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번지는 '촛불 차단' 전략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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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번지는 '촛불 차단' 전략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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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에 두 번 당하면 바보?"

[일요시사=정치팀] 민주당이 지난 1일 서울광장에서 의원총회를 개최하고 본격적인 장외투쟁을 시작했다. 이는 사실상 촛불시위세력과의 연대로 광우병 촛불시위 이후 5년 만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시 촛불시위로 하야 위기까지 몰렸었다. 때문에 보수진영에선 촛불에 대한 트라우마가 아직도 남아있다. 5년 만에 다시 타오른 촛불을 차단하기 위해 여권은 어떠한 전략을 세워놓고 있을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민주당이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파행에 반발하며 지난 1일 본격적인 장외투쟁을 선언했다. 그동안 민주당은 소속의원의 국정원 규탄 촛불시위의 참여를 자율에 맡겨왔지만 이제부터는 소속의원과 당직자의 참여를 적극 권유하기로 했다. 사실상 촛불시위 세력과의 연대다.

촛불 트라우마

지난 6월21일 시작된 촛불시위는 일주일 만에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284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면서 3000여 명(경찰 추산 1800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7월27일에는 집회 참여자가 2만5000여 명(경찰 추산 6800명)까지 늘었다. 당시 비가 내렸던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인원이 참여한 셈이다.

지난 2008년 이후 5년 만에 촛불이 다시 타오르면서 여권은 긴장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시 촛불시위로 하야 위기에까지 몰렸었다. 때문에 보수진영에선 촛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고, 벌써 촛불을 차단하기 위한 전략들을 물밑에서 가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촛불을 차단하기 위한 여권의 전략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난달 23일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계엄요건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계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계엄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발생 시 국가의 안전과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국민의 기본권을 일부 제한하고 행정 및 사법절차를 군에 이관하는 제도다.

국정원 사태로 촛불시위가 이곳저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인 김 의원이 계엄과 관련한 법안을 발의하자 논란이 일었다. 촛불시위가 확산되니까 이를 막기 위해 계엄법을 만지작거리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다.

개정안은 계엄선포 기간을 6개월로 제한하되, 연장이 필요할 경우에 규정을 준용해 이를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내용상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다만 개정안의 주요내용 중 계엄선포 기간을 6개월 이내로 제한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어 보이지만 필요하면 연장이 가능하므로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또 계엄법은 국방위원회 소관인데 김 의원을 비롯해 법안을 공동발의한 10명의 의원 중 국방위 소속은 단 한명도 없었다. 전체적으로 뜬금이 없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시민 단체들은 "법안의 내용과 상관없이 대표적인 친박 인사가 이렇듯 엄중한 때에 뜬금없이 계엄법을 만지작거리는 것만으로도 시민들에겐 큰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마찬가지의 맥락으로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달 30일 "법치의 근간을 흔드는 불법·폭력시위는 중대한 범죄행위로 어떤 경우에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당시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발생한 희망버스 측과 경찰 측의 충돌과 관련한 경고성 메시지였으나 사실상 촛불시위까지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언론에 대한 정부여당의 통제 의혹도 있다.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가 전국적으로 타오를 수 있었던 것은 언론의 힘이 컸다. 지난달 29일 민주주의지킴이 대학생실천단은 여의도 KBS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시민들의 목소리를 보도하라"고 촉구했다.

'촛불 끄기' 전략 이미 가동됐다
전방위 압박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촛불을 들고 국정원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매주 거리로 나오는 국민들의 숫자는 늘어가고 있다"며 "하지만 2만5천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한 지난 토요일 촛불집회 또한 KBS와 MBC에서는 단 한 마디도 보도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이 지난달 7일부터 28일까지 KBS·MBC의 오후 9시대에 방송된 주요 뉴스들을 조사한 결과 KBS는 국정원 관련 보도가 4건, MBC는 8건이었으며, 그 내용은 대부분 국정조사 파행을 강조하거나 야당 인사들의 막말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또 새누리당에서는 촛불시위 깎아 내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정원 국정조사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민주당이 2008년 대통령선거에 불복을 하고 촛불집회를 일으키면서 나라를 아주 어지럽힌 전례가 있다"면서 "이번 대선에도 불복하는 심리가 민주당 저변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또 이완구 의원은 "촛불집회 나오는 분들은 지난 광우병 때도 했던 분들이고, 항상 문제 있을 때도 그렇고, 그 분이 그 분"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언급한대로 촛불시위의 가장 큰 원동력이자 가장 큰 걸림돌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의 경험이다. 당시 촛불시위는 대통령의 사과까지 이끌어내는 등 결집된 시민들의 힘을 보여주었지만 이후 우리나라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미국산 쇠고기의 최대 수입국으로 떠올라 진보진영 내부에서조차 근거가 약한 주장에 휘둘린 것이 아니냐는 내부반성이 이어졌다.

이 때문인지 민주당은 지난 5·4전당대회에서 기존 당 강령 전문에 적혀있던 '2008년 이후 촛불민심이 표출한 시민 주권의식 및 정의에 대한 열망을 계승 한다'는 문구를 삭제하기도 했다.

그랬던 민주당이 이제 와서 촛불시위 세력과 다시 손을 잡는다는 것은 어딘가 어색하다. 새누리당은 이 같은 약점을 파악하고 현재의 촛불시위를 지난 2008년 촛불시위와 적극적으로 연관 짓는 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촛불시위에 대해 매우 비관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5년 전 촛불시위는 분명 실패의 경험이다. 처음에는 평화적인 문화제의 성격으로 시작해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지만 결국에는 폭력시위로 변질됐고 참여했던 많은 일반 시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이런 경험을 가진 국민들이 다시 촛불에 현혹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흔들리는 촛불

특히 새누리당이 국정원 국정조사를 수용하면서 근 한 달 간 시간을 끈 것도 촛불차단의 한 전략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국정원 이슈를 너무 오랫동안 끌어 국민들의 피로감의 커진데다가 국정조사를 정쟁으로 점철시키면서 정치 혐오까지 겹치면서 촛불시위의 원동력이 크게 약화되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대선불복론과 보수진영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종북세력 배후설 등은 앞으로 촛불 흔들기에 주효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전개될 촛불 흔들기 전략은 지난 2008년을 되돌아보면 알 수 있다. 정부여당은 이미 촛불시위를 겪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당시 사용했던 효과적인 촛불 흔들기 전략들이 다시 등장할 것이란 예상이다. 정부여당의 전방위 촛불 흔들기 전략에 맞서 민주당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국회를 박차고 나온 민주당의 시련이 간단치 않아 보인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의 촛불 딜레마
'촛불'을 '국민'으로 고쳐 읽어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지난 1일 장외투쟁과 관련한 첫 일성에서 촛불이란 단어를 국민으로 고쳐 읽었다. 전날 기자회견문 초안에는 "수천, 수만 진실의 촛불이 함께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는 문구가 있었으나 기자회견장에서는 '촛불' 대신 '국민'이라는 표현으로 바꾼 것이다. 

이는 새누리당에 역공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신중 모드로 풀이된다. 촛불과 본격 결합하게 되면 자칫 '대선 불복'으로 비쳐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 대표는 장외투쟁 일성에서 촛불을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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