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밝혀낸 국정원 댓글 실체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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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밝혀낸 국정원 댓글 실체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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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이런 글을?" 일베 능가하는 국정원

[일요시사=정치팀]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이 지난달 14일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관련자들을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만든 국정원의 범죄일람표가 몇몇 국회의원실을 통해 공개되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국정원의 범죄일람표에는 어떠한 내용이 담겨있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입수해 살펴봤다.

검찰이 지난달 14일 지난해 대선기간 불거졌던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검찰은 국정원 직원들이 올린 게시물 1977건 중 73건이 지난 대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검찰이 지목한 인터넷 글 중 69건은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당을 반대하는 글이고, 안철수 당시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글도 4건 확인했다.

체면구긴 국정원

수사결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직원들에게 인터넷 댓글 작업 등의 불법적인 행위를 수시로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록 검찰은 원 전 원장을 불구속하고 관련 국정원 직원들을 기소유예 처분함으로써 논란의 여지를 남겼지만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한 사실만큼은 분명해진 것이다.

한편 검찰은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14개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이 등록한 게시글 5179건을 확보했고, 이중 정치관여와 선거운동 혐의가 있는 게시글 1977건을 범죄일람표에 수록했다. 또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이 한 5169건의 찬성 반대 클릭 행위 중 1346개의 대상글에 1711건의 찬반 행위가 정치나 선거개입 혐의가 있다고 보고 역시 범죄일람표에 올렸다.

이렇게 검찰이 작성한 국정원 범죄일람표는 무려 A4용지 2120장 분량이나 된다. 그런데 최근 범죄일람표가 몇몇 국회의원실을 통해 일반에 공개가 되면서 국정원 선거개입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국정원 범죄일람표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져 있는 것일까?

우선 대선개입 혐의가 있다고 검찰이 지목한 73건의 댓글들을 살펴보면 "북괴가 박근혜 엄청 두려워 하는듯ㅋㅋㅋ" "매일 선동질하고 지령내리고... 이렇게 선동질이 심한 대선은 여태까지 없었음... 하긴... 당연하겠지... 누구딸이냐...북한이 오죽 박정희 싫어했으면 청와대로 특공대 파견했겠?ㅋ? 이번에 문죄인이 되야 링겔이라도 꽂아줄텐데ㅋㅋ"(※이하 국정원이 남긴 글은 오타를 수정하지 않고 원본 그대로 올림) 등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옹호하고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를 비하하는 글들이 많았다.

또 당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에 대해서도 "국보법 없애면 안되는 이유가 명확해졌다. 대한민국을 남쪽정부라 부르는 사람이 대통령 하겠다고 나서는 판인데 국보법마저 폐지하면 대한민국이 남아나겠나?" "박근혜와 문재인 정책 공약 좀 들어보려고 토론회를 봤는데 헐...종북 쌈닭이 토론회 다 망쳐놨다. 이게 무슨 대선후보 토론회인지, 지지율 1%도 안되는 후보는 빼고 했어야 하는게 아닌가?"라며 비판했다.

"국민세금으로 정권안보 위해 힘썼다"
전라도 비하, 5·18 왜곡 '심각한 실태'

이외에도 국정원은 "희재찡이 NLL 진실을 터뜨리니깐 온 사방의 좌좀들이 단체로 멘붕왔네? 가정상비약 이제 편의점에서도 판다고 하던데 약이나 하나 사쳐먹어라~~~좌좀들 ㅁㅈㅎ누르고 지럴하네"라며 문재인 의원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입에 담기 힘든 비속어를 동원하거나 "요즘 NLL문제가 부상하니깐 햇볕정책 마니아, 좌빨들이 전투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 햇볕정책이 실패한 것쯤이야 이미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데 말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그들 좌빨들이 외쳐대는 10년 동안의 대북 퍼주기로 과연 남은게 뭔가 말이지? 기껏 대북지원 해줬더니만 김씨 일족과 그 하수인들만 배만 채웠잖은가?"라는 등 전 정권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때문에 민주당에서는 이번 사건을 국정원의 국기문란 사태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비록 소수의 댓글이지만 국정원 수사를 제대로 했다면 문재인이 대통령 됐을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또 검찰 수사에서 밝혀지지 않은 대선개입 댓글도 많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네티즌들은 검찰이 발견한 댓글 이외에도 '좌익효수'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국정원 직원이 쓴 것으로 의심되는 댓글들을 찾아내고 있다.

네티즌들이 찾아낸 국정원 직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댓글들을 살펴보면 전라도 지역을 이유 없이 비난하거나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폄훼하는 글들도 있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아따 전(두환) 장군께서 확 밀어버리셨어야 하는디 아따" "사법부 홍어 씨*럼들 데모쟁이들 다 풀어주고 씨*럼들" "아따 절라디언들 전부 *져버려야 한당께" "홍어 종자 절라디언들은 죽여버려야 한다" 등이다.

그러나 국정원 측은 "'좌익효수' 아이디 사용자는 국정원 직원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좌익효수 아이디 사용자는 국정원 직원이라는 거짓 내용을 유포한 사람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국정원 범죄일람표가 공개되면서 가장 먼저 분노한 것은 5·18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들이었다. 범죄일람표에서 국정원 직원들이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전라도를 비하하는 내용의 댓글을 다수 올린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광주광역시와 338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5·18 역사 왜곡 대책위원회'는 지난 3일 "국가정보원의 5·18민주화운동 왜곡 댓글을 강력히 규탄하며 사과와 관련자에 대한 엄중 처벌을 촉구한다"며 "국정원은 5·18민주화운동 왜곡 댓글에 대해 광주시민에게 사과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관련자를 엄중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게다가 공개된 범죄일람표에 따르면 국정원 심리전단은 이명박정부에 악재가 생겼을 때 적극 옹호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 사실상 국가안보가 아닌 정권안보에 더 매달린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유치한 정치개입

일례로 국정원은 지난 2009년 6월 집중적으로 댓글을 올렸는데, 이 시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후 정국이 출렁이던 시기였다. 국정원 요원들은 이 시기 "정치적 타살 그만 좀 우겨라" "통크게 뇌물먹고 자살한 자는 순교자지?" "노무현은 자살한거지 전임대통령으로서 영웅적인 행위를 한게 아니거든요" "정치발전을 위해서 노무현의 비리는 밝혀야 한다" 등의 댓글들을 집중적으로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국정원은 지난해 대선기간 국정원녀 사태가 불거진 이후에도 국정원녀 사건에 대해 "이게 뭔가? 젊은 처자 집앞에 버티고 앉아서 부모가 와도 못 데려가게 하고 이거 범죄 아님? 경찰은 왜 가만있음?" 등의 댓글을 수차례 남겼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논란을 낳고 있다. 댓글을 통한 정치개입을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또다시 댓글을 통해 여론을 호도하려는 태도를 보인 것이기 때문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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