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계 강타한 ‘함바집 리스트’ 실체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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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계 강타한 ‘함바집 리스트’ 실체 추적

일요시사 0 2708 0 0

건설현장 식당(함바집) 로비 파문 ‘어디로 튈지 모른다’
건설업체는 기본, 정·관계에도 강제·안면 바꾸기 로비

검찰의 함바집 비리사건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정·관계가 떨고 있다. 정·관계 인맥을 동원해 브로커로 활동해왔던 함바집 운영업자 유상봉씨의 입에서 누구의 이름이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강희락 전 경찰청장과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 등 경찰 관련자들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여기에 청와대 참모진과 현역 국회의원 등 거물급 인사들이 ‘로비대상’으로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명이 거론된 이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지만 ‘함바 리스트’의 악몽이 시시각각 이들을 덮치고 있다.

함바집 운영업자 비리 의혹이 ‘게이트’로 불릴 정도로 확대되고 있다. 함바집 운영권 브로커 유상봉씨가 운용한 자금이나 로비를 벌였던 대상이 ‘어마어마한’ 수준이라는 이유에서다.

함바집은 건설현장 식당을 말한다. 일반식당과 달리 공사장 내 인부를 상대로 한 독점 운영권을 가지고 있어 안정적이고 큰 수익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상당한 이권 사업으로 꼽힌다.

유씨는 함바집 운영권을 확보, 이를 되팔아왔다. 그는 이 과정에서 경찰 고위직, 청와대 관계자 등 정·관계 주요 인사들과의 인연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커 한명 손에
거액 자금, 거물 리스트

전남 목포 출신인 유씨는 부산·인천을 근거지로 10여 년간 식품 유통 관련 사업을 해오며 정·관계, 경찰과의 인맥을 구축했다. ‘로비의 대가’인 유씨에 의해 신상파일이 만들어지고 고향, 출신 학교, 친한 인사 등의 자료가 수시로 업데이트된 특별관리 인사만 해도 13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이 같은 인맥을 활용, 전·현직 경찰 수뇌부,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펼친 것.

함바집 운영권을 따내기 위한 로비에는 친분관계 뿐 아니라 다양한 수단이 쓰였다. 기본은 ‘현금 로비’였다. 자금 추적을 피하기 위해 유씨는 이 같은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또한 명절 때마다 고위층 인사들에게 고가의 명품을 제공하는가 하면, 각종 상품권과 와인, 홍어 등 다양한 형태의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는 아예 전·현직 경찰 수뇌부와 정·관계 인사 등 로비 대상들의 선호도를 파악해 로비 방법을 정했으며, 친분이 깊은 인사들은 직접 만났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친·인척을 동원해 로비를 벌여온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금품을 거절하는 이에게도 막무가내로 돈을 쥐어주고, 기부인 것처럼 돈을 전한 후 돌변해 청탁을 벌이기도 했다. 
이렇게 로비에 쓰인 자금은 500억원이다. 20여 년간 900여 건의 사업건을 따내 번 1000억원 중 절반이 다시 로비로 ‘재투자’된 셈이다.

유씨는 함바집 운영권 사업이 포화상태였던 지난 1998년 즈음에야 이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호남출신 인맥을 활용, 승승장구해 왔다. 정권이 바뀌면서 현 정부와 가까운 영남권 출신 인맥이 주요하게 활용됐다. 그러나 최근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사업이 불안해졌고 영·호남 인맥을 활용, 로비 대상에 접근하려다 무너져 내리게 된 것.

‘마당발 인맥’을 활용, 전국에 걸쳐 함바집 운영권 알선업을 해왔던 만큼 유씨가 로비 대상으로 지목한 이는 전·현직 장차관, 공기업 대표, 경찰 수뇌부 등 거물급 인사들이 상당하다. 특히 경찰 조직이 직격탄을 맞았다.

검찰은 유씨가 로비대상으로 삼은 이가 전·현 치안감, 경무관, 총경급 경찰간부 등 1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지난 10일에는 강희락 전 경찰청장, 12일에는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을 소환 조사하고, 이동선 전 경찰청 경무국장을 출국 금지했다.

강희락 전 경찰청장은 지난 2009년 집무실에서 2000만원 등 총 1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은 함바집 수주·운영 편의에 대한 청탁과 함께 3500만원을 받은 혐의다. 이동선 전 경찰청 경무국장은 지난 2008년 함바집 운영 편의를 봐주는 조건으로 수원의 한 아파트 분양권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박기륜 전 경기경찰청 2차장이 지난해 2차례에 걸쳐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경찰 고위직 인사 상당수가 유씨와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씨가 함바집 로비를 위해 정권 가까이까지 다가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유씨에게서 과거 이명박 대통령과 일했던 인사들과 청와대 참모들의 이름이 흘러나왔다는 말이 조심스레 퍼진 탓이다.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 민정수석실의 배건기 감찰팀장은 이 같은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9일 유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일이 없다고 강하게 항변하는 것과 함께 “청와대 직원으로서 이런 의혹을 받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함바집 비리 사건의 파문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한나라당 이군현, 민주당 조영택 의원이 로비 대상으로 거론된 것.

이군현 의원은 이와 관련, 지난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함바집 비리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유씨와는 전혀 아는 사이도 아니며 후원금은 단돈 1원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경찰이 주 고객
정치권도 노렸다

이 의원은 “지난 7일 한나라당 법률지원단을 통해 검찰측에 확인한 바 유모씨는 본인을 거명하지 않았고 통영시 행사에 기부한 사실만이 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며 “10일 통영시에 확인한 결과 유씨가 통영시에 총 1억원을 기부했다는 것은 사실로, 통영 국제음악제에 2008년 7월21일 5000만원, 2008년 7월25일 2000만원, 한산대첩 축제에 2008년 8월5일 3000만원 등 총 1억원임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통영시에 기부됐다는 1억원 내역에 대해 저는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고 못박았다.

조영택 의원도 즉각 이번 사건과의 관련 여부를 부인했다. 유씨로부터 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은 것에 대해 조 의원은 “젊었을 때 알게 된 사람인데 2008년 10월 갑자기 후원을 하겠다고 연락이 와서 정식으로 법적 절차를 거쳐 후원을 하라고 했다”면서 “합법적 후원금”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유씨가 이름을 바꿔가며 후원금을 낸 국회의원만 1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데다 검찰이 국회 국토해양위 의원 2~3명에게 건설업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건넨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힌 상황이라 파문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과 관련, 정치권 일각에서는 “S라인이 위험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함바집 로비 사건에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이들 중 적지 않은 이가 ‘서울시 인맥’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2006~2009년 사이 유씨를 만난 것으로 알려진 배건기 전 청와대 감찰팀장은 경찰출신으로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당시 서울시에 파견돼 인연을 맺은 ‘서울시 인맥’이다. 배 전 팀장은 이 대통령이 시장 임기를 마치고 대권도전에 나서자 경찰을 그만두고 대선기간 내내 경호업무를 맡았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서울시 인맥은 배 전 팀장 말고도 더 있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할 당시 서울시 산업국장과 경영기획실장을 지낸 최영 강원랜드 사장이다. 검찰은 유씨로부터 최 사장에게 수천만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사장은 특히 SH공사 사장을 역임하기도 해 로비 가능성이 컸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알고 보니 ‘서울시 인맥’
당·정·청 S라인 위험하다

그러나 최 사장은 지난 11일 “(금품로비는) 유 씨의 일방적이고 악의적인 주장”이라고 항변했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유씨와 만난 적이 있다. 정 최고위원은 “서울시에 있을 때에도 유씨가 찾아온 적이 있었는데 하도 이상해서 간부들한테 물었더니 함바로 불리는 브로커라고 했다”고 말했다. 

유씨의 근거지였던 부산에서도 허남식 부산시장이 “지인의 소개로 유 씨를 두세 차례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혔고,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을 지낸 장수만 방위사업청장의 연루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서울시장을 지냈던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다수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게이트’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번 사건과 관련, 민주당 인사의 관련설에 대해 “조영택 원내대변인이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여서 후원금 500만원을 받았지만 합법적으로 영수증 처리했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며 “민주당은 현재 관련없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청와대 감찰팀장은 민정수석 산하에서 모든 감찰 업무를 장악한다. 이런 분이 ‘함바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에 출두하고 사표를 낸다고 하면 이것은 권력형 비리”라며 “청와대가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유씨의 뒤에 ‘거물급 막후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유씨와 만난 이들의 발언이 묘하게 겹치고 있는 것.

브로커 뒤 숨은 거물?
거물급 막후 인사설 ‘솔솔’

정두언 최고위원은 유씨와 만난 적이 있다고 밝히면서도 “거절할 수 없는 사람 부탁으로 인사를 나눴지만 브로커 냄새가 너무 많이 나서 이후 상종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허남식 부산시장도 “지인의 소개로 유씨를 두세 차례 만난 적이 있다”면서 “그 지인도 프라이버시가 있으니까 누구인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유력 인사들과의 만남을 주선할 수 있는 거물 인사’가 배후에 있다는 관측이 나온 것.

정치권 인사들은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거절할 수 없는’ 이와 부산시장의 ‘지인’이 각각 다른 사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유씨가 정말 단단한 ‘끈’을 잡고 있었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사건은 생각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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