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MB 지우기'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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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의 'MB 지우기'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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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국정과제는 MB 5년 발자취 '쓱싹쓱싹'?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정부에선 요즘 ABM(Anything but MB) 인사라는 말이 유행이다. 'MB사람만 빼고 다 좋다'는 뜻이다. 일각에선 박근혜정부의 최대 국정과제가 'MB 지우기'라는 비아냥거림도  들린다. 어찌된 사연일까? MB 흔적 지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박근혜정부의 실태를 <일요시사>가 낱낱이 살펴봤다.


박근혜정부의 'MB 흔적 지우기'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과거 정권에서 있었던 각종 의혹과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고, 과거 정권에서 임명했던 사람들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가고 있다. 인사와 사정, 정책 등 전 분야를 총망라한 과거 정권 지우기다.

MB 사람들
'추풍낙엽' 

박근혜 대통령은 심지어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가 청와대에서 키우던 꽃사슴도 모두 서울대공원으로 돌려보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서울대공원에서 암사슴 2마리와 수사슴 1마리를 데려와 청와대 경내에 풀어놓고 키웠다. 꽃사슴들은 이후 빠르게 번식해 퇴임 무렵엔 26마리까지 불어났다. 꽃사슴들은 청와대를 휘젓고 다니며 녹지원(청와대 정원)을 온통 쑥대밭으로 만들었지만 이 전 대통령 부부 내외는 꽃사슴들을 자식처럼 아꼈다.

박 대통령은 이런 꽃사슴들을 취임식 후 채 한 달도 안 돼 모두 서울대공원으로 돌려보냈다. 게다가 서울대공원 측은 꽃사슴을 수용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며 이마저도 경기도의 한 농가에 모두 팔아치웠다. 한때 대통령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꽃사슴들의 초라한 처지가 왠지 MB사람들의 오늘과 닮아있다.

과거 미국에선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민주당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정권을 잡으면서 ABC(Anything But Clinton·클린턴이 하던 것만 빼고는 무엇이든 괜찮다)라는 말이 유행했다. 이를 빗대 박근혜정부에서는 ABM(Anything But MB·이명박이 하던 것만 빼고는 무엇이든 괜찮다)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을 정도다.

MB가 하던 것만 빼곤 뭐든 다 괜찮아?
'MB표 정책'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손봐

대표적인 사례가 각종 인선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MB사람들은 속절없이 밀려나고 있다. 한때 금융계를 쥐락펴락한 '금융계 4대 천왕(天王)'도 새 대통령의 카리스마에 짓눌려 자기 목소리 한번 제대로 못 내고 물러났다. 지난 4월에는 강만수 전 KDB금융지주 회장이, 6월에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그리고 7월에는 어윤대 전 KB금융그룹 회장이 연이어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전인 지난해 3월 퇴임했다.

알게 모르게 자진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MB계 공기업 사장들도 한둘이 아니다. 실제 장태평 한국마사회 회장은 지난 2일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만나 사표를 제출했다. 임기가 1년2개월이나 남은 상태였다. 정정길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도 임기를 8개월 남겨놓고 지난달 30일 사의를 표명했다.

장 회장과 정 원장은 대표적인 'MB맨'이다. 장 회장은 MB정권 초기 2년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냈고, 정 원장은 비슷한 시기 청와대 대통령실장을 맡았었다. 이지송 전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김건호 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등도 임기를 남기고 일찍이 사퇴했다.

눈칫밥 먹다
임기도 못 채워

이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던 이석채 KT 회장과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퇴임설도 꾸준히 들려온다. 이 회장과 정 회장은 2015년 초까지 임기가 남아 있는 상태다. 특히 정 회장의 경우 국세청이 포스코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사퇴론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포스코 측은 정기 세무조사라고 밝히고 있지만, 지난 2005년과 2010년 5년 단위로 정기 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어 불과 3년 만에 이뤄진 이번 조사가 정 회장을 겨냥한 특별 세무조사라는 소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KT와 포스코는 민영화된 이후 정부 지분이 전혀 없지만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청와대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달 임기를 무려 1년7개월여나 남겨둔 시점에서 돌연 사퇴한 양건 전 감사원장의 경우는 이임식에서 직접 준비한 이임사를 통해 "외풍을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며 자신의 재임기간 감사업무나 인사 등에 관해 정치적 외풍이 적지 않았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지난 13일 전격사퇴한 채동욱 검찰총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혼외자녀 의혹으로 논란을 겪어온 채 총장의 사의표명은 이날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채 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직후 이뤄졌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청와대의 사퇴압력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채 총장은 박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인사지만 대선 직후 이명박정권 하에서 꾸려진 검찰총장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인사로 실질적으로는 이명박계 인사로 분류되어 왔다.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도 지난 6월 "채 총장은 이명박정부가 지명한 검찰총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참여정부 인사는 써도 이명박정부 인사는 안 쓴다는 말이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정책면에서도 MB지우기가 한창이다. 박근혜정부는 우선 이 전 대통령 시절에 도입된 'A·B 선택형 수능' '니트(NEAT)' '입학사정관제' '자율형 사립고' 등 굵직굵직한 주요 교육정책들을 대폭 수정 또는 폐지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지난달 발표한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에 따르면 MB정부가 지난해 도입해 올해 처음 실시되는 A·B형 선택형 수능은 정책 결정 1년 만에 폐지 수순을 밟는다. MB정부가 오는 2016학년도부터 대입수학능력시험의 영어 과목을 대체하기 위해 도입을 추진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인 니트(NEAT)도 수능에 반영하기 않기로 했다.

또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새 입시전형에 따르면 입학사정관전형은 학생부 위주 전형에 포함됨으로써 사실상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MB정부에서는 입학사정관제 장려 등으로 각 대학들이 최대 3000개까지 전형을 늘렸지만, 이번 교육부의 전형 축소 방안으로 전형이 절반 이상 줄 것이라는 계산도 나왔다. 성취평가제가 사실상 연기되고, 자사고 정책이 변경됨에 따라 지역 단위 자사고의 인기도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정부에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의 표상이라고 추앙받던 '녹색'이란 단어를 없애는 데도 한창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녹색이 과거 이명박정부가 시행했던 '녹색성장' '녹색에너지'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박근혜정부도 재생에너지 분야 등에 관심이 있어 정책방향 자체는 이명박정부와 비슷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와 산하기관들의 정부시책이나 사업보고서 등에서 최근 '녹색'이라는 단어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꼭 유지해야 할 직책은 아예 이름을 갈아치웠다. 녹색대사가 기후변화대사로 바뀐 게 대표적 사례다.

비영리 민간단체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원 사업에서도 녹색 성장 등 MB 지우기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 4월 안전행정부는 총 289개 단체에 144억8000만원을 지원해주는 2013년도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지원사업을 확정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이명박정부가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했던 녹색성장 관련 사업에 대한 지원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MB표 정책 
줄줄이 폐기

녹색성장 및 자원에너지 절약 분야는 지난해 45개 사업 22억7100만원을 지원했지만 올해는 34개 사업 16억7900만원으로 5억8000만원 가량이나 줄어들었다. 이 분야에 지원한 시민단체들의 숫자도 지난해 72개 단체에서 58개 단체로 대폭 감소했다.

지난해 여름철 산업통상자원부(구 지식경제부)의 상징이었던 '휘들옷'도 사라졌다. 휘들옷은 휘몰아치는, 들판에 부는 시원한 바람같은 옷이라는 뜻으로 일반소재보다 체감온도가 2~3℃ 시원한 국산 첨단소재가 사용됐다.

지난해 산자부는 여름철 전력난을 맞아 휘들옷에 대해 대대적인 홍보 활동을 벌이며 솔선수범해서 착용했으나 새 정부 들어서는 휘들옷을 착용하고 있지 않다. 지난해 가장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던 산자부가 사실상 착용을 중단하면서 휘들옷은 MB정권의 잔재로 취급받으며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금융부분에 있어서도 지난 5년간 구축됐던 'MB금융' 체계의 흔적은 거의 사라지고, 이른바 ‘근혜금융’ 시대가 시작됐다. 이명박정부 시절 정책금융의 효율화를 위해 산업은행에서 분리됐던 정책금융공사는 4년 만에 재통합하기로 했다.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간 'MB사람들'
MB가 아끼던 꽃사슴까지 내다 버려

과거 정권을 향한 사정바람도 거세다. 박근혜정부 들어 이명박정부에서 특혜를 입은 것으로 지목받아온 롯데와 효성 등의 대기업들이 잇따라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정치적 의도는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친MB기업'에 대한 손보기가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국세청은 이 전 대통령의 사돈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을 탈세 혐의로 출국금지시켰다. 공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롯데월드타워 사업허가 승인을 받은 롯데를 비롯해 현대차그룹도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최근 4대강 비리 의혹과 관련해 장석효 도로공사 사장이 구속되는 등 검찰의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4대강 사업은 새정부 들어 감사원으로부터 사실상 '대운하 사기극'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환경부는 4대강이 물 흐름을 막아 녹조 현상을 심화시켰다며 이명박정부 시절과는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또 이 전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한 자원외교 탓에 등 떠밀리다시피 해외자원 개발에 나섰던 석유공사는 해외자원 개발의 부실사례가 속속 드러나면서 졸지에 나라살림을 축낸 공기업으로 낙인 찍혀 버렸다.

반복되는
정권 차별화

과거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권과의 차별화, 혹은 거리두기는 반복되어 왔다. 정권교체를 이뤘을 때는 물론이고 사실상 정권승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YS정권은 '역사바로세우기'를 기치로 내걸고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전격 구속했다. 참여정부 때는 DJ정권의 핵심인 박지원 의원을 구속했고, 대북송금 특검으로 DJ의 최대 치적인 햇볕정책에 큰 오점을 남기게 하기도 했다.

정치전문가들은 "이전 정권에서 잘못한 점이 있다면 이를 바로잡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전 정권의 사람들과 정책들을 무조건 바꾸고 보는 행태는 근절되어야 한다"며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지면 예산, 행정력 등에서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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