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회관 안내실에 왠 바퀴 굴러가는 소리?

한국뉴스


 

의원회관 안내실에 왠 바퀴 굴러가는 소리?

일요시사 0 3436 0 0

구제역 파동으로 ‘냉장육’ 선물 급감
경제 침체 반영 ‘저가선물세트’ 급등

구제역 파동 사정권 내에 속한 지역에서 기초의원(비례대표)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인사는 음력 설을 맞아 ‘지역구 의원 사무실’로 직접 들러 세밑 인사를 할 참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말부터 발생해 이제껏 여진이 남아 있는 ‘구제역 한파’가 전국 각지로 몰아침에 따라 의원실 방문을 포기했다. 서울로 상경해 지역구 의원실을 방문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무리한’ 서울 강행으로 뜻하지 않게 또 다른 ‘피해’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택배 선물로 신년 인사를 대신하기로 결정했다.

국회 의원회관 안내실은 지난달 24일 월요일 기준으로 손수레 굴러가는 소리가 한층 커지기 시작했다. 음력설을 열흘 앞둔 시점에서 의원실로 향하는 세밑 선물이 급격하게 많아진 까닭이다.

의원회관 앞으로 운송된 선물을 안내실에서 개별 의원실로 옮기는 의원실 관계자들의 움직임 또한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각 의원실 관계자의 손수레에는 선물상자가 한 짐 가득이다.

구제역 여파 택배 증가

지난달 26일 의원회관 안내실에서 마주친 한 택배회사 직원은 “지난달 24일부터 약 일주일간 특별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아르바이트생은 개별 의원실로 전달될 택배 물품 분류를 담당하고 있다”면서 “안내실로 배송돼 온 물품을 분류해 각 의원실 직원에게 인계하는 역할을 하는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안내실 상주’ 임시 아르바이트생은 어림잡아 예닐곱 명 정도로 파악됐다.

의원회관 안내실 운반을 끝내고 국회 본관 쪽으로 이동 채비를 갖춘 또 다른 택배회사 관계자는 “설 특수 기간 동안 택배 물량이 늘어나긴 하지만 이번 설 연휴에는 구제역 확산으로 직접 움직이기를 포기한 시민들이 늘어나 배송 물량이 더욱 많아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많게는 같은 물품이 삼십 여 곳의 의원실로 나뉘는 경우도 있었다”라면서 “겉 포장으로 판단해보면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선물 금액대가 줄어든 반면 부피나 무게는 커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지방 선거가 있었던 지난해에는 아무래도 선물 주는 입장에서 올해보다 아주 조금씩 더 신경을 썼던 것 같다”라고 이유를 조심스레 예측했다.

회관 안내실 앞 ‘임시’ 택배 분류 공간으로 가장 많이 들어오는 선물은 ‘사과’로 밝혀졌다. 등산 조끼 앞주머니에 볼펜을 꽂은 채 쉴 틈 없이 뛰어다니던 한 여성 물류원은 “일반 택배 물품을 제외한 ‘설 선물류’ 물품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다름 아닌 사과”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배, 김, 곶감, 한라봉, 각종 선물세트가 뒤를 잇고 있다”면서 “연잎밥, 굴비, 한과, 밤, 젓갈, 멸치 등도 자주 눈에 띈다”라고 귀띔했다.

사과·배· 곶감 등은 대표적인 제수용품으로 예년에도 의원실 선물 리스트 ‘최상위권’에 오른바 있다. 반대로 매년 설 선물 상위권에 랭크된 냉장육(쇠고기) 등 ‘육류 선물세트’는 예년 대비 5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원실로 배달돼 오는 선물의 출처는 다양하다. 지인 및 기타 단체에서 들어온 선물은 물론이고 의원실에서 직접 지역 특산물 홍보를 위해 구매한 물품도 있다. 의원실에서 구매한 지역 특산물은 ‘인접 사무실’ 의원 혹은 같은 상임위 ‘친한 동료’ 의원실로 배달된다고 한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설과 추석 선물을 통해 지역 특산물도 홍보하고 따뜻한 정(精)도 나눌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지역 인사가 명절 인사와 더불어 지역 특산물 홍보를 위해 지역구 의원에게 선물을 보내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고가이거나 ‘청탁성’ 의혹이 짙은 선물은 의원실에서 각각 선별해 돌려보내는 것으로 보여진다.

아부·청탁성 선물은 반품

한 의원실 관계자는 “비교적 저렴한 지역 특산물은 성의로 받을 수 있지만 설을 위시한 청탁성 선물, 예컨대 고가의 술이나 상품권 등은 경계 대상”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인이 전하는 개인적 선물이 아닌 기업체, 정부 조직, 정부 산하 단체의 ‘아부성 선물’도 경계 대상이다. 선거 기간 외에도 불법 기부행위가 상시적으로 금지되면서 피감기관이나 기업체, 지역 유지들이 보내는 선물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물과 택배를 반송함에 있어서도 ‘주소 불명’의 물품은 건네받은 경로를 역 추적해 돌려보내야 되기 때문에 많은 고충이 뒤따르고, 운송 과정에서 부패되고 상해버리는 ‘살아 있는 생물 택배’를 돌려보내는 고충 또한 상당하다고 전해진다.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