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역대 '이색법안'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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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튀는 역대 '이색법안'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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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이런 법이?" 보면 깜짝 놀랄 법안 '수두룩'

[일요시사=정치팀] 국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입법, 즉 법을 만드는 일이다. 한 해에도 수천 건의 입법이 이뤄지는 국회에서도 유독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이색법안'들이 있다. 일부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실적을 쌓기 위해 현실성 없는 법안을 마구잡이로 낸 것이라며 비판하지만, 법안 제출자들은 작은 것에 신경쓰는 법안이야말로 진정한 '민생법안'이라고 주장한다. 톡톡 튀는 역대 이색법안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하마터면 가수들이 립싱크를 하지 못할 뻔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가수들의 립싱크가 사회적 논란이 됐던 지난 2011년 5월, 당시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은 가수나 연주자가 립싱크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립싱크 금지법'을 발의했었다.

이 법은 상업적인 공연에서 가수나 연주자가 립싱크나 '핸드싱크(미리 녹음된 노래나 연주를 실연하는 것처럼 사용하는 것)'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도록 규정했었다.

일회성?
지난 3월엔 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흙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흙이 농업과 우리 삶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지만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그 소중함이 퇴색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흙의 날' 제정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법안을 통해 제시한 흙의 날은 매년 11월9일이었다.

지난 2008년 당시 한나라당 이학재 의원이 발의한 추석ㆍ설 등 명절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는 내용의 '유료도로법 개정안'도 톡톡 튀는 이색법안이다.

지난 7월엔 운동선수의 술광고를 금지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첫 여성 태릉선수촌장을 지낸 탁구 국가대표 출신의 초선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은 어린이와 청소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운동선수, 연예인과 만24세 미만은 주류광고에 출연을 금지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 의원은 "최근 주류광고가 타깃을 젊은 층으로 이동하면서 이제 막 성년에 도달한 어린 모델들을 기용하고 있다"며 "청소년의 주류소비 조장이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주류 방송광고의 출연제한에 관한 최소한의 사항을 규정해 청소년 건강을 보호하고자 한다"고 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천안함 폭침사건 등 대북문제와 관련, 고위공직자들의 병역문제가 논란이 됐던 지난 2011년 말에는 당시 미래희망연대 김을동 의원이 '군 면제자 고위공직 임명 금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김 의원이 발의한 '국가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에 병역면제자를 임명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김 의원은 "천안함 사건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시 우리 정부의 대응이 부실했던 것은 국가 지도자들 중 병역의무 면제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란 국민정서를 수렴했다"며 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같은 해 민주당 김재균 의원은 청문회에 출석한 공직후보자가 거짓 증언을 했을 경우, 공직에 취임한 이후라도 자동적으로 퇴직할 수 있도록 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올해 4월엔 민주당 청년비례대표 김광진 의원이 이력서에서 부모님의 학력, 본인 신체사이즈 등의 항목을 제외시키는 '표준이력서제도'의 사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고용정책기본법및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청년고용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받는 이력서에 불필요한 항목이 너무 많다"며 "특히 부모님의 학력과 같은 취업준비생의 업무능력과 상관없는 항목은 이력서에서 제외시키는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실적 쌓기용? 민생법안? 엇갈리는 평가
평가절하 받던 이색법안 실제 통과되기도

역대 국회 중에서도 특히 각종 이색법안이 봇물을 이룬 것은 지난 17대 국회 때였다. 2004년에는 당시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이 주류업소 접대여성에게 술 마실 것을 강요하는 고용주나 손님에게 벌금을 물게 하는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해 당시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은 입양부모에 대해서도 산모와 마찬가지로 90일의 휴가를 주자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삽살개를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한국 삽살개 보호 육성법안'을 발의해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역시 2004년에 열린우리당 노현송 의원을 비롯한 38명의 의원은 배우자, 4촌 이내 혈족 및 인척은 국회의원의 보조직원이 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동안 몇몇 의원들이 친·인척을 보좌관이나 비서관으로 채용한 구태를 경계하기 위한 것이었다.

같은 당의 노웅래 의원은 청소년의 텔레비전 시청을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한 '방송법 개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개정안은 텔레비전 수상기 생산자로 하여금 텔레비전방송시청차단장치(V-chip)를 장착해 판매·보급하도록 의무화해, 유해한 방송프로그램으로부터 어린이와 청소년을 보호하도록 했다.

같은 시기 열린우리당 염동연 의원이 발의한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은 신입사원 선발 시 사업주는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 내 대학 졸업생의 20%를 의무적으로 우선 고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2005년에는 당시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이 유아용 기저귀와 여성용 생리대의 부가세를 면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조세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 측은 "낮은 출산율로 인한 노령화 사회의 심화와 노동력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출산을 장려(기저귀)하는 한편 모성 보호와 양성 형평성을 도모(생리대)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또 당시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뇌물 또는 알선수재에 의해 받은 금품에 대해서도 과세토록 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생 살피기?
이색입법에는 국회의원들뿐만 아니라 일반 공직자들도 참여했다. 2006년에는 당시 박재갑 국립암센터 원장이 담배 판매는 물론이고 제조 자체를 금지시키는 '담배 제조 및 매매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 청원했지만 차일피일 미뤄져 회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당시 청원엔 골초로 소문난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을 비롯해 여야 의원 85명이 찬성 서명을 했었다.

한편 과거에는 이색법안이라 평가절하 받던 법안들이 실제로 통과된 사례도 많다. 공휴일이 일요일 등과 겹치면 그 다음날 쉬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대체공휴일 법안'이나 아내 또는 전처가 원하지 않는데도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남성을 가정폭력범으로 처벌하도록 명시한 '가정폭력방지법 개정안' 등도 과거에는 이색법안에 불과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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