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아백화점, 끔찍한 ‘VIP사랑’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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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아백화점, 끔찍한 ‘VIP사랑’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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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부자들만 불러 ‘돈잔치’


[일요시사=경제1팀]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 명품관이 불황 속에서도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강남 부유층을 겨냥한 ‘우수고객(VIP) 마케팅’이 이런 호황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도 정기 휴무일에 VIP만 초청한 뒤 영업을 해 끔찍한 ‘VIP 사랑’을 입증했다.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이 정기 휴무일에 우수고객(VIP)만 초청한 뒤 영업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매년 2∼3회 ‘VIP 데이’ 행사를 열어 VIP 전용 쇼핑의 날을 마련해왔다. 지난해에도 두 차례 같은 행사가 진행됐고, 올해만 벌써 세 번째다. 그야말로 돈 좀 있고, 돈 좀 쓸 줄 아는 사람들만 불러 모아 벌이는 잔치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불황타개 전략”

지난 19일 오전.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 명품관은 정문을 비롯해 모든 출입구가 굳게 닫혀 있었다. 하지만 주차장과 연결된 후문으로 고급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들어갔다. 백화점 VIP 데이에 초청된 고객들이다.

고객들이 안내 데스크에 ‘매일 차가워지는 계절…겨울 속에 더욱 빛날 당신을 위해 단 하루의 특별함을 전합니다’라고 적힌 붉은색 초대장을 보여주자 백화점 측에서 식사권과 10∼30% 브랜드 할인권, 경품 응모권, 커피 무료 시음권 등으로 교환해줬다.

백화점 측은 이날 전 매장을 평소와 같이 환하게 조명을 켠 채 손님을 맞았다. 층별로 플라자 호텔의 케이터링 서비스가 제공됐고, 제품을 사면 10∼30%까지 할인해줬다. 고객들을 대상으로 명품백, 영화 관람권 등의 경품을 증정하는 행사도 진행됐고, 식당가에서는 무료 와인 서비스가 벌어졌다.

오전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1, 2부로 나뉘어 두 차례 진행된 ‘VIP 초청 행사’에는 수천명이 몰려들었다.

고객 A씨는 “VIP 초대장을 받고 ‘드디어 나에게 이런 날이 왔다’고 감격했다”며 “휴무일에 특별한 손님으로 들어가 여유롭게 쇼핑하고, 특별 할인을 받고, 식사를 비롯한 서비스까지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고 만족했다.

또 다른 고객 B씨는 “매년 초대장을 받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이번에도 카드를 많이 긁었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돈 쓰라고 부르는 자리인 것을 알면서도 가게 되는 것은 남들은 갈 수 없는 특별함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기휴무 걸고 부유층 ‘쇼핑의 날’
각종 파격 혜택…서민 역차별 지적

한 고객은 같은 VIP행사 중에서도 VIP와 VVIP가 나뉘어 져 있다고 귀띔했다. 고객 C씨는 “1부에 초대 받은 사람들이 백화점 측에서 정식으로 초대를 한, 즉 연간 얼마씩 구매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라며 “2부는 각 브랜드 매장에서 단골이나, 지정된 구매고객을 초대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고객을 다양화하는 것처럼 해서 지나친 VIP 마케팅이라는 지적을 교묘히 피해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갤러리아백화점 한 관계자는 “우수 고객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 매출을 높이기 위해 마련되는 연례행사”라며 “이번 매출액 중 일부를 소아 난치병 환자들의 소원을 이뤄주는 ‘메이크어위시재단’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홍보팀 관계자는 “카드회사나 은행 등에서 진행되는 VIP 행사와 같은 맥락으로 진행되는 VIP 마케팅의 일환일 뿐”이라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불공정 거래 의혹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VIP 등급에 대해 “연간 몇 천만원 이상 쓴 사람만 초대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생각보다 일반적이고 다양한 고객 층이 방문한다”고 해명했다.

갤러리아 백화점이 VIP고객 마케팅에 본격 나선 것은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다. 우선 강남 상류층 고객을 불러 모아 불황을 극복한다는 목표 아래 VIP 모시기에 집중했다.

당시 고객관계관리(CRM)시스템을 활용해 연간 3천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설날 추석 등 유명 지역 특산물을 선물로 보냈다. VIP 고객의 생일에는 와인, 케이크, 꽃다발 등의 생일 선물도 잊지 않았다. 이들은 또 국내 최고급 호텔에서 열리는 패션쇼, 콘서트 등 대형 이벤트에도 초대됐다.

최근까지도 갤러리아 측은 ‘살롱클래스’, ‘살롱콘서트’, ‘살롱파티’ 등 행사를 통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 고객에게 전달했다. 올해 들어 필립플레인 등 명품 패션 브랜드를 선보인 것도 VIP 고객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노력 때문인지 갤러리아백화점은 불황 속에서도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 7∼10월 중순 압구정 명품관 매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갤러리아 측은 전년 동기에 비해 16% 증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백화점이 계층을 구분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마케팅으로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영업을 해야 하는 백화점 입장에서 ‘돈이 되는 고객을 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지만 ‘돈 많은 고객과 돈 없는 고객’을 역차별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계급사회 단면?

주부 윤모씨는 “VIP는 아니지만 백화점을 이용하는 고객으로서, 왠지 돈에 의해 나눠진 계급사회의 단면을 보는 듯 해 씁쓸하다”며 “매출도 중요하지만 백화점에서 쇼핑할 수 있는 권리는 모든 소비자가 동등하게 제공받아야 하지 않나 싶다”고 지적했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정기휴무일에 VIP 고객들만 따로 불러서 영업하는 것은 고객을 대놓고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라며 “갤러리아가 불황타개를 핑계 삼아 영업 전략에만 앞장서면서 소득계층 간 위화감을 부추기고 있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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