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대권 도전 러시 숨겨진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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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이른 대권 도전 러시 숨겨진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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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후 향해 뛰는 잠룡들의 합창 "나를 잊지 말아요!"


[일요시사=정치팀] 과거 대선이 끝나면 패배한 후보들은 한동안 정치권을 떠나 있는 것이 관례였다. 또 차기 유력 주자들도 정권 초반에는 최대한 몸을 낮추며 새 정부의 성공을 기원했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벌써부터 차기 대선 준비로 바쁜 모양새다. 차기 대선은 아직 4년이나 남았지만 유력 대권주자들이 앞다퉈 과속 페달을 밟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차기 대선은 아직 4년이나 남았지만 유력 후보들은 벌써부터 차기 대선 준비로 분주하다. 새 정부가 출범한 후 얼마간은 차기 대권의 'ㅊ' 자도 거론하지 않던 관례와 비교하면 여야 유력 주자들이 때 이른 대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때 이른 경쟁
치열한 공방

가장 먼저 대권경쟁에 불을 지핀 것은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다. 김 의원은 지난 4월 재보선으로 국회에 입성한 후 그야말로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행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김 의원을 바라보는 청와대의 시선은 싸늘하다.

특히 청와대 일각에서는 김 의원이 '근현대사역사모임' 등을 만든 것을 두고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인물이 벌써 사조직을 만드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는 후문이다.

김 의원의 행보는 자칫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앞당길 수도 있는 문제다. 게다가 김 의원은 지난 9월 김문수 경기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등과 함께 로스앤젤레스 한인축제에 참석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권 도전에 생각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이후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다"라며 의미를 축소했으나 "주위에서 하도 권유하는 사람이 많으니, 내가 자격이 있는지 고민 중"이라며 또 한번 여지를 남겼다.

김 의원과 같은 행사에 참석한 김문수 지사 역시 덩달아 대권도전을 시사했다. 김 지사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회를 떠난 지 8년이 지나 여의도에 의원 조직이 사실상 없다"면서 "더 이상 지방에 있으면 중앙정치를 못한다"고 말했다.

"대권가도는 마라톤, 지금부터 뛰어야"
어쩌다보니 대권행보, 자천타천형

경기지사 불출마와 함께 중앙정치 무대 복귀의사를 밝힌 셈이다. 김 지사는 "2010년 지방선거 때도 새누리당 내 상황 등을 생각하지 않았으면 출마하지 않고 초선만 하고 끝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해 내년 경기지사 선거에 불출마 한 후 본격적으로 당내 세력확장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발언이다.

실제로 김 지사는 최근 여의도행이 잦아지고 있다. 통상적인 도정활동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선을 위한 세 모으기가 아니겠냐고 의심하고 있다.

대선이 끝난 후 전국을 돌며 민생탐방을 하기도 했던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최근 대구를 찾아 지역 국회의원들과 김범일 대구시장을 만났다. 정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 계열사 현대커민스는 대구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입주를 결정하기도 했다.

정 의원의 TK행보는 김 지사와도 겹치는 것이었다. 김 지사는 최근 경북도와 상생협약을 맺고 경북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지역정가에선 두 사람의 TK행보에 대해 박 대통령이 떠난 뒤 무주공산인 TK를 선점하려는 경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차후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서 TK 지지도는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 명 뛰니
따라 뛴다?

차기 대권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은 야권 내에서도 부단히 꿈틀대고 있다. 지난 11월29일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차기 대권 재도전 의사를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대선이 끝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문 의원은 "제가 꼭 (대선 후보를) 해야 한다고 집착하지는 않지만 회피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후폭풍이 일자 문 의원은 "그건 정권교체에 저도 최대한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원

론적 얘기"라고 해명했지만 석연치는 않다. 이날 발언은 비록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었지만 문 의원은 이날 작심한 듯 거침없이 발언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또 문 의원이 마음만 먹었다면 "아직은 차기 대권에 대해 논하기는 이르다"며 넘어갈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결국 정황상 작심발언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문 의원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무소속 안철수 의원 역시 최근 독자세력화에 나서며 활동영역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안 의원은 문 의원에게 대선 후보직을 양보하고 대선 당일인 지난해 12월19일 미국으로 떠났다.

그러나 안 의원은 불과 82일 만인 지난 3월11일 서울 노원병 재보선 출마를 선언하며 정계에 복귀했다. 이후 안 의원은 안철수신당 창당과 관련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당이 궁극적으로 2017년 대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지적에도 별다른 이견을 나타내지 않으며 사실상 이를 인정하는 모양새다. 안 의원의 정치세력화는 결국 대선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행보라는 분석이다.

잠룡마다 천차만별 각자의 사정
'살아있는 권력' 청와대는 심기불편

그렇다면 벌써부터 줄을 잇고 있는 유력 후보들의 대권행보에 숨겨진 노림수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존재감 확보다. 차기 대선까지 아직도 4년이나 남았지만 역대 대선을 살펴보면 정권 초 유력주자로 손꼽혔던 인사들이 실제 대선에서도 유력주자로 활약하는 경우가 많았다. 10년 전 노무현정부 출범 당시 정치권은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 박근혜 의원, 정동영 의원 등을 차기 유력 대선후보로 꼽았고 실제 다음 대선은 이들 후보들의 각축장이 됐다. 5년 전 이명박정부 초에도 박 대통령은 이미 가장 유력한 차기 후보로 꼽혔었다.
유력 대선 후보군에 계속 이름을 올림으로써 존재감을 유지하는 것. 이는 여야 잠룡들이 때 이른 대권행보에 나선 공통된 이유라는 분석이다. 


좌측부터 김문수 경기도지사,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
▲좌측부터 김문수 경기도지사,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


물론 각자 나름의 사정도 있다. 김무성 의원의 광폭행보와 관련해서는 김 의원 측 내부 참모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른 것으로 알려진다. 정권 초기에 이 같은 행동으로 자칫 청와대와 친박계 의원들의 견제를 받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김 의원은 내년에 있을 전당대회를 노리고 있는 만큼 언제까지 숨죽인 행보만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이 빨리 입장을 정리해야 자기 세력을 본격적으로 끌어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청와대와 당 지도부가 제대로 된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현 시점이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고 세력을 넓힐 수 있는 적기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김문수 지사의 경우는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어 자천타천으로 대권행보를 공식화 하게 된 경우다.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김 지사가 언제까지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끝까지 달릴까?
중도 포기할까?

김 지사의 망설임으로 자칫 차기 후보군을 제대로 발굴해내지 못할 경우엔 책임론에 휩싸일 수도 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분석이다. 김 지사가 경기지사 불출마를 선택할 경우 가능성은 차기 대권 도전과 정계은퇴 두 가지뿐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김 지사의 대권 도전설이 기정사실화 됐고 김 지사 역시 이를 부인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또 이미 경쟁 후보군들이 세몰이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지사 역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대권 도전 선언 러시에 의도적으로 동참하게 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안철수 의원도 비슷한 경우다. 일각에선 안 의원이 차기 총선에 맞춰 창당을 준비한다면 그 과정이 지금보다는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과거 자유선진당의 경우만 하더라도 2008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그 해 2월에 창당을 했지만 인재를 모으는 데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하지만 여야 대립으로 꽉 막힌 현 정국이야말로 신당 창당의 가장 큰 명분이고, 안 의원으로서는 이러한 시점을 놓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선후보였던 문 의원이 대선이 끝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차기 대권 도전을 못 박고 나선 것은 최근 독자세력화에 나서며 활동반경을 넓혀가고 있는 안 의원의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 대선에서 야권 내 최대 라이벌이었던 두 사람은 차기 대선에서도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안 의원이 활동반경을 넓혀가고 있는 상황에서 문 의원도 이에 대응해 자신의 존재감을 키울 승부수를 던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안철수신당이 민주당 일부 세력까지 잠식해오는 상황에서 문 의원으로서는 친노세력을 결집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문 의원의 차기 대권 재도전 시사는 안 의원의 신당 창당 행보에 대한 힘 빼기 성격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이다.

정치권 이목
벌써 4년 후로

게다가 야권이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문 의원이 차기 대권 출마를 거론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모습이 여론의 관심을 끌고 야권의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소수의견으로는 문 의원이 차기 대권주자 이미지를 굳힘으로써 아직 끝나지 않은 NLL논란 등 여권이 문 의원을 공격할 때마다 차기 대권주자를 탄압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어 자기 방어용 자가발전이란 해석도 있다.

이처럼 여야 잠룡들은 도미노처럼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박근혜정권 초부터 차기 대권을 향한 레이스를 시작한 모양새다. 하루하루 격동하는 정치권에서 벌써 4년 후를 준비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권으로 향하는 길은 마라톤과 같다. 지금부터 준비해야만 한다. 벌써 시작된 대권레이스의 승자는 누가 될까? 정치권의 이목은 벌써 4년 후로 쏠려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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