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생명 '13억 사기'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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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생명 '13억 사기'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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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돈 빼돌린 보험왕의 두 얼굴

[일요시사=경제1팀] ING생명 설계사의 두 얼굴이 드러났다. 한쪽에서는 우수 보험설계사로, 한쪽에서는 '사기꾼'으로 활동했다. ING생명은 설계사 관리가 제대로 될 수 없는 상황이다. 급작스러운 우선협상대상자 변경으로 매각 작업은 원점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결국 ING생명 고객들만 '피'를 보는 셈이다.
ING생명에서 우수 보험설계사가 사기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적발됐다. 지난 6일 서울 동작경찰서는 높은 수익금을 주겠다고 속여 투자자 15명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12억6700만원을 편취한 혐의(특가법상 사기)로 문모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문씨는 지난 2002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10여 년간 ING생명에서 보험설계사로 근무하며 11회에 걸쳐 '우수 보험설계사'로 선정될 정도로 '잘 나가는' 설계사였다.

타이틀 믿고 투자

경찰에 따르면 그의 주 활동무대는 남대문시장. 여기서 그는 매달 고수익의 고정수당을 지급하는 보험 상품이나 가입자가 원할 시 불입금액 전액을 돌려주는 보험 상품이 있다며 투자를 권유했다.

투자자들의 의심을 잠재우기 위해 투자금액의 3%를 수익금으로 매달 지급했고 '현금보관증'도 써줬다. 또한 평소 돈 많고 한 가닥씩 한다는 대학동문들이 자신을 도와주고 있다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매달 고수익의 고정수당을 지급하는 보험 상품이나 가입자가 원하면 불입금액 전액을 돌려주는 보험 상품은 없다. 투자자들은 우수 보험설계자 11번·보험왕 등 문씨가 내세운 타이틀을 그대로 믿은 셈이다.

문씨는 이런 식으로 모은 돈을 가지고 보험 상품이 아닌 개인주식투자에 사용했다. 일례로 A씨는 문씨가 사무실로 찾아와 "950만원을 투자하면 한 달 뒤 2000만원을 주겠다"고 말해 6750만원을 투자했다가 피해자 신분이 됐고 부인 소개로 만난 남대문시장 아동복 디자이너도 비슷한 수법으로 돈을 뜯겼다. 문씨는 이러한 수법으로 15명에게 총 12억67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문씨는 ING생명의 우수설계사 클럽인 라이온(Lion)의 멤버다. 라이온은 단순히 소득이 높다고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2년 이상의 보험설계사 가운데 일정 보유 계약 건수, 보유 고객 수, 보험료, 유지율 등의 조건을 모두 만족한 상위 8% 이내 설계사만이 라이온 클럽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문제는 문씨가 사기 등 전과 6범이라는 점이다. 이에 ING생명의 인사 검증 시스템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과자가 어떻게 11번이나 '우수 보험설계사'로 선정되고 라이온 클럽 멤버에 들 수 있었냐는 얘기다.

이와 관련 ING생명 관계자는 "해당 설계사가 전과 6범인 사실은 채용과정에서 알 수 없다. 보험업법에 따라 (문씨를) 채용한 것"이라며 "'우수 보험설계사'와 '라이온클럽 멤버' 선정은 회사 내부 규정에 따라 진행됐을 뿐이며 (문씨는) 지난 2월 경 회사를 나간 상태"라고 설명했다.

사실 ING생명은 보험설계사들의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데다 이마저도 난항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ING그룹은 지난 2008년 네덜란드 중앙은행으로부터 100억 유로의 공적자금을 받는 조건으로 ING생명 한국법인의 지분을 올 해까지 50% 초과, 2016년까지 100% 전량을 매각해야 한다.

당초 ING그룹은 ING생명 매각과 관련해 동양생명·보고펀드 컨소시엄에 우선협상권을 부여했었다. 그러나 최근 입장을 바꿔 배타적 협상권까지 부여하면서 MBK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보고펀드 컨소시엄이 인수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 이유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고수익 미끼로 15명 보험금 들고 줄행랑
전과 6범이 어떻게…11차례 우수설계사?

칼자루는 MBK파트너스로 넘어갔지만 사모펀드라는 점에서 ING생명 노동조합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금융감독당국도 사모펀드의 '먹튀'행태를 주목하고 있는 시점이어서 MBK의 인수 가능성을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우선협상대상자 자리를 눈앞에서 뺏긴 보고펀드 컨소시엄도 ING생명 인수 의지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동양생명·보고펀드 컨소시엄과 우선협상대상자를 놓고 경쟁했던 한화생명도 ING생명 매각 과정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ING생명 인수전이 안갯 속을 걷고 있는 가운데 피해를 보는 것은 고객들이다.

ING생명은 지난해 금융사고가 5건(8억400만원)이 발생해 최대 사고 보험사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차지했다. 또한 지난 1분기 계약 10만건 당 12.4건의 민원이 발생해 같은 외국계인 PCA생명(12.5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ING생명은 '금융회사 민원발생 평가등급'에서 4년 연속 최하 평가등급을 벗어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의 민원발생 평가등급은 1∼5등급으로 구분되며 5등급이 최하 평가 등급이다.

이에 현재 ING생명 보험에 가입한 계약자들은 계약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불안해하는 것은 물론, 미가입 고객들도 ING생명에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소속 설계사들과 임직원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기존 고객들의 ING매각 관련 문의가 업무에 지장이 있을 정도이고, 그마저도 상황이 너무 자주 바뀌어 고객들의 신뢰도는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임직원들은 모두 이직 문제를 두고 혼란을 겪고 있다.

관리·감독 허술

ING생명 한 직원은 "한국 ING 자체의 문제가 아닌 그룹 사정으로 매각이 진행되는 상황이라 내부 직원들은 갈팡질팡하고 있다"며 "설계사들이 대거 이탈했고 임직원들도 대거 이직해 업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전했다.

10년을 넘게 ING생명에서 영업을 이어온 한 설계사는 "지난해 ING생명 한국법인 노조가 파업을 진행하는 기간 동안 고객들의 신뢰도와 브랜드 가치가 떨어져 신규 고객 유치에 큰 어려움이 있다"며 "어찌됐든 매각 작업이 빨리 마무리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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