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주변 '과잉경호' 논란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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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주변 '과잉경호' 논란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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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만능주의에 멀어지는 국민 "소통 좋아 하시네"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과잉경호가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국민들과의 소통을 막고 과거 권위주의시대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이다. 약 10년 전 정치권에 불어 닥쳤던 '탈(脫)권위' 바람은 온데간데없고 대통령을 향한 과잉경호로 점철된 청와대 주변의 현주소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24일 대선 승리 후 대통령 당선자 신분으로 첫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오후 2시 박 대통령은 지명된 국무총리 후보자를 발표하기 위해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별관 인수위 브리핑룸을 찾았다.

호들갑 경호

대통령 당선인의 신분이기에 당초 대통령에 준하는 경호가 예상되긴 했지만 이날 경호팀의 과잉경호는 두고두고 논란이 됐다. 이날 12시30분경부터 검정색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과 인수위 직원들은 브리핑룸에서 기자들을 전부 내보내고 브리핑룸과 건물 전체에 대한 검색작업을 시작했다.

검색과 동시에 브리핑룸 입구에는 금속탐지기와 소지품 수색을 위한 엑스레이투시기가 설치됐고, 탐지견들이 화장실과 쓰레기통까지 냄새를 맡으며 건물 곳곳을 수색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쫓겨난 300여 명의 기자들이 다시 자리에 앉는 데는 1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특히 인수위와 경호처 측이 브리핑룸에 지정석이 있는 기자에게만 출입허가용 스티커를 발부하면서 외신기자들을 비롯해 일부 지정석이 없는 기자들은 브리핑룸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러한 소란을 피우고 2시에 나타난 박 대통령이 브리핑을 하는데 걸린 시간은 정확히 2분10초였다.

소동이 있은 다음 날인 25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실 산하 청와대 경호처를 경호실로 승격하고 차관급인 경호처장은 장관급인 경호실장으로 격상하는 조직개편 추가 내용을 발표했다.

경호처의 격상은 매우 민감한 문제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경호실을 대통령실과 합치면서 경호처로 낮춘 명분은 '권위주의 탈피'였다. 늘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업무속성상 대통령 경호실장은 '호가호위'형 월권을 하기 쉬운 직책이었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는 그 위세가 국무총리를 능가한 적도 있었다.

지식인층의 비판도 쏟아졌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호실 권세가 절정에 달했던 시절 오히려 대통령 피살 비극이 있었다"며 "문민화의 일환으로 (경호실장을) 차관급 이하로 해온 지난 20년간 대통령에게 무슨 위해가 있었나?"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박 대통령을 향한 과잉경호는 이미 대통령이 되기 이전부터 문제가 되어왔다. 평범한 국회의원이었던 박 대통령이 지난 2011년 10·26재보선 지원유세 차 충주를 방문했을 때는 약 50여 명의 사복경찰들이 몸으로 사슬을 만들어 다가오는 사람을 전부 밀쳐내는 경호를 펼쳐 논란이 됐었다.

취재기자와 주민들은 물론이고 박 대통령과 함께 충주 유세에 나섰던 국회의원조차 경찰들에 의해 쫓겨나 머쓱해 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또 대선 후보시절에는 박 대통령을 따라가던 기자들이 경찰에서 파견한 경호원의 제지에 넘어지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났다. 그 과정에서 카메라 등 물건이 파손되는 사고도 빈번했다.

과잉경호 펼치다 망신당한 청와대
과거 권위주의시대 회귀하나 우려도

이처럼 잦은 사고는 박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취재열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답변하고 싶지 않은 질문은 아예 피해버리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과 주변의 과잉경호가 합쳐져 이 같은 사고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일부에선 부모를 모두 흉탄에 잃고 본인 또한 과거 면도칼 테러를 당했던 박 대통령인 만큼 경호에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물론 박 대통령을 경호하는 측에서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박 대통령이 워낙 인기 있는 정치인이다 보니 외부유세 때 몰리는 인원이 엄청나고 이 같은 인파 속에서 경호를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과잉경호 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다. 

박 대통령의 과잉경호와 관련한 해프닝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에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 5월 취임 후 첫 방미 때는 청와대 경호실이 미국 측에 박 대통령에 대한 경호수준을 최고단계로 격상시켜달라고 요구했다가 망신을 당한 사례도 있었다.

미국은 각국 정상의 경호 수준을 3단계로 나누는데 우리나라는 중간단계의 경호를 받는 국가로 분류되어 있다. 미국에서 최고단계의 경호는 북한이나 리비아처럼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의 정상들에게 하는 것이었다.

청와대 경호실은 지난 6월 방중 때도 이 같은 촌극을 벌였다. 청와대는 당시 박 대통령의 칭화대(淸華大) 연설일정을 경호상의 이유로 연설 전까지 보도해서는 안 된다고 막았다. 그러나 당시 칭화대에서는 이미 박 대통령의 강연일정을 학생들에게 공지하고 강연회에 참여하고 싶은 학생들을 신청까지 받고 있었다.

'칭화대 한국 유학생회' 홈페이지 게시판엔 이미 6월25일 학생회장 명의로 ‘박근혜 대통령 강연회 신청 결과에 대한 공지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일을 놓고 청와대 경호실만 “아무도 알아선 안 된다”고 호들갑을 떤 것이었다.

특히 지난달 29일 박 대통령의 첫 여름휴가를 앞두고 벌어진 촌극은 하이라이트였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경남 거제의 저도로 휴가를 떠났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안보와 관련된 문제"라며 "박 대통령이 저도로 휴가를 떠났다는 사실을 절대로 기사로 쓰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또 "이명박정부 시절 대통령 휴가지를 기사로 쓴 언론사가 한 달간 청와대 출입정지를 당한 사례가 있다"고 강조하며 "'저도로 갔을 것으로 관측된다'는 휴가지 예측기사도 안 된다"고 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박 대통령이 SNS를 통해 '추억 속의 저도'라는 제목으로 휴가지에서의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해버린 것이다. 바로 전날 대통령의 휴가지가 공개되면 당장 큰일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던 청와대 인사는 머쓱해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경호 만능주의

이처럼 박근혜정부 들어 청와대 안팎에 드리운 경호만능주의에 거부감을 표출하는 정치권 인사도 적지 않다. 대통령에게 국민과의 교감을 확대하도록 건의하려고 해도 경호실에서 '경호상의 이유'를 들어 반대하면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청와대 경호실이 경호상의 이유로 대통령 주변에 차단막을 치고, 경호실을 권력기구화 했던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역사가 되풀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한 정치전문가는 "박 대통령이 경호를 우선시 하며 지나친 비밀주의에 집착한다면 국민들은 단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경호상의 편의'가 대통령과 국민의 소통을 가로막는다면 결코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는 1인 시위도 못해? 

1인 시위 여성시의원 과잉 진압 논란

경찰의 과도한 대통령 경호가 논란이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남 통영을 방문한 지난 13일 한점순 진보당 통영시의원은 국정원의 대선개입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다 경찰에 의해 제압당했다. 이 과정에서 한 의원은 팔에 멍이 들고 피켓이 손상되고 가방이 찢어지는 피해를 당했다. 

이와 관련해 진보당 경남도당은 지난 14일 경남도의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국민의 의사표현의 자유마저 무시하고, 국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들이 오히려 국민의 신체에 위협을 가하고 상처를 입히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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