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의혹' 진실게임 2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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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의혹' 진실게임 2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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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전 검찰총장

청와대가 맞긴 맞는데 GH? MB?

[일요시사=사회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한 개인정보가 불법 유출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정권 차원의 찍어내기는 없었다"며 거리를 뒀던 청와대의 해명도 거짓으로 드러나 정국은 요동치고 있다. 이제 관심은 채 전 총장을 찍어낸 진짜 '몸통'이 누구냐에 쏠린다. 현재까지 정황상 박근혜 내각이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의심받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측근'이 정보 유출을 자체 공모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둘러싼 진실공방은 어느덧 2라운드로 돌입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9월6일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 숨겼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정보를 입수해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의심받았다. 해당 기사를 위해 열람한 것으로 보이는 자료는 가족관계등록부, 주민등록초본, 출입국증명서 등 개인정보였다. 결과적으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조선일보> 보도 후 옷을 벗었다.

채동욱 찍어내기
공무원 동원했다

그런데 잠잠해지는 듯 했던 '채동욱 사태'는 엉뚱하게도 서초구에서 재점화됐다.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과 관련해 서초구청 소속 조모 행정지원국장이 개인정보를 불법 조회·유출했다는 정황이 발견된 것이다.

시민단체로부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에 관한 고발장을 접수받은 검찰은 수사 착수 2달여 만에 서울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사건의 꼬리'인 조 국장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났다.

앞서 기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핵심 측근 몇 명이 서초구청에 있다는 전언을 접했다. 당시 구청 한 관계자는 "원세훈 측근 중 1명이 조 국장"이라고 귀띔했다.

조 국장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진행 중인 원 전 원장과 절친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 국장은 원 전 원장의 비서격으로 오랜 시간 함께 일했다.

특히 복수 언론은 조 국장에 대해 "조 국장이 경북 포항 출신이고 ▲원 전 원장과 국정원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으며 ▲이른바 '영포회' 소속으로 ▲원 전 원장의 가정사도 도맡아 처리하는 집사 역할을 수행했었다"고 보도했다.

서울시 전 직원의 설명도 비슷했다. 그는 "조 국장의 승진이 굉장히 빨랐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직급은 높았지만 서초구청으로 임용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아 높은 사람이 힘을 써 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기서 높은 사람은 원 전 원장일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조 국장은 행정지원국 소속 부하 직원을 통해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군 모자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조회·열람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국장은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 소속) 조모 행정관에게 6월11일 채군의 가족부를 조회해 달라는 부탁을 문자메시지로 받아 가족부를 열람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조회 시점이 눈길을 끄는데 조 국장이 채군 모자의 개인정보를 열람한 시기와 원 전 원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시기는 일치했다. 따라서 정보 유출 과정에 '국정원 댓글' 수사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국정원이나 청와대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됐다.

논란 확산에
꼬리 자르기

부정할 수 없는 징후도 속속 포착됐다. 조 국장이 부탁을 받은 조 행정관(현재 직위해제)은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시설담당으로 이번 정보 유출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공식 브리핑에서 "조 행정관이 자신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조 국장에게 채군의 인적사항 등을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조 행정관은 조 국장을 통해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 등 개인정보를 전달받은 뒤 불법 열람했다"고 확인했다.

조 행정관과 조 국장은 같은 공무원 출신으로 일찍부터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안동 출신인 조 행정관은 조 국장과 함께 이른바 TK(대구·경북) 인맥으로 분류된다.

조 행정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 청계천 복원 추진본부 조경팀장과 환경사업팀장 등을 역임했고, 같은 시기 서울시에서 근무한 원 전 원장과도 안면이 있다. 또 조 행정관은 이명박정부 당시 표창을 받고, 인사 승진을 하는 등 공직 세계에서 승승장구했던 것으로 소개됐다.

그러나 조 행정관은 이번 개인정보 유출에 관여하면서 공직 생활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이날 이 수석은 "조 행정관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에 그를 직위해제하고 징계위에 회부했다"고 전했다. 그간 전례에 비춰봤을 때 청와대의 신속한 조처는 이례적이라고 평가받았다.

행정관 서초구청 통해 혼외아들 정보 입수
'진짜 몸통' 유출 배후는…현정권? 전정권?

하지만 청와대 안팎의 시선은 곱지 못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꼬리 자르기'란 비난 여론이 확산됐기 때문. 같은 날 이 수석은 정보 유출의 배후로 청와대가 지목된 것을 의식한 듯 "조 행정관 개인의 일탈 행위"라고 선을 그었다.

그런데 문제는 청와대의 해명에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는 것에 있었다. 통상 총무비서실 업무는 감찰업무와 무관하고 조 행정관의 보직 업무는 조경이었단 점을 상기할 때 조 행정관이 왜 채군의 개인정보를 빼냈어야 했냐는 것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원세훈 전 국정원장
특히 복수 언론은 조 행정관이 소속된 총무비서실 최종 책임자가 박근혜 대통령 최측근 3인방 중 1명인 이재만 총무비서관이란 점을 지적했다. 즉 이번 정보 유출 과정에 이 비서관이 어떤 방식으로든 연관되지 않았겠냐는 의혹이다.

기자와 통화한 한 서울시 고위 공무원도 사견임을 전제로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공무원 조직 문화가 있는데 상급자에게 보고하지 않고 이 같은 일을 한다는 게 쉽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잘못하면 '목'이 날아가는데 조 행정관이 팔을 걷어붙인 진짜 이유가 있을 것이란 추측이다.

개인의 일탈?
조직적 개입?

앞서 조 행정관과 조 국장은 검찰의 신체 압수수색을 앞두고 주고받은 메시지를 나란히 삭제했다.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제스처였다. 하지만 검찰은 문자메시지를 복구했고, 조 국장에 이어 조 행정관을 소환 조사했다. 당시 검찰은 조 행정관에게 채군의 인적사항 확인을 요청한 또 다른 인물이 있는지를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드러난 제3의 인물이 안전행정부 소속 김모 국장이다.

청와대는 조 행정관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실을 밝히면서 이번 사건의 배후로 김 국장을 특정했다. 이 수석은 "조 행정관이 안전행정부 고위공무원인 김 국장의 요청으로 조 국장에게 채군의 개인정보 확인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즉 조 행정관을 사이에 두고 김 국장이 채군의 개인정보를 요청했으며, 조 행정관은 다시 조 국장에게 개인정보 유출을 부탁했다는 설정이다.

졸지에 배후가 된 김 국장은 이명박정부부터 박근혜정부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팀에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중앙공무원교육원 국장급으로 재직 중인 김 국장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공직기강팀 선임행정관으로 일했다. 서류 경력만 놓고 보면 '채동욱 찍어내기'의 몸통으로 의심받는 곽상도 전 민정수석의 지휘 체계 안에 있던 셈이다.

하지만 김 국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 행정관에게 채군의 개인정보 조회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며 청와대 조사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또 "곽 전 수석과 같이 일한 적이 없고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관련한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다만 김 국장은 조 행정관과 먼 친척 사이인 것은 인정했다. 또 조 행정관과 개인적으로 통화한 사실이 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청와대로 불려가 조사를 받을 때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청와대가 배후인 것처럼 발표해 곤혹스럽다"며 억울한 모습을 보였다.

사건 수습 나선 청와대 '꼬리자르기' 의혹 확산
원세훈 구하기? 채동욱 자르기?…수사 결과 촉각

이 같은 김 국장의 해명이 보도된 지 하루가 지나지 않아 검찰은 김 국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는 조 행정관이 검찰 조사에서 김 국장을 배후로 지목한데 따른 확인 절차로 풀이됐다.

특히 사정기관의 압수수색이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의 증거 확보 작업으로 해석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압수수색은 김 국장에게도 일정한 혐의가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김 국장의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김 국장은 "조 행정관이 자신에게 혐의를 덮어 씌우고 있다"며 대질 신문을 요청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조 국장과 조 행정관, 김 국장의 연결고리를 '원세훈'으로 보고 있다. 원 전 원장은 행정고시를 패스한 공무원 출신이면서 '서울시 공무원 모임'을 통칭하는 속칭 'S(서울시) 라인'의 대부로 알려져 있다.




앞서 밝혔듯 조 국장은 원 전 원장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져 있으며, 조 행정관은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모임'에 자주 참석했던 것으로 보도됐다. 또 김 국장은 원 전 원장이 장관을 역임한 행정안전부 소속 공무원이란 점이 주목된다. 김 국장은 지난 5월 청와대 파견 근무를 마치고 안전행정부로 복귀했다.

따라서 여러 정황을 살펴봤을 때 일부 S라인 공무원들이 자발적인 '원세훈 구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원세훈은 MB
곽상도면 GH

하지만 정치권에선 청와대 개입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번 사건의 유력한 '몸통'으로 곽 전 수석을 지목한 것이다.

실제로 <조선일보> 보도 직후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공문을 받은 서초구청 소속 임모 과장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곽 전 수석에게 부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적법한 절차를 거친 임 과장의 입장에선 억울한 부분이 있겠지만 정보 유출의 몸통으로 곽 전 수석이 의심되면서 그 역시 '사건의 꼬리'로 언급된 바 있다.

또 곽 전 수석이 '채동욱 혼외아들 의혹' 보도 직전 <조선일보> 관계자와 강남 한 일식집에서 수상쩍은 회동을 가졌다는 소문이 퍼진 것도 의미심장하다. 곽 전 수석은 해당 의혹을 부인했지만 당시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곽 전 수석이 미리 수집한 채 총장의 정보를 들고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만났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만약 수사 과정에서 채군 모자의 개인정보가 곽 전 수석에게 흘러갔다는 정황이 발견될 경우 박근혜정부는 회복할 수 없는 도덕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우에 따라선 그 윗선의 존재도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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