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미녀골퍼’에 반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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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미녀골퍼’에 반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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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골프 ‘키다리 아저씨’는 누구?

“조금만 천천히 샷을 휘둘러보세요. 지금 스윙이 굉장히 빠른 편이거든요.” 올해로 26세인 한현정 프로는 매일 어김없이 KDB대우증권 VIP고객들과 골프를 친다. 입사 4년 차인 한 프로는 대우증권 VIP고객들의 라운딩 섭외 1순위다. 환한 미소에 사근사근한 매너로 고객들 사이에서 인기 만점인 덕분이다.

대우증권 스포츠마케팅팀의 한 관계자는 “한 프로의 스케줄은 대략 두 달 전부터 꽉 차 있다”며 “고객들의 선호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 프로는 대우증권 정규직과 같은 전문계약직으로 입사했고, 주5일 근무에 연봉 6000만원 정도를 받는다. 그는 한 주에 적게는 세 번, 많게는 다섯 번까지도 라운드를 나간다.

원포인트 레슨

프로골퍼지만 정작 라운드에서 자기 경기에 집중할 순 없다. 고객들과의 라운드에서 한 프로에게 주어진 업무는 ‘원포인트 레슨’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그립부터, 어드레스 그리고 잘못된 스윙습관도 고쳐준다.
한 프로는 “대부분 40~50대 남성고객이에요. 다들 구력은 오래 되셨지만 제대로 된 스윙을 갖춘 분들은 보기 힘들어요.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스윙이 너무 빠르다는 거예요”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신의 지도로 변화된 모습에는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한 프로는 “오랜 습관을 한 번에 바꾸기는 쉽지 않아요. 하지만 고객들이 좋아지는 모습을 보거나 다음에 또 기회를 달라는 얘기를 들을 땐 뿌듯하죠”라며 환하게 웃었다. 미혼인 한 프로에게 “아들을 소개해 주고 싶다”는 중매 제안도 많다고 했다.
대우증권은 지난 2010년 한 프로를 포함, 3명의 여자 프로골퍼를 총무부 직원으로 채용했다. 고객들의 반응이 좋고 실제 영업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올해 추가 영입을 계획 중이다.
기존 고객은 물론, 신규 고객 유치 효과가 좋다는 것이다. 프로골퍼와 동반 라운드 후 20억원을 한꺼번에 예치한 사례도 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수치로 환산해 여자 프로골퍼의 고용 효과를 증명할 수는 없지만 ‘고객 스킨십’ 효과가 워낙 좋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우증권이 연간 골프마케팅에 투자하는 비용은 약 25억원이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걸어 다니는 광고판’인 여자 프로골퍼를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올 초 하나금융그룹이 유소연(23)을 영입한데 이어 KB금융이 최근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박인비(25)와 메인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업계에서는 박인비의 몸값이 최대 1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미래에셋증권의 메인스폰서인 신지애(25)의 연간 계약금이 10억원 내외로 알려져 있어서다.

 

VIP고객 마케팅에 제격, 후원선수 기업로고 노출
“나 누구랑 라운드 해봤는데”… 자부심 마케팅
KB금융, 2011년 홍보효과 670억원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초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박인비의 마지막 경기에서 얻은 광고 효과만 약 8억원으로 조사됐다. 해외 광고는 제외한 국내 효과만 계산한 것이다. KB금융이 자체 환산한 2011년 홍보효과는 670억원 정도다.
남자골퍼보다는 여자골퍼의 광고효과가 훨씬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단 여자대회 총 경기 수가 27개로 15개에 불과한 남자대회보다 많다. 또 시청률도 여자대회가 더 높게 나온다. 특히 기업의 로고를 모자, 가슴, 팔 등에 부착하는 노출 효과가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하나금융은 골프 마케팅에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하는 곳이다. 눈에 띄는 것은 후원하는 프로선수 모두 여자(김인경, 박희영, 비키 허스트, 크리스티 커)라는 점이다.
국내 유일의 LPGA투어도 매년 성황리에 개최된다. 올해부터는 규모를 더 키웠다. 총상금은 기존 18억원에서 19억원으로 늘렸고, 출전 선수도 9명을 추가했다.
총상금의 두 배가 개최 비용인 업계 계산 방식을 적용하면 대회 하나에 약 38억원을 쏟아붓는 셈이다. 프로암대회도 대규모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개막 이틀 전에 VIP고객 약 300여 명을 초청해 프로암대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이 여성 프로골퍼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VIP고객 타깃 마케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골프가 대중화됐다하더라도 VIP 고객들이 가장 즐겨하는 스포츠는 역시 골프다.
프로암대회 참가자 대부분은 남자골퍼와의 라운드에 대해 “재미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실력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제대로 된 경기를 할 수가 없다는 게 이유다.

타깃 마케팅 가능

하지만 여자골퍼는 동일한 티박스를 사용하고 드라이버 비거리도 비슷해 라운드에 흥미를 느낄 수 있다. 지난해 극소수의 VIP고객들을 대상으로 열린 프로암대회에 참여했던 T사모펀드 대표는 “여자골퍼와의 경기는 해볼 만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골프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직접 경험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관심도가 남다르다.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은 선수들의 스윙이나 퍼팅 등 동작 하나하나에서 살아있는 레슨을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여자선수들의 기량은 세계 정상급”이라며 “신지애, 박인비처럼 세계랭킹 상위권을 휩쓸면서 국내는 물론 글로벌 광고효과도 크다”고 덧붙였다.

자료제공=월간골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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