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재벌가 ‘초딩’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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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뒷담화]재벌가 ‘초딩’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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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 시즌이다.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달궈지는 시기다. 그중에서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부모의 심정은 불안·초조할 수밖에 없다. 평생 교육의 첫 단추인 만큼 중·고등학교보다 더하다. ‘명문’자에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그 척도 중 하나가 바로 재벌가 로열패밀리의 재학 여부다.

삼성·현대·신세계 3∼4세 국내 초교 재학
대부분 전통 사립학교, 외국인학교 등 다녀 

“재벌가 자녀들이 많이 다니는 초등학교가 어디죠?” 얼마 전 뜬금없이 한 독자로부터 걸려온 전화 문의다. 내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독자는 “자녀를 재벌가 자녀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 보내고 싶은데 어딘지 알려 달라”고 다짜고짜 물었다.

‘명문’의 척도

갑작스런 질문이 좀 생뚱맞긴 했지만, 비단 이 독자만의 궁금증은 아닐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 예정인 자녀의 부모로선 한번쯤 가질 만한 의문이다. 특히 학연을 중시하는 부모라면 국내 내로라하는 로열패밀리들의 ‘초딩’교육에 관심을 갖는 게 당연할 수 있다.

재벌가 자녀들은 대부분 유학을 떠난다. 그 시기도 예전 세대보다 훨씬 빨라지는 추세다. 조기 유학을 넘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때부터 일찌감치 외국에서 교육을 받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자녀들의 ‘국내파’를 고집하는 재벌가도 적지 않다. 삼성가가 대표적이다.

삼성그룹 후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장남 지호(11)군은 서울 미아동에 있는 사립학교인 영훈초교에 다니고 있다. 지호군은 2007년 3월 추첨을 통해 6.6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이 학교에 입학했다. 올해 5학년에 진급한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사립학교로 유명한 영훈초교는 지호군이 입학하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이건희 손자 학교’로 불리고 있다. 지호군의 여동생 원주(7)양도 이 학교에 입학할 것으로 보여 이 호칭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신세계일가 3세들도 국내에서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서울 중구 예장동에 있는 숭의초교에 재학중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남매를 두고 있는데, 둘 다 이 학교 학생이다. 정 부회장의 아들 해찬(13)군은 6학년으로, 올해 졸업을 앞두고 있다. 해찬군은 지난 한 해 동안 전교 회장을 맡았다. 딸 해인(11)양은 5학년에 올라간다.

숭의초교 역시 명문 초교지만 신세계 자녀들이 입학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다. 숭의초교엔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의 두 아들도 다니고 있다. 올해 각각 6학년, 5학년이 된다. 이들의 어머니는 배우 김희애씨다. 부모와 같은 초등학교를 다니는 재벌가 자녀도 있다.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장남 김지용씨와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손녀 정유희씨(고 정몽필 전 인천제철 사장 차녀)는 경기초교를 나왔다.

이들은 이 학교 동기동창인 인연으로 결혼했다. 두 사람은 과거 같이 등교할 정도로 단짝이었다는 후문이다. 김·정 부부의 자녀도 다름 아닌 경기초교를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의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들의 측근과 회사, 학교 관계자 등에 따르면 현재 이 학교 2학년에 재학중이라 한다. 경기초교는 재벌 2∼3세들이 나온 학교로 유명하다. 

이재용 사장과 그의 여동생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을 비롯해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조현상 효성 전무, 남석우 남영비비안 회장, 박정빈 신원 부사장, 윤관 블루런벤처스 사장 등이 경기초 동문이다. 이들은 ‘경기회’란 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친분을 쌓고 있다. 

이외에도 재벌가 자녀들은 대부분 사립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경복초교, 리라초교, 계성초교, 은석초교 등 전통의 명문학교들이다. 서울외국인학교, 용산국제학교, 서울국제학교 등 외국인학교로 보내는 사례도 적지 않다. 외국에서 태어나 ‘이중 국적’을 갖고 있어 가능하다.

‘좋은 물’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재벌 부모들은 학교의 교육 방식 등을 보고 자녀를 보내지만 일반 서민들의 경우 자녀의 학연을 고려해 사립 초등학교를 선택하기도 한다”며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갖춘 학부모들의 자녀와 자연스럽게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주려는 목적으로 ‘좋은 물’에서 놀아야 나중에 크게 될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세간에 노출된 재벌가 자녀들이 재학중인 초등학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알고 보면 같은 학교에 더 많은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 자제들이 다니고 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원칙상 이들에 대한 신상을 철저히 비밀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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