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선 ‘기부 천사’ 뒤돌아서면 “에고! 내돈”

한국뉴스


 

앞에선 ‘기부 천사’ 뒤돌아서면 “에고! 내돈”

일요시사 0 2697 0 0

신년부터 YS 시작으로 정치권 기부 릴레이 펼쳐져 
‘기부 원조’ 신학용·원혜영 “내 기부를 알리지 마”

새해 아침 김영삼 전 대통령이 밝힌 전 재산 사회 환원 계획으로 정치인의 재산기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사회 환원 계획에 이어 이미 전 재산을 장학재단에 기부한 이명박 대통령의 월급 기부 소식과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의 사후 전 재산 사회 환원 계획이 전해지는 등 기부 도미노 현상이 일어난 것. 또한 남몰래 나눔을 실천해 온 몇몇 정치인들의 면모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정치인들의 재산 기부 소식이 이어지고,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미담이 전해지는 등 기분 좋은 소식이 새해 여의도에 찾아들었다.

첫 기부 소식은 서울 상도동에서 들려왔다. 지난 5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상도동 자택을 찾은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신년 인사를 받던 중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

김 전 대통령은 “거제에 땅이 조금 있었는데 재산을 전부 사회에 환원하겠다”며 “집도 다 내놓았고 자식에게 일체 물려주는 것도 없다”고 말했다.

신년 계획은 ‘사회 환원’

김 전 대통령의 재산은 상도동 자택과 거제도 땅, 거제도 생가 등을 포함해 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상도동 자택과 거제도 땅은 사단법인 ‘김영삼 민주센터’에, 거제도 생가는 거제시에 기부될 예정이다.

안 대표는 “정치인에게 훌륭한 귀감이 되는 일을 하셨다”며 김 전 대통령을 한껏 치켜세웠다.

김 전 대통령의 재산 환원 의사가 전해진 후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기부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평소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의중을 내비쳐왔던 원 사무총장은 지난 5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 전 대통령, 재산 사회 환원 밝힌 것 환영합니다”라며 “저도 재산 상속시키지 않고 사회에 환원하겠습니다”고 했다.

또한 전 재산을 장학재단에 내놓은 이명박 대통령이 월급을 사회에 기부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지난해 급여 1억6000여 만원을 모두 결식아동 등 불우이웃 돕기 등에 썼다는 것.

진정한 ‘여의도의 기부천사’들도 새삼 입소문을 탔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원혜영 민주당 의원이다.

식품회사 풀무원의 창업주인 원혜영 의원은 1996년 자신의 지분을 모두 처분해 만든 21억원을 장학재단에 기부했으며, 지난해 3월엔 모친상을 치르며 들어온 조의금 1억여원을 지역 시민단체에 기부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지역구인 경기도 부천의 30평대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으며, 지난해 초에는 살고 있는 아파트의 전셋값이 오르는 바람에 은행에서 4000만원을 대출받기도 했다.

지난해 초 이 같은 사연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의 칭찬 행렬에 이어 아고라 청원 게시판에 ‘원 의원을 후원합시다’라는 청원까지 올라오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당시 원 의원은 게시판에 직접 감사와 해명의 글을 남겼다. 그는 “본의 아니게 주위 분들께 걱정을 끼쳐드리게 되어 참 죄송하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 못지않게 얻은 것들이 많아서 기쁘네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자산보다 채무가 많은…’이라고 보도된 것과 관련, “채권보다 채무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순자산은 부채를 제외하고 7억원쯤 된다”고 해명했다.

원 의원은 이 같은 소동이 일어난 후에도 기부 활동을 계속해, 지난해 8월 출간한 자서전 ‘아버지 참 좋았다’의 인세 120만원을 노숙인 자활을 돕는데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 의원의 나눔은 정치권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여기에 지난 8일 조국 서울대 교수가 트위터에 “기부정치의 원조”라고 그의 사연을 소개하며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다.

원 의원과는 ‘40년 지기’인 신학용 민주당 의원도 ‘기부’하면 빠지지 않는다. 2008년 18대 총선 때 “세비 전액을 장학재단에 출연하겠다”고 공약했던 신 의원은 지난 2009년 12월 그 약속을 지켰다. 18대 의원에 당선된 뒤 받은 세비 전액을 털어 ‘인천계양산장학재단’을 설립한 것.

신 의원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지역 청소년들에게 작은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남은 임기 동안의 세비도 모두 기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정몽준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2022년 월드컵 유치활동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머물던 중 넬슨 만델라 재단에 2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오른손 한 일, 왼손은?

정 전 대표는 “평소 세계 평화와 인류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는 만델라 재단에 관심을 가져왔다”면서 “남아공 월드컵을 계기로 재단 발전에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부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치인들의 기부 행렬에 칭찬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중에는 비판어린 시각도 존재한다. 일각에서 김 전 대통령이 재산을 사회에 직접 환원하는 것이 아니라 ‘김영삼 민주센터’에 기부키로 한 것을 두고 ‘재산의 명의만 바꾸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고개를 들고 있다.

또한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부터 해 온 ‘급여 기부’의 세세한 내용이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이 대통령의 뜻에 따라 공개하지 않고 있고, 원혜영 의원 등도 기부 행보를 일부러 전하려 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김 전 대통령과 원희룡 사무총장의 재산 기부도 조용히 진행되는 편이 좋지 않았겠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가 대다수 인사들은 “그 숨은 뜻이나 정치적 해석이 어쨌건 좋은 의도로 시작한 일이고 정치권에 기부의 불씨를 옮겼다”며 이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