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 정치인 별명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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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 정치인 별명 엿보기

일요시사 0 1089 0 0

별명 안에 정치철학부터 삶의 궤적까지

[일요시사=정치팀] 정치인들은 별명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어떤 별명을 가지냐에 따라서 유권자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고, 반대로 부정적인 인상을 남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별명은 성격·행동·사건들로부터 특정 이미지가 추출되어 만들어진다. 정치인들의 별명을 살펴보면 그들의 정치철학은 물론 그들이 걸어온 삶의 궤적까지 엿볼 수 있다.


정치인에게 별명은 '계륵'과 같다. '나쁜 별명'은 선거 때마다 정치인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반면 정치인의 장점을 부각시켜 주는 '착한 별명'을 얻기는 하늘에 별 따기다. 그렇다고 아예 별명이 없는 정치인은 그만큼 존재감이 없다는 뜻이라 섭섭하다.

정치인에게 별명이란 그야말로 있어도 걱정, 없어도 걱정인 계륵인 셈이다. 하지만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정치인의 별명은 때론 어렵고 복잡한 정치에 일반인들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 그렇다면 정치인들의 별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나쁜 별명

우선 정치인들의 별명도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다. 1948년 5월31일 개원한 제헌국회 시절 정치인들은 이름보다 '호'로 불리는 경우가 많았다. 제헌국회와 2대국회에서 국회의장을 지낸 신익희 의원은 호인 '해공(海公)'을 붙여 '해공선생'으로 불렸고, 이승만 초대대통령의 비서로 2대 국회의원과 3대 국회의장을 지낸 자유당 이기붕 의원은 '만송(晩松)선생'으로 불렸다.

동료 의원들도 서로 호를 이름처럼 불렀고 국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시대 관습이 일부 남은 탓이었다. '높은 분'들의 이름을 함부로 부를 수 없는 사회 분위기도 영향을 줬다.

195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호가 아닌 진짜 별명으로 불리는 의원들이 속속 등장했다. 박영출 당시 국회 외무위원장(자유당)은 1956년 국제 시계 밀수사건에 연루되면서 밀수범인 '마카리오 장'의 이름을 따서 '마카리오 박'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었다.

5선 의원으로 6~7대 국회의장을 지낸 이효상 의원(공화당)은 사고로 얼굴색이 군데군데 달라 '얼룩소'로 불렸다. 제헌국회부터 내리 5선을 한 이학재 부의장(자유당)은 대답을 명확히 하지 않는다고 해서 '런던 포그'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민주화 이전에는 정치인을 풍자해 별명을 붙인다는 것은 무척 어려웠다.

정치환경의 변화로 다른 정치인들은 두 번 다시 얻지 못하게 된 별명들도 있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김성회 전 의원의 '핵주먹', 통합진보당 강기갑 전 대표의 '공중부양', 민주통합당 문학진 전 의원의 '문해머' 등이다.

이들 별명은 과거 국회에서의 몸싸움 중 생긴 것들이다. 하지만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이 다수당의 '날치기' 수단으로 오용돼 국회 폭력사태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국회선진화법이 제정됐기 때문에 국회에서의 몸싸움은 앞으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정치인의 별명은 때로 대중들의 관심도를 나타내는 척도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하며 우리나라의 최고권력자로 등극한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수많은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박 대통령의 별명은 '선거의 여왕' '수첩공주' '얼음공주' '불통공주' '발끈해' '야근해' '복당녀' 등이 있다.

모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박 대통령은 얼음공주나 수첩공주란 별명이 붙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기자들이) 제게 묻는 것은 항상 심각한 문제다. 첨예한 갈등이나 논쟁거리만 묻는다. 막 웃으면서 즐겁게 말할 수는 없다. 심각하게 대답하다 보니 국민 여러분이 딱딱한 표정만을 보게 돼서 차가워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 한다"고 답했다.

시대 따라 변하는 정치인 별명
있어도 걱정, 없어도 걱정 '계륵'

수첩공주란 별명에 대해선 "저를 공격하기 위해서 만든 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수첩공주 같은 별명은 괜찮다. 저는 굉장히 수첩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수첩공주는 한나라당 대표 시절 박 대통령이 늘 수첩에 적힌 단어와 문장을 토대로 말을 하는 습관 때문에 생긴 별명이다. 정작 중요한 사회적 현안에 대해서는 묵비권을 행사한다는 비난도 거셌다.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정국'에서는 줄곧 침묵을 지키며 당시 당을 떠난 친박 측근들의 복당 문제 얘기만 주로 한다고 해서 복당녀라는 별명까지 추가로 얻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과거 부정적 이미지였던 수첩공주라는 단어를 신뢰의 정치인을 상징하는 단어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역발상의 계획을 세웠다.

박 대통령 측은 대선기간 "수첩 공주는 '적고, 그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를 나타낸다"고 홍보했다. 박 대통령의 페이스북 계정도 수첩공주다.

여야 대표들의 별명도 눈길을 끈다. 여당인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별명은 '어당팔'이다. '어수룩해 보여도 당수가 팔단'이란 뜻이다. '특유의 온화한 성품과 달리 당찬 면모를 가졌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별명은 '협상의 명수'다. 17대 국회 건설교통위원장 시절엔 여야 간 첨예하게 맞섰던 행정중심복합도시법 통과를 극적으로 성사시켰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시절인 2006년 1월엔 '산상회담'을 통해 사학법 문제로 장외투쟁 중이던 한나라당의 원내 복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또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승리에 큰 역할을 하면서 '대통령 제조기'라는 별명도 있었다.

평생 변절자 이미지를 씻지 못해 고심인 정치인들도 있다. 6선의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은 무려 9차례 탈당과 입당을 반복해 '철새'라는 별명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선거에서 이기자 철새는 '불사조'가 됐고, '피닉제'(불사조를 뜻하는 피닉스와 이인제의 합성어)라는 별명으로 진화했다.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도 지난 2007년 대선경선 과정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을 탈당하면서 생긴 '배신자' 이미지를 아직까지도 깨끗이 씻지 못하고 있다.

착한 별명

네티즌들은 손 고문에게 손학규+철새라는 뜻의 '손학새'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철새정치인이라는 비판이었다. 손 고문이 당시 경선 도중 칩거에 들어가자 '쇼학새'라는 별명도 추가됐다.

최근 정치권에선 이른바 '저격수 시리즈'도 인기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안철수 저격수', 김성태 의원은 '박원순 저격수', 김진태 의원은 '종북 저격수',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국정원 저격수'로 불린다.

이밖에 정치적 행보와 외모가 비슷한 큰 정치적 인물을 내세운 '리틀 OOO'라는 별명도 흔히 볼 수 있는 정치인들의 별명이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와 평화민주당 한화갑 전 대표 등은 각각 '리틀 노무현', '리틀 DJ'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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