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시장의 주도층, 액티브 시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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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시장의 주도층, 액티브 시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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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2020년까지 베이비붐 세대 712만명의 은퇴가 시작된다. 국내 최대 인구집단을 형성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는 동시에 가장 큰 소비력을 가진 집단이기도 해 이 잠재적인 거대시장의 기회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연구와 노력이 각계에서 이뤄지고 있다.

시니어 세대는 자신들을 위한 제품이나 서비스는 간절히 원하면서도 ‘노인용’ 꼬리표가 붙는 것은 매우 싫어한다. 이처럼 서로 상충되는 듯한 특징이 공존하고 미묘한 차이로 호불호가 갈라질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세심한 접근이 요구되는 시장이다.

인생에 만족, 시간이 흐르는 것은 아쉬워

특정 집단의 소비 가능성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경제력이다. 시니어 소비 시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만연한 가운데서도 고소득층 대상의 최고급 실버타운이나 컨시어지 서비스에 대한 검토는 비교적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력 이외에 소비 동기, 즉 욕구가 중요하다. 많은 시니어들이 실제 나이와 인지 나이의 격차가 크고 건강 상황도 인지 나이와 더 밀접하다. 즉 인지 나이가 물리적 나이보다 개인의 소비 욕구 차이를 판가름하는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LG경제연구원 정지혜 연구위원은 ‘대한민국의 시니어, 그들은 어떤 소비자일까’라는 주제의 연구 보고서를 통해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인지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젊은 시니어 그룹을 ‘액티브 시니어’라 명명하고 이들이 향후 시니어 시장이라는 거대 소비 집단의 부상을 주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 연구원은 60세 이상 남녀 7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년층 라이프스타일 조사’ 자료를 활용해 액티브 시니어 계층에 대해 조사했다.
이에 정 연구원의 보고서를 통해 ‘액티브 시니어’의 특징과 소비패턴, 시장 개척을 위한 몇 가지 과제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이들은 지금도 경제 상황에 대한 만족도가 양호하지만 미래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다. 주택을 활용한 노후 자금 마련에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소비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과감한 태도를 보였다. 또 가장 건강하고 인생 전반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하지만 현재가 만족스러운 만큼 가는 세월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현재가 내 인생의 최고이고 앞으로도 계속 좋을 것이다’에 비슷한 소득 수준의 다른 집단보다 낮은 수준의 동의를 보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안정적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인지 나이와 실제 나이의 격차가 적은 사람들이 현실을 더 긍정하는 셈이다. 

노인을 칭하는 호칭에서도 다른 그룹들은 모두 ‘구체적 연령’을 ‘실버 세대’ 다음으로 선호했으나 이들은 나이에 대한 직접적 언급보다 ‘시니어’라는 호칭을 더 선호했다. 아직은 건강하고 전혀 노인으로 느껴지지 않아 지금은 행복하지만 자꾸만 숫자가 올라가는 나이와 이 다음에 찾아올 변화는 이들에게 아직 인정하기 싫은 현실이다.  

패션, 미용, 건강·여행 상품 시장 큰 손

액티브 시니어들은 젊음을 지속시켜 줄 패션, 미용, 건강과 관련해 가장 많은 투자를 하며 흘러가는 시간을 최대한 즐길 수 있는 질적 경험을 중시한다. 누구나 그렇지만 가능한 한 젊게 보이는 것을 특히 중요시한다. 

최신 유행 스타일의 옷과 화장품 소비에도 가장 적극적이다. 이들은 또 여행 상품의 가장 큰 소비 계층이기도 하다. 지난 1년간 4회 이상 국내외 여행을 한 사람들의 비중도 이 그룹이 가장 높다.  

액티브 시니어는 경제력 있고 젊은 마인드를 가진 만큼 스스로를 독립적이라 여기고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그래서 정년 후에도 계속 일을 해 경제적인 자립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여행을 갈 때도 여행사에 의뢰하기보다는 스스로 계획 세우기를 좋아한다. 

이는 액티브 시니어들뿐 아니라 인지 연령이 낮은 집단의 특징이기도 하다. 또 자녀들에게는 그 어떤 그룹보다 헌신적이지만 자녀에게 부모 부양의 의무가 있다는 데 동의하는 비중은 가장 낮다.  

독립적이고 주도적인 이들의 인생관은 가족의 범위를 넘어 사회로 확대되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이들은 ‘시들 시간이 없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불안 때문에라도 ‘최선을 다해 살고 싶다’는 역학이 작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일에서는 은퇴해도 사회에서는 은퇴하지 않는 세대다.

나는 독립적인 사람

특히 액티브 시니어들은 개인의 이익보다 사회의 이익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비중이 가장 높으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조금의 불편함 쯤은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다. 대표적인 예가 친환경 관련 소비인데, 비닐봉지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니며, 친환경 제품이라면 더 비싼 값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데 가장 높은 지지의사를 보인 것도 이 그룹이다.   

아직 우리 사회에 ‘액티브 시니어’라고 할 만한 그룹이 다수를 차지하지는 못한다. 대개 경제적 여력이나 건강과 같은 물리적 조건의 한계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계층은 현실에서는 조사 표본보다 비중이 더 작을 수도 있다. 

하지만 노년기를 앞두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를 비롯해 젊은 세대들은 이미 성공적인 노년을 보내기 위한 물리적 조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이들이 준비된 조건과 젊은 마음을 가지고 시니어로서의 삶에 진입하고 더 많은 액티브 시니어가 존재하게 될 때, 시니어 시장의 정의는 새로 써져야 할 것이다.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주역

시니어를 위한 시장 개척에서 중요한 몇 가지 과제를 뽑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건강과 젊음 유지를 위한 제품 개발이다. 시니어들은 오랜 기간 독립적이고 나이보다 젊게 살기 위해 건강과 외모에 대한 투자에 아낌이 없다. 특히 액티브 시니어들은 이 시장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 이들을 위한 헬스케어, 미용, 패션 분야의 잠재력이 크다.   

둘째, 시니어들에 대한 존경과 품위를 높여주는 제품,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지난 세월에 대한 자긍심이야말로 이들을 지탱해주는 힘이다. 가족 내 관계에서도 자녀로부터 독립하고는 싶지만 한편으로는 효라는 가치를 중시하는 것은 존중 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고급 제품만이 이들의 품격을 높여주는 것은 아니다. 이들을 지칭하는 호칭 하나에서도 존중을 담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액티브 시니어들은 사회의 긍정적 변화에 적극 동참하며 존재 가치를 확인한다. 효, 경험에 대한 존중, 사회 주체로서의 가치 등 다양한 키워드에서 새로운 차원의 제품이나 마케팅 기회를 연구해볼 수 있다.   

셋째, 남은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소위 젊게 사는 시니어들일수록 남은 시간에 대한 촉박한 마음은 더 크다. 따라서 이들의 경우 경험의 질적 측면을 높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가격 조정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양을 줄이더라도 질은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액티브 시니어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형 소비도 고려해 볼 만 하다.   

넷째, 시니어들을 위한 새로운 유통 대안이 필요하다. 관계와 편의성을 중시하는 이들은 효율성을 중시하는 대형유통과는 다른 방식의 소비를 원한다. 해외에는 시니어들만을 위한 전문 유통점이 존재하기도 한다. 꼭 이들만을 위한 유통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니어들이 주요 소비 집단으로 부상할수록 기존 유통에도 변화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다섯째, 시니어에 대한 이미지 정립이다. 우리 사회의 시니어상은 지나치게 획일적이다.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시니어의 모습도 주인공의 아버지, 어머니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니어들이 닮고 싶은 새로운 롤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이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줄이고 소비 동기를 자극시킬 수 있다.    

시니어에 대한 소비자 연구는 이제 시작단계다. 아직 진지하게 승부를 겨뤄보지도 않고 이 시장을 섣불리 속단할 수는 없다. 젊은 세대들을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면, 우리는 아직 시니어 시장의 빙산의 일각만을 알고 있을지 모른다. 시니어 소비 시장에 대한 더 많은 비교연구와 고민이 있은 다음에야 이 거대 잠재 시장의 기회가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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