 공공기관과 기업에서는 업무효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는 더위에 지쳐 쓰러지는 학생들이 나오는 지경이다.

게다가 수 년째 기름 값이 리터당 2000원을 웃도는 고유가시대가 지속되면서 서민들은 더욱 에너지 절감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다. 정부가 에너지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의지도 없이 에너지 절감 위주의 대책만 내세우면서 국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이러한 불만을 의식한 때문인지 최근 국회도 적극적인 에너지 절감 대책에 동참하고 있다.

국회는 지난 4일 국회가 문을 연 이후 65년 만에 처음으로 노타이 본회의를 진행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도 강창희 국회의장의 요청에 따라 모두 넥타이를 매지 않았다. 절전운동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일제히 넥타이를 푼 것이다. 본회의장엔 난데없는 부채도 등장했다.

본회의장 온도가 공공기관 최저 냉방온도 기준인 섭씨 28도를 오르내리다 보니, 여기저기서 의원들의 부채질도 이어졌다. 그런데 한 가지 황당한 것은 방청석에서 앉은 일반 국민들이 부채를 사용할 경우엔 국회 직원의 제지를 받는다는 것이다.

국회는 또 비회기 중 승강기 운행대수 제한, 창가 쪽 조명기구 소등, 본청 경관조명 소등, 건물 내 무인자동판매기기 일과 후 전원차단 등 다양한 에너지 절감대책을 내놨다. 겉으로는 국회가 국민들이 겪고 있는 에너지 절감 고통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국회에서는 엄청난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국회가 지난 5월 발표한 국회전기절약 방안에 의하면 국회 청사 내 사무실의 냉방온도를 28도 이상으로 유지하고, 냉방기 가동시간을 오전 1시간, 오후 1시간씩 2시간을 단축 운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회 측은 회의를 준비하는 의원회관의 경우 융통성 있게 운영하겠다며 사실상 냉방온도에 차별을 두겠다는 황당한 선언을 했다. 이에 대해 국회는 의원회관 사무실 냉방온도 역시 28도로 중앙제어하고 있으며 차별은 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의원회관 직원들이 주말 출근이 잦은 관계로 주말에도 냉방을 실시하겠다는 뜻이었다는 설명이었다.

국회 본청의 경우는 출근자가 있어도 주말에는 냉방을 실시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평일 의원회관의 내부 온도가 본청보다 낮다고 지적하자 통풍 또는 사무실이 태양광에 노출되는 범위에 따라 온도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냉방시스템은 내부온도에 따라 온도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것인데 같은 온도로 냉방을 실시했음에도 의원회관과 국회 본청과의 내부 온도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에너지 절약하자면서 선풍기 없이 에어컨만 고집
의원님들 기다리며 차량 시동 수십분 켜놓기도

게다가 모두가 에너지 절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가운데 의원회관만 냉방에 있어 차별을 두기로 한 것은 특권의식의 발로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국회가 절전을 외치며 찜통 국회를 만들고 있으면서도 본회의장 및 각 상임위원회장에 선풍기를 전혀 설치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선풍기와 에어컨을 같이 사용할 경우 30%의 절전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여름철 절전이 국가적 화두가 되어왔음에도 수십억의 비용이 들어가는 공사도 별 어려움 없이 진행하는 국회가 대당 고작 몇 만원짜리 선풍기를 지금까지 설치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힘들었다.

이에 대해 국회는 일부 상임위에서는 선풍기를 가동한 사례가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그러나 "그렇다면 왜 본회의장과 다른 상임위에서는 선풍기를 설치하고 가동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따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또 국회 경내에서 의원들을 기다리며 수십분동안 공회전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의원차량들도 문제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자동차 공회전 제한지역을 '서울시 전역'으로 확대했다. 공회전 제한시간은 휘발유 자동차는 3분, 경유자동차는 5분이다.

제한시간을 초과할 경우 5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러나 국회 측은 의원 차량들에 대해 자신들은 제재를 할 권한이 없다며 전혀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 다만 필요한 경우 자동차 공회전 제한에 대해 안내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수행비서들도 할 말은 있다. 의원이 회의장에서 나오면 바로 이동할 수 있도록 대기를 하는 것인데 예상보다 회의가 길어져 이를 기다리다 보니 어쩔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한 수행비서는 이 더운 날씨에 시동도 켜지 않고 차안에서 대기하라는 것이냐며 짜증 섞인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불편은 다른 국민들도 똑같이 느끼고 있는 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들은 공회전 시 단속을 당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국회의원 차량만 예외로 해달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다.

또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나온 후 의원회관까지 100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를 차량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잦아,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에너지 절감이 화두로 떠오른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국회의원들이 사용하고 있는 관용 차량은 대부분 에너지 효율이 낮은 대형고급세단이었다.

그릇된 특권의식

국정감사나 각종 상임위 회의 때마다 시도 때도 없이 세종시 공무원을 국회로 호출하는 태도도 크게 보면 에너지 낭비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5월까지 국내 출장비로만 13억4700만원을 사용했다. 막상 공무원을 국회까지 호출해놓고도 별다른 질의도 하지 않거나 아예 회의가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

또 상당부분은 문서 등으로 대체해도 되는 내용을 굳이 공무원을 국회로 불러들인다는 불만도 팽배하다. 이렇게 사용되는 예산도 국민들이 낸 소중한 혈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회의원들의 행태는 쉽게 이해가 되질 않는다.

카메라 앞에만 서면 에너지 절감을 외치는 국회의원들이지만 특권의식을 버리지 않는 한 에너지 절감 동참은 구호로만 그칠 듯 하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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