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고발] 국민소주 ‘처음처럼’ 이물사고 롯데주류 식약청 조사 무마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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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고발] 국민소주 ‘처음처럼’ 이물사고 <제2탄> 롯데주류 식약청 조사 무마의혹

일요시사 0 3143 0 0

바야흐로 소비의 시대다. 상품과 서비스가 넘쳐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나라에는 기업을 견제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미약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우리 소비자들은 부당한 일을 겪어도 이를 하소연할 데가 없어 마른 가슴만 쾅쾅 치는 일이 허다하다. 이에 <일요시사>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소비자와 기업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소비자들의 성난 목소리를 들어보기로 했다.

조사 피하기 위해 사고의 책임 소비자에?
공병 세척 과정 인입 가능성 언급 안 해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에 한 건의 제보가 접수됐다. 롯데주류의 소주 ‘처음처럼’에서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것. 제보자 A씨가 제공한 ‘처음처럼’에는 하얀 부유물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하얀 부유물 둥둥

문제의 소주는 이미 대부분을 마셔버리고 약 1/5만 남은 상태였다. ‘사과를 먹다 반만 남은 벌레를 발견했다’는 우스갯소리가 현실에서 벌어진 것. 하지만 농담과 달리 현실에서 벌어진 일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A씨는 걱정이 앞섰다. 모르고 마셔버린 이물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건강에 해가 되지는 않을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 같은 민원을 접수한 롯데주류는 직원을 파견, 문제의 소주를 가져가려 했다. 하지만 A씨는 넘겨주지 않았다. 롯데주류가 자체검사를 할 경우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숙고 끝에 A씨는 <일요시사>의 문을 두드렸다. 당시 <일요시사>는 롯데주류 측 관계자로부터 “먼저 식약청에 신고한 뒤 분석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뒤 소주를 건넸다.

그리고 일주일 후, 롯데주류가 내놓은 자체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물질의 정체는 ‘고추씨류 등이 혼합된 음식물류’로 판명났다. 해당물질이 유입될 수 있는 경로는 크게 세 갈래였다.

첫째, 소비자가 고의 혹은 실수로 고추씨가 포함된 음식을 병에 넣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물질의 변형 상태를 고려하면 가능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둘째로 제조 공정에서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롯데주류 측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제품과 같은 날 제조된 제품을 비교했을 때 pH의 수치가 8.13으로 동일하게 나타났다. 제품 자체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시 pH에 미묘한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제조공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리고 가장 유력시 된 것이 세 번째, 공병 재활과정에서 제대로 세척되지 않았을 경우다. 재활용되는 공병이 투입되면 파병과 타사의 병을 골라낸 뒤 세병공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는 고온과 약품을 이용해 이물을 제거하는데, 과거 기름기나 고착돼 있는 이물이 잔류된 사례가 있다는 설명이다. 

당시 롯데주류 측 관계자는 “이번 문제의 경우 고착된 흔적이 남아있지 않을 뿐더러 음식물류가 잔류된 전례는 없었다”면서도 “세척과정에서 인입됐을 개연성은 열어놓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문제의 공장에 대한 식약청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 섣불리 말을 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1295311783-76.jpg 그리고 최근 롯데주류는 식약청 조사 결과에 대해 “아무런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물이 나왔는데도 시설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롯데주류 측의 말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이에 식약청에 직접 전화를 걸어 문의했고 당시 조사를 담당했던 식약청 관계자로부터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식약청 관계자는 “해당 공장에 방문했을 당시 공장 직원이 문제의 이물은 고추씨가 포함된 음식물류라는 자체 검사 결과를 내놨다”며 “식사 중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소비자 역시 그렇게 납득했다는 공장직원의 말에 롯데주류가 자체 검사한 결과를 소비자에 전했다”고 덧붙였다. 

롯데주류의 말 한마디에 식약청 조사가 흐지부지된 것. 특히 롯데주류가 이물질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주장한 공병 세척 과정에 대한 조사는 아예 이뤄지지조차 않았다.

결국 모든 책임은 ‘실수로 소주병에 음식물을 흘린’ 소비자에 돌아갔다. 하지만 A씨는 식사 중에 음식물을 흘리지 않았으며 이 같은 말을 들어본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롯데주류의 식약청 조사 무마 의혹이 제기됐다. 공병 세척 과정에 대한 조사를 피하기 위해 사고의 책임을 소비자에 돌리고, 공병 세척 과정에서의 인입 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피한 게 아니냐는 것.

롯데주류 측 관계자는 “사고 발생 이후 자체적으로 특별 조사를 실시했지만 문제를 찾을 수 없었다”며 “설사 공병 세척 공정에서 이물질이 닦이지 않는다 해도 육안검사를 비롯, 3차례에 걸쳐 점검을 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물이 나올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조사 무마 의혹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피해자 양산 우려

‘처음처럼’은 ‘알칼리 환원수로 만들어 부드럽다’는 제품 특성과 ‘흔들어라 캠페인’ 등 독특한 마케팅 전략을 앞세워 국민소주로 입지를 단단히 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미흡한 식품사고 대처와 부실한 조치로 제 2, 3의 피해자는 지금도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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