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MB 회동’ 불편했던 총수들

한국뉴스


 

[재계뒷담화]‘MB 회동’ 불편했던 총수들

일요시사 0 3110 0 0

‘전경련 등진’ 구본무·김준기 오랜만에 참석
‘회사일 골치’ 김승연·현정은 참석조차 부담

이명박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다섯 번째 회동. 모임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이 대통령은 국정에 협조한 총수들에게 감사를 표했고, 총수들은 이구동성으로 ‘충성(?)’을 재차 다짐했다. 그런데 이 자리가 불편했던 총수들이 적지 않았다. 참석조차 부담스럽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약 2시간 동안 ‘가시방석’에 앉아있다 행사가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내뺀 이들과 그 이유를 알아봤다.

지난달 24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국내 30대 대기업 총수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수출·투자·고용 확대를 위한 대기업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오찬 1시간 전부터 속속 도착했다. 한명 한명이 등장할 때마다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대부분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유독 굳은 표정을 한 채 빠른 걸음으로 입장한 총수들이 있었다. 바로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이준용 대림그룹 회장 등이다. 이들 ‘3인방’은 전경련과 등을 돌리고 있어 회관에 들어서는 것조차 낯설고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굳은 표정 역력

구 회장은 전경련과 거리를 두고 있다. 이른바 ‘LG반도체 빅딜’때문이다. LG그룹은 1999년 정부의 빅딜 방침에 따라 거의 반강제적으로 반도체 사업을 현대전자(현 하이닉스)에 넘겨줬다. 당시 한 외국계 컨설팅 업체가 LG그룹이 반도체 사업을 접도록 빅딜 방향을 정하는 보고서를 냈는데, 이 업체를 추천한 곳이 전경련이었다.

구 회장은 이때부터 전경련에 발길을 끊었다. 반도체 사업을 빼앗기는데 전경련이 한몫을 했다는 게 구 회장의 판단. 구 회장은 청와대 행사를 제외하고 10년이 넘도록 단 한 차례도 전경련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재계 총수들과의 개인적인 만남도 자제하고 있다.

LG그룹 측은 2007년 3월 펴낸 창립 60주년 사사에서 “정부의 강압적 분위기에서 반도체 사업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 혹독한 아픔의 시간이었다”며 ‘반도체 빅딜’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회장도 전경련과 냉담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07년 2월 전경련 부회장직에서 사퇴한 뒤부터다.

당시 김 회장은 “그동안 전경련의 조직 혁신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된 혁신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전경련 체제에 대해 강한 비판을 날렸다. 재계에선 김 회장이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을 전경련 회장직에 재추대(3연임)하려는 내부 움직임에 반발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후 전경련은 일방적으로 물러난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김 회장의 사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회장은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부회장으로 재선임 됐지만, 2007년 12월 이 대통령과 총수들의 첫 회동을 시작으로 전경련 주최 행사엔 불참하고 있다. 동부그룹 측은 매번 “김 회장의 업무가 바쁘다”고 설명했으나, 재계에선 전경련과의 갈등 때문인 것으로 해석했다.

이 회장 역시 전경련과 불편한 관계다. 완전히 등을 돌린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앙금이 남아 있는 상태다. 이 회장도 김 회장과 같이 ‘강신호 연임’에 반기를 든데 이어 전경련 사무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여파로 사무국 고위 임원 등 전경련 내 대규모 연쇄 인사가 이뤄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이번 간담회에 참석조차 부담스럽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회사에 ‘큰 일’들이 산적해 있는 까닭에서다.

김 회장은 ‘검칼’에 위협받고 있다. 지금까진 잘 피했지만, 까딱하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처지다.

한화그룹 비자금 의혹을 캐고 있는 검찰은 지난해 9월부터 5개월 동안 한화 관계자 300여명 소환 조사, 그룹 본사 등 20여 차례 고강도 압수수색을 통해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김 회장은 대기업 총수로선 매우 드물게 세 차례나 소환 조사를 받았다.

‘민망 + 뻘쭘’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헛다리 수사’란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검찰은 그동안 한화 임직원 8명에 대해 영장을 청구했지만, 1명(한화기술금융 최광범 전 대표)을 제외하고 모두 기각되는 수모를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은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눈치다.

현 회장은 요즘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다잡은 현대건설을 놓쳤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11월 현대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인수자금 출처에 발목을 잡혀 지난달 현대차그룹에 넘겨줘야 했다. 현대그룹은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허위사실 유포 등 명예 및 신용훼손 금지’가처분 소송을 내는 등 막판까지 현대건설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